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2월 16일자 2면에 수록된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동지의 고귀한 애국업적을 길이 빛내여 나가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김정일의 생일(2.16)인 광명성절을 맞아 김정일의 ‘백두산 탄생’을 재확인하고, 김정일을 한 평생 나라와 인민, 후대들을 위해 모든 것을 깡그리 바친 애국애민의 최고 화신이라고 칭송했습니다. 또한 김정일은 북한을 세계가 인정하는 “사상강국, 자주강국, 군사강국으로 만들었다”며 그의 업적을 찬양했습니다. 이어서 김정일의 전사(戰士)와 제자(弟子)인 전체인민들은 ‘김정일애국주의’를 소중히 간직하고 당정책 관철과 제국주의자들의 압살책동을 짓부시기 위한 실천활동에서 철저히 구현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김정일의 생일명절인 광명성절을 기념하는 사설인 만큼, 김정일 생전 통치활동과 개인적 특성, 그리고 ‘고난 행군기’ 업적을 미화 찬양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김정일의 통치기간은 1994년 7월 8일 김일성 사망으로 시작돼 그가 사망한 2011년 12월 17일 이전까지 입니다. 이 시기 북한은 구(舊) 소련과 동구사회주의권의 몰락, 연이은 자연재해 발생, 수백만 인민의 아사와 수십만명의 탈북 러시, 제 1, 2차 북핵 위기로 인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등으로 체제위기가 최대로 고조됐던 때였습니다. 이와 같은 객관적 사실이 말해주고 있듯이 김정일이 북한을 “사상강국, 자주강국, 군사강국”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이나 만년대계의 초석을 놓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름니다. 이번 사설 역시 실질적으로 내세울 만한 김정일의 업적이 드물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내 빛치고 있는데요, 자세한 업적을 적시하는 대신 ‘김정일의 현지지도 행태’를 감성적으로 묘사하는 방식으로 사설 내용의 많은 분량을 채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휴식일, 명절날, 생신날도 가릴 것 없이 불철주야” 강행군을 했다거나 “쪽잠으로 하루 휴식을 대신하고 줴기밥으로 끼니를 떼우며 방방곡곡을 종횡무진”했으며, “자신을 위해 남긴 것은 하나도 없이 오로지 조국과 인민, 후대들을 위해 모든 것을 깡그리 바친 애국애민의 최고 화신이다”라는 기술들이 그것입니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이런 내용은 지도자의 공식적인 업무수행과는 상관 없는 ‘이면활동’에 불과 한 것으로, 하나의 에피소드 또는 낙수거리 일화에 불과한 내용들입니다. 사설의 지면까지 이용해 칭송이나 찬양으로 다루어질 내용은 못된다는 얘기입니다. 김정일의 업적이 빈약하다는 것을 반증해줄 뿐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김정일시기 통치를 “애국업적”으로 포장하고 길이 빛내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정일의 “대외 업적”을 만들어 내기 위해 “외부의 적과 위협”을 유난히 과장하여 언급하고 있는데요, 이런 선전논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어느 나라든지 대내외적인 어려움에 직면할 때는 내부 단결과 결속을 위해 외부의 위협이나 어려운 처지를 국민들에게 부각시키는 상징조작에 나섭니다. 인지상정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정상국가들과는 달리 내부 결속이나 단결의 차원을 넘어 일상적으로 ‘대적의식’을 고취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번 사설도 “제국주의자들의 반공화국 압살책동은 극에 달했다”, “적대세력들의 반공화국 압살책동을 절대로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상투적인 주장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적대적인 투쟁의식을 불어 넣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이런 ‘대적의식 과잉 고취’ 행태는 주민들에게 현안문제의 사실관계와 인과관계를 오인(誤認)케하고, 정상적인 인식을 왜곡시킵니다. 국제사회와 주변 관련국의 대북(對北) ‘적대정책’은 핵무기 개발, 무자비한 인권탄압과 같은 평화파괴적이며 반인도주의적 행태로 인해 북한 스스로 자초한 것입니다. 북한의 ‘선전’용 표현인 ‘적대정책’은 잘못 선택된 용어입니다. ‘북한제재’가 옳은 표현이며, 이것은 국제 규범과 절차에 따라 합리적으로 부과된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김정일의 조국관, 인민관, 후대관을 하나로 묶은 ‘김정일애국주의’를 정면돌파전에서 철저하게 구현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김정일애국주의’를 강조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일애국주의’는 김정은이 2012년 3월 2일 조선인민군 전략로켓사령부를 시찰할 때 처음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그 해 5월부터 신문, 방송 등 관영매체를 통해 널리 전파됐습니다. 김정일애국주의는 김정은의 권력정통성 강화와 관련돼 있습니다. 북한에서 후계자에게는 수령이 창시한 ‘혁명의 지도사상 과 지도이론’을 “고수관철하고 심화발전”시켜야 하는 과제가 주어집니다. 김정은은 이 과제를 실행하기 위해 김정일애국주의 정립활동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북한 조선노동당출판사는 2013년에 ‘김정일애국주의’를 체계화 한 ‘김정일애국주의를 구현하여 부강조국건설을 다그치자’ 라는 책자를 발간했습니다. 이번 사설이 ‘김정일애국주의’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광명성절을 계기로 김정은이 김정일의 권력을 세습한 후계자로서 자기에게 부여된 ‘제1과제’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점을 부각시켜, 세습권력의 정통성을 널리 확인시키고 김씨 가문 3대의 ‘통치세습의 정당성’을 공고히 해보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김정일애국주의’의 ‘후대관’을 한 마디로 요약해 선전하는 “오늘을 위한 오늘에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에 살자”라는 김정일의 말을 소개하며, 주민들에게 “김정일의 전사와 제자로 살기”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일방적인 강요를 어떻게 생각할 것으로 보십니까?
이현웅: 최근 들어 북한 언론매체들은 김정일애국주의 3대 구성 요소인 조국관, 인민관, 후대관 중에서 후대관을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습니다. 후대관을 쉽게 풀이하면 “우리 대(代)는 비록 허리띠를 졸라매도 후대(後代)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놓자”라는 것으로, 자력갱생에 따른 고난과 역경을 무조건적인 희생과 헌신으로 극복해 나가자는 것입니다. 무책임한 ‘채찍질’입니다. 성과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끝없는 희생과 헌신의 강요는 허공에 울리는 메아리와 같아 북한 주민들의 진정한 신뢰와 관심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