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조선인민군은 ‘김정은혁명강군’ 주장”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이예진입니다.

이예진 :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 안녕하세요.

이예진 :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 네, 2월 8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조선인민군은 백승의 역사와 전통을 빛내여나가는 최정예혁명강군이다"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2월 8일'을 "혁명무력건설사와 주체혁명위업수행에서 거대한 사변적 의의를 가지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언급한데 이어, 조선인민군은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제일군풍으로 확립한 김정은혁명강군"이고, 당중앙결사옹위는 "인민군대의 본령이며 인민군장병들의 사상정신력의 근본핵"이라며 수령에 대한 절대충성을 강조했습니다. 한편 "보병총도 부족해 남해가 지척인 낙동강가에서 피눈물을 삼키며 돌아서야 했던 우리 군대가 오늘은 세상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천하무적의 강군"으로 자라났고, "그 어떤 전쟁방식에도 능히 대응해줄 수 있는 우리 인민군대의 무진막강한 위력은 원수들을 전율시키고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특히 "강대강, 정면승부의 대적투쟁원칙과 국가핵무력정책은 결코 빈말이 아니"라며 핵전쟁 불사를 위협했습니다. 올해 인민군은 "군현대화"와 "전투력 강화", "싸움준비 완성"에서 "실질적인 개선을 가져와야 한다"고 지시한데 이어, "사회주의 건설의 주요전구들에서 혁명강군의 기개와 위력을 더 높이 떨치고 당사상관철전, 당정책옹위전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올려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예진 : 이번 사설을 보면 조선인민군을 가리켜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제일군풍으로 확립한 김정은혁명강군"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인민군의 역할이 체제 안전보다는 '수령수호'에 있다는 것인데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 이번 사설은 "한몸이 그대로 성새, 방패가 되어 혁명의 사령부를 목숨으로 사수한 항일빨찌산의 고귀한 넋이 당중앙의 두리에 신념의 성새, 천겹만겹의 무쇠방탄벽을 이룬 장병들의 가슴마다에 세차게 높뛰고 있다"며, 장병들의 수령결사옹위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또한, "수령의 사상은 혁명군대의 피줄기이고 수령의 권위는 인민군대의 위신이며 수령의 영도는 우리 무장력의 승리"라면서, "당중앙의 혁명사상과 의지대로만 싸우고 당중앙이 정한 과녁의 중심에서 단 한치의 편차도, 단 한번의 불발도 모르는 조선인민군의 성격은 억척불변"이라고 선동했습니다. 이런 주장은 북한 인민군이 순수한 군사집단이 아니며 '정치집단'으로 변질되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조선인민군은 수령의 군대에서 정상적인 인민의 군대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이예진 : 이번 사설에서 또 하나 눈여겨 볼 것이 국가핵무력정책에 대한 건데요. "적대세력들이 조국을 넘보려 든다면 초강력 타격으로 초토화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북한의 빈번한 '핵전쟁위협'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북한은 이번 75주년 건군절 군사퍼레이드에서 핵무력을 과시하는데 주력했습니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해 말 제8기 6차 전원회의에서 남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전술핵무기의 다량생산과 핵탄 보유량의 기하급수적 증산을 지시한 바 있습니다. 북한의 핵무력이 상대방에게 실질적인 위력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핵무기의 보유량을 늘려 '확증파괴역량'을 갖추어야할 뿐아니라 상대방이 '핵위협능력'을 신뢰해야 가능합니다. 앞으로도 북한은 다양한 '핵공갈'과 함께 '공갈수위'를 점차 높여갈 것입니다. 그러나 핵무력의 양적, 질적 확대강화는 천문학적인 유지 및 관리비용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초강경 제재를 불러올 것이며 이로 인해 인민경제는 회생불가능하게 될 것이고 약탈과 불법, 탈법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군수경제와 궁정경제마저 완전 파탄날 것입니다. 고난의 행군기 아사사태도 재연될 것입니다. 이런 전망에 기초해 볼 때, 북한의 핵공갈은 체제 고사를 불러오는 자충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예진 : 이렇게 핵위협과 동시에 북한 정권은 인민군에게 바라는 것이 많아 보입니다. 이번 사설에서 인민군에게 '당정책옹위전'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올릴 것을 촉구했는데요. 인민군의 '경제적 역할'을 주문한 것이죠. 인민군을 경제전선에 동원하려는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현웅 : 북한은 인민군을 관개사업, 도로, 발전소, 비행장, 아파트 건설은 물론 제일 어렵고 힘든 탄광작업, 농장과 산촌건설 등에 집중투입하고 있습니다. 인민군은 북한에서 양질의 무임금 노동력입니다. 통상 17세에 고급중학교를 졸업한 남자는 인민군에 입대하여 8년을 복무합니다. 여자는 5년입니다. 인민군은 한국보다 2배 많은 백여 만명에 이릅니다. 이들이 제외된 경제현장 노동력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당장 먹을 식량을 생산하고 최소한의 자력갱생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민군이 '부족한 경제현장 노동력'을 메꾸어야만 합니다. 즉, 나라 전체적으로 고갈된 노동력을 인민군을 동원하여 보충하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민군의 '경제현장' 투입은 무보상과 열악한 급식 및 혹독한 작업 조건으로 인해 '인권유린'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인민군에 대한 무제한적인 노력착취는 당장 금지되어야 마땅합니다.

이예진 : 이번 사설에서도 선전, 선동은 빠지지 않네요. 조선인민군에게 "수령보위, 제도보위, 인민보위의 중대한 사명과 본분을 훌륭히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충성심을 한껏 부추겼습니다. 군인들은 이런 선동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북한의 수령제, 혈통세습, 인민민주주의 독재, 3대계층 51개 부류의 성분제도, 중앙계획경제, 병영 군사국가화 등 '우리식 사회주의'는 스탈린주의와 봉건시대의 나쁜 유습을 그대로 수용하여 만들어진 반사회주의적이며 반인민적인 제도입니다. 러시아는 1953년 스탈린이 사망한 이후 '스탈린격하운동'을 전개하여 반사회주의적이고 반인민적인 제도들을 모두 폐지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동유럽 공산국가들도 탈스탈린주의를 선언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 제도를 받아들여 오늘의 자유와 인권을 마음껏 누리고 있습니다. 북한의 젊은 군인들도 이러한 사회주의의 세계사적인 변화와 흐름을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시대착오적인 이번 사설의 선동내용을 곧이 곧대로 수용할 군인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예진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