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2월 8일자 1면에 수록된 “조선인민군은 당의 위업에 무한히 충실한 혁명적 무장력이다”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조선인민군이 어려울 때마다 조국보위, 혁명보위, 인민보위의 사명과 임무를 훌륭히 수행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김일성과 김정일의 군건설활동을 “건군업적, 부국강병업적”으로 찬양하고, 김정은의 ‘군사강국’정책을 “군건설사에 영원불멸할 업적”으로 칭송했습니다. 조선인민군은 수령의 사상과 위업을 받드는 전위대오이며 혁명의 전취물을 지키는 억센 기둥이고 인민행복의 창조자, 문명개척자로서 수령들의 군건설업적을 옹호 고수하여 만대에 길이 빛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김정은과 당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고 전군에 당의 유일적 영군체계를 철저히 세워 사회주의건설의 활로를 열기 위한 정면돌파전에서 혁명강군의 위력을 높이 떨쳐나가야 한다며 군(軍)의 책임과 임무를 강조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조선인민군이 과거 ‘고난의 행군기’ 어려움과 핵무기 개발로 인해 직면한 온갖 도전과 난관을 뚫고 나가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김일성과 김정일의 “건군과 선군혁명업적”을 부각하는데 필력을 집중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김일성이 주체형의 혁명적 정규무력을 창건하고 세계최강을 자랑하던 제국주의 침략군대와 대결전에서 세계를 놀래우는 ‘전승신화’를 창조했으며, 적대세력들로부터 민족의 존엄과 영예를 수호했다고 찬양했습니다. 김정일은 군력강화(軍力强化)를 국사중의 국사로 내세우는 ‘선군혁명영도’를 통해 인민군대를 혁명적 당군(黨軍)으로 키우고, 사회주의건설의 주요 전구들에서 돌파구(突破口)를 열어제끼는 핵심부대로 위용을 떨치게 했다고 적었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인민군대를 무적의 혁명강군으로 장성강화시켜온 혁명무력의 창건자, 건설자”라며 이들의 군건설업적을 최대로 부각시켰습니다. 그러나 김일성의 ‘전승신화’나 김정일의 ‘선군혁명영도’는 찬양하고 칭송할 만한 업적이 아닙니다. 6.25전쟁에서 북한이 승리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김정일의 ‘선군혁명영도’ 역시 정상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위기 돌파용’ 비상통치방식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이들의 전쟁관과 군건설사상은 우리 민족사에 엄청난 상흔을 남겼으며 부국강병(富國强兵)이라는 허울아래 결국은 북한을 병영국가(Garrison state), 깡패국가(rogue state)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조선인민군이 최고사령관 김정은을 “진두에 모시어” 자기발전의 최전성기를 수놓아 가고 있다며 김정은의 군건설업적을 극찬하고 나섰습니다. 김정은의 군건설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김정은이 선대(先代)들의 건군업적을 계승하여 전군(全軍)을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고, 훈련열풍을 일으켜 전투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실전형 군대’로 키웠다는 것입니다. 이에 힘입어 조선인민군은 수령과 당의 사상 및 위업을 충직하게 받드는 전위대오가 되었고, 혁명의 전취물을 굳건히 지키는 평화수호의 억센기둥이 됐다는 것입니다. 뿐만아니라 오늘날 “고도의 격동상태”를 견지하면서 그 어떤 형태의 전쟁, 작전, 전투에도 다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며 전쟁승리를 호언장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2년 권력 전면에 등장한 김정은의 북한 군사력 건설활동은 무모한 핵무기 개발이 전부였습니다. 2013년 1회, 2016년 2회, 2017년 1회 등 4회에 걸친 핵실험과 수십번에 걸친 미사일 시험발사도발에 이어 ‘새로운 전략무기’ 도발위협이 김정은의 주요 군건설활동 내용입니다. 국제사회는 세계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김정은의 무모한 군사도발의 책임을 물어 북한에 역사상 ‘최대, 최고의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국제사회와의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고 자력갱생노선을 강조하며 빗장을 걸어맨 채 북한 주민들의 삶을 옥죄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군사력 건설활동은 북한을 ‘준 전시국가체제’로 만드는 일에 불과할 뿐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김씨일가 3대의 건군활동을 찬양하면서 조선인민군에 대해 “수령과 당에 대한 책임과 본분을 다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했습니다. 현 시점에서 북한이 조선인민군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조선인민군 창건 72돌을 계기로 군과 관련된 사설이지만 현재의 북한 대내외 실정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기 조선인민군의 “난국 돌파 승리”나 선군정치 시기 “미증유의 도전과 난관 격파”라는 높은 평가는 현재 북한이 당면한 사면초가의 ‘고립상태 극복’도 조선인민군을 동원하는 길 밖에 없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주의 주체경제가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강력한 통제력과 무한정으로 노동력 동원이 가능한 부문은 인민군대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조선인민군의 ‘희생적 역할’을 칭찬하면서도 군(軍)은 수령과 당의 사상에 절대복종하며, 전군(全軍)에 유일적 영군체계 확립을 위한 사상교양사업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는 것은 김정은 정권에 대한 인민군 내부의 불만과 도전의식을 사전에 제압하고, 외부사조의 유입확산이인민군에 미칠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러나 인민군대가 북한문제의 처방에서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조선인민군이 지난해 12월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과업을 무조건 관철할 것과 전군에 충실성교양, 혁명전통교양, 사회주의 교양, 계급교양을 벌여 칼날 같은 군기를 세울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런 요구가 조선인민군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정권은 병영국가 답게 “관병일치를 전통적인 미풍”으로 여기며 대규모 도시건설과 공장건축, 관광지개발, 물길공사 등 어렵고 험난한 일에 인민군을 대거 동원하여 거둔 성과를 대서특필하며 자랑스럽게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군인력을 동원한 건설활동은 당군갈등, 군내 부정부패, 군의 대민행패, 사회의 부문간 균형파괴, 군 고유의 기능약화와 같은 많은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지난과거를 회상해 보면 북한군은 북한 사회와 경제건설에서 ‘충성스러운 머슴역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과정상의 불미와 부작용의 책임을 지고 ‘숙청의 말로’를 겪었습니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성과를 낼 수 없는 과업들을 떠맡게 될 인민군의 입장에서는 군 고유의 기능 부전과 성과부실에 따른 책임문제로 인해 깊은 시름에 떨쳐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