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3대혁명소조운동 전면화, 전국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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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이예진입니다.

이예진 :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 안녕하세요.

이예진 :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 네. 2월 1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당중앙의 의도를 높이 받들고 3대혁명소조운동의 위력을 배가해 나가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1973년 2월에 김일성이 "3대혁명소조운동의 봉화를 지펴주신 것은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 위업을 성과적으로 실현해 나가는데서 역사적 의의를 가지는 중대한 조치였다"고 찬양했습니다. 이어 3대혁명노선은 "어제도 오늘도 변함 없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건설 강령이며 우리 당의 총노선"이라고 주장하면서 "가까운 앞날에 자립, 자존으로 번영하는 강국, 인민의 이상사회를 일떠세우자면 모든 혁명진지를 3대혁명화 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3대혁명소조운동의 잠재력을 비상히 증폭시켜 모든 분야, 모든 부문, 모든 사람들의 변화와 발전, 개명을 하루빨리 실현하자"고 촉구했습니다. 또한 '3대혁명소조기간'은 '혁명대학과정'이라며, "3대혁명소조원들은 이 기간을 당과 국가의 은덕에 보답하고 자신을 민족간부, 당의 정수분자, 열혈충신으로 준비하며 사상정신적 풍모와 실무적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특히 당조직들은 "3대혁명소조원들을 당정책 결사관철의 전위투사, 유능한 정치활동가로 준비시키는데 지도의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이예진 : 이번 사설을 보니까 50여 년 전 '김일성의 장기독재' 정당화 논리로 제시된 3대혁명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는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 이번 사설은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은 곧 사상, 기술, 문화의 3대 영역에서의 새로운 혁명"이라고 적었습니다. 이 '새로운 혁명'은 ①전체인민의 사상적 단합, ②경제의 과학 기술적 토대구축, ③문화적 낙후성 청산이라는 목표를 점령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3대혁명소조원들은 파견단위와 지역의 3대혁명화를 힘있게 추진하는 능숙한 정치활동가, 기술문명의 선도자가 돼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김일성은 1970년 5차 당대회에서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할 때까지 사람과 자연 및 사회를 개조하는 3대혁명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의 권력을 영속화 하기 위해 '계속혁명'을 들고 나왔던 것입니다. 명분은 '공산주의 건설'이었지만 실질은 개인 장기 독재 구축에 있었습니다. 이번 사설 역시 '이상사회 건설'과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그 숨은 목적은 3대 세습권력의 장기 집권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예진 : 특히 3대혁명소조운동을 새롭게 펼치자고 인민들을 부추기는 모양새인데요. 이번 사설에서 강조한 3대혁명소조운동의 전면화와 전국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1973년부터 본격화된 3대혁명소조운동은 사상적 충성심과 현대적인 과학기술로 무장된 청년 인테리들을 공장과 기업소에 소조 단위로 파견하여 ①3대혁명을 수행하고 ②간부들의 보신주의와 경험주의를 타파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취지로 전개된 정치운동이었습니다. 그러나 3대혁명소조운동을 주도한 김정일은 이 운동을 김일성의 독재권력 확립과 자신의 후계 세습 및 권력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장 간부들과 소조원들간 마찰과 소조원들의 간부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판과 고발, 이에 따른 숙청 과잉으로 오히려 생산성이 약화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결국 3대혁명소조운동은 1990년대 북한 경제의 몰락과 함께 쇠퇴하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실패로 끝난 운동을 전면화, 전국화하는 것은 오늘의 역사를 50여 년 전의 낡은 시대로 되돌리는 무책임한 행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예진 : 이번 사설을 보면 3대혁명소조원들에게 당이 제시한 사상무장과 충성도, 활동방침에 대한 엄격한 준수를 요구하고, 당조직들의 철저한 지도를 주문했습니다. 소조원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이번 사설은 3대혁명소조원들에게 "당중앙의 혁명사상을 옹호관철하는 열혈충신으로 준비하고, 혁명사상을 뼈와 살, 신념으로 간직하며, 당중앙의 사상의지대로만 살고, 천길 물 속과 불길 만리도 서슴없이 뛰어드는 당정책 결사관철 투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사람들의 애국심과 혁명열을 불러일으키는 정치사업을 참신하게 벌리고, 누구나 혁명대학의 최우등 졸업생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당조직들은 소조원들이 3대혁명의 본도에서 절대로 탈선되지 않게 키잡이를 잘해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이런 내용들로 볼 때, 소조원들에 대한 '정치사상적 통제' 강화는 이들의 월권과 불법 탈선 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고, 일사분란한 3대혁명소조운동만이 오늘의 정치 경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절박한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지나친 통제는 자율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려 부작용만 낳게 될 것입니다.

이예진 : 더구나 3대혁명소조원들에게 인간개조 사업과 경제 문화 건설에서 실제적인 변화를 위해 분발하라는 지시도 내렸네요. 소조원들은 이런 지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북한에서 인간개조사업은 사람을 '공산주의형 인간', 또는 주체사상에서 말하는 '주체형의 인간'으로 만드는 사상혁명과업을 말합니다. '경제문화 건설의 변화'는 기술과 문화 혁명을 뜻하는 말입니다. 공산주의 세력들의 인간개조, 자연개조, 사회개조는 이미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났습니다. 모든 사람은 하늘이 준 인간 고유의 본성을 갖고 태어납니다. 인간 본성의 핵심은 자유입니다. 북한의 인간개조는 사람에게서 자유를 박탈하고 이 자유로부터 나오는 기본적 권리인 인권을 말살하여 주민들을 김씨 일가의 노예로 만드는 사업입니다. 3대혁명소조원들은 인간개조 사업의 불순한 저의뿐 아니라 지난 50여 년 간의 경험과 결과를 통해 반인권적 사업이라는 점을 익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3대혁명소조원들은 직업선택의 자유가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3대혁명의 전위투사로 나섰지만, 3대혁명 수행과정에서 양심의 가책과 고충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예진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