[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당 결정 관철에서 일군들의 당성, 혁명성, 헌신성 발휘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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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앞으로 3주간 진행을 맡은 이예진입니다.

이예진: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이예진: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1월 27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일군들은 당성, 혁명성, 헌신성을 발휘하여 당 결정들을 착실하게, 확실하게 집행해 나가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오늘의 현실은 모든 일군들이 "높은 당성, 혁명성, 헌신성을 지니고 당 결정 관철에 총매진"하며, "막중한 사명감을 갖고, 당중앙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위해 일심으로 전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일군들은 "당 결정의 운명이 자기들의 어깨 위에 놓여있다는 비상한 각오와 의지를 백 배, 천 배로 다지고, 당이 준 과업집행에 사활을 걸어야 하며, 항상 중압감과 긴장된 책임의식 속에서 당결정 관철에 전심전력해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특히 경제지도일군들은 "경제작전과 지휘를 빈틈없이 박력있게 해나가며 고도의 책임성과 헌신분투의 기풍으로 자기 부문, 자기 단위에서 훌륭한 결실들을 이루어내야 한다"고 다그쳤습니다. 일군들의 당성, 혁명성, 헌신성은 "대중의 투쟁열, 애국열의 거세찬 분출로 확인된다"며 "기적 창조의 원동력인 대중의 정신력을 높이 발휘하는데 진력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한편 각급 당조직들은 "일군들에 대한 당생활조직과 지도를 강화하여 그들 모두가 오늘의 투쟁에서 대오의 기수, 야전형의 지휘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해 나가도록 지도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이예진: 올해 '당과업의 성과여부'가 일군들의 '당성과 혁명성, 헌신성'에 달려 있다고 말하는 건 일군들에게 '책임과 의무'를 떠넘기겠다는 얘기인데요. 북한 통치집단의 '전형적인 책임전가' 행태로 보입니다. 관련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에 의하면 "당중앙의 존엄과 권위, 당의 구상실현이 일군들의 역할에 달려 있고 국가의 전진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이 일군들의 책임성과 투신력에 의하여 좌우되게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모든 일군들은 당결정의 철저한 집행으로써 자기의 당성, 혁명성, 헌신적 복무정신을 검증받겠다는 투철한 자각과 사명감을 안고 초소와 일터에서 맹활약할 때,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또 "일군들은 올해를 자랑찬 성과들로 가득 채워야 한다"며 성과창출의 무거운 책임을 이들에게 지웠습니다. 일군은 국가기관, 공장과 기업소의 일선 간부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거대한 관료체'의 중하부 단위로 당의 과업 결정에 참여할 수 없으며 위의 명령을 접수하고 집행하는 기능만 갖고 있습니다. 의사결정과 자원배분권이 없는 이들에게 당과 체제 발전의 모든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이예진: 주민들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난관 극복의 비결도, 당결정 집행의 묘술도 대중의 심장 속에 있다"며 일군들에게 "대중의 투쟁열과 애국열을 분출시키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문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대중동원 성과창출'에만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당결정이 착실한 집행과 실제적인 변혁에로 이어지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대중이 어떻게 분발하고 떨쳐 나서는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해, 북한이 여전히 대중동원에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북한의 대중동원은 1950년대에 시작된 천리마운동이 대표적인데요. 일군들은 이 대중동원 운동을 통해 경제성과를 내는 것은 물론, 대중을 사상적으로 개조하여 공산주의적 인간으로 만드는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대중동원 과정에서 대중을 수령의 혁명전사로 만들어 내고, 유일영도체계를 확립하며, 체제 정당성을 주입시키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이번 사설이 일군들의 평가기준을 '당성과 혁명성, 헌신성'으로 제시한 것이 이를 방증합니다. 경제성과는 하나의 명분에 불과하며 숨은 목적은 수령체제 유지와 세습독재 강화에 있습니다. 인민 대중들은 이러한 속임수에 넘어가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예진: 특히 이번 사설에서 각급 당조직들에게 "일군들이 오늘의 전 인민적 대진군에서 깨끗한 충실성과 헌신성을 남김없이 발휘하도록 각별한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북한이 '일군다잡기'에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당조직들이 "일군들에 대한 당생활조직과 지도"를 강화하여 '우리식 사회주의 전면 발전과 인민경제 향상을 위한 투쟁'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일군들의 일본새와 관련하여 "추궁이나 받지 않을 정도로 일하는 현상, 평가받을 일에만 신경쓰는 현상,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는 현상"을 비롯하여 "온갖 비혁명적이고 비적극적인 것들을 일소하기 위한 투쟁을 강하게 벌려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런 내용으로 볼 때, 북한이 '일군다잡기'에 나선 것은 일선 현장에서 나타나는 '사상적 해이와 반혁명적 현상, 소극적인 사업작풍'을 일군들의 개인적 문제로 규정함으로써 경제정책의 오류와 체제 자체에서 오는 경제실패 책임을 은폐하고, 이를 빌미로 사회적 기강을 확립해보려는 저의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체제 개혁과 경제정책 변화가 없는 '일군다잡기'는 부작용만 늘어날 것입니다.

이예진: 네. 그럼에도 사설을 보면 경제일군들에게 "주인답지 못한 태도, 무책임성과 무능력이야말로 경제발전의 제일 큰 걸림돌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그와 단호히 결별하여야 한다"고 질타했습니다. 경제일군들은 이런 지적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지난 70여 년간 경제발전을 위해 온갖 사회주의적인 처방을 다 동원했지만, 경제수준은 세계 최하위그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수령 유일 지배체제'에 있습니다. 수령 독재 강화와 유지를 체제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이를 위해 폐쇄적인 자력갱생 노선을 고집하고, 군사력 강화를 노린 중공업 우선정책을 선호하며, 비생산적인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모든 자원을 투입함으로써 인민경제를 회생불가능한 상태로 몰아넣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인민 경제 발전은 시급한 '최우선 목표'가 아니라 기약없는 '최종목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경제일군들은 경제 발전의 걸림돌이 자신들의 무책임과 무능력에 있다는 주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예진: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