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대상 자력갱생 ‘만능주의’ 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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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2월 21일자 1면에 수록된 “우리 국가와 인민의 존엄과 위대함은 자력갱생에 있다”라는 논설입니다. 이번 논설은 “북한의 무진 막강한 국력과 전략적 지위, 인민의 대국적 자존심은 자력갱생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세계의 엄혹한 현실은 “자력자강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고 토로하면서 “사회주의 승리의 필연성을 실천으로 확증하려는 것이 우리 인민의 불변의 신념”이라고 선전했습니다. 자력갱생은 “나라의 자주권과 인민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최선의 방략이며, 주체조선 특유의 국풍이고, 우리 인민의 고유 창조방식”으로써 “인민들을 강대국 공민으로 떠올린 원동력”이자, “전략적 지위와 발전상승을 불가역적으로 만드는 최강의 보검”이라며 최대의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주체사상이 인민의 지도사상이라면 자력갱생은 “주체조선의 절대불변의 전진방향, 발전방식”이라며 양자(兩者)의 차이를 구별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실천방도’를구상하고 채택함에 있어서 ‘외부 정세나 환경과 같은 ‘객관적 요인’을 장황하게 늘어 놓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번 논설 역시 ‘자력갱생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객관적 요인’들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북한 통치세력들은 과제수행에 앞서 주체적 능력이나 역량에 주목하기 보다는 외부의 환경이나 정세 분석을 통해 주민들로부터 추진동력을 이끌어 내는 데 주력합니다. 이번 논설도 북한이 자력갱생을 “최선의 방략”으로 채택한 이유를 국제정세 분석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데요. “오늘의 세계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고, 민족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있으며, “세계 도처에서 전쟁의 참화가 그치지 않고 있고, 여러나라 인민들이 살길을 찾아 방황하고 있는 엄혹한 현실”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국제정세를 ‘군사적 힘과 폐쇄주의, 전쟁’이라는 매우 편협한 시각과 소극적인 기준에 따른 평가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세계역사에서 단 한시기라도 ‘엄혹한 현실’이 아니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자유스럽고 풍족한 방향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오늘날 국제정세를 선도하는 중심가치는 자유와 평등, 인권과 같은 인류 보편적 가치들입니다. 자력갱생은 북한 주민들의 보편적 가치의 향유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 요인입니다.

오중석: 30여년전 사회주의 종주국인 구 소련이 몰락하면서 사회주의는 70여년에에 걸친 역사적 실험에서 실패했으며, 그로 인해 종말을 고(告)했습니다. 이번 논설은 이처럼 불을 보듯 명확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사회주의 승리의 필연성”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이런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마르크스는 지금으로 부터 172년 전인 1848년 2월 21일에 발표한 ‘공산당 선언’에서 노동자계급 혁명으로 자본주의를 뒤 엎고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할것을 선동했습니다. 그는 자본주의사회에서 노동자계급의 혁명이 일어나는 것은 필연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레닌은 마르크스 혁명이론을 후진 러시아에 접목해 1917년 11월 볼세비키 혁명을 일으켜 세계 최초로 사회주의연방국가인 소련을 건설했습니다. 하지만 현실 사회주의는 하나 같이 자본주의만 못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들은 ‘노동해방’과 ‘인간해방’을 외쳤지만 현실은 그와 정 반대였습니다. 스탈린을 비롯해 사회주의 국가 지도자들은 혁명 이후 모두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명분으로 내세워 ‘철의 독재자’로 돌변했고 사회주의 국가 국민들은 독재의 사슬과 폭압아래 노예로 전락했습니다. 사회주의 승리는 독재자의 승리일 뿐이며 주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굴종적인 노예적 삶이 전부였습니다. 이런 비극적 삶을 끝내기 위한 체제전환 혁명이 1990년을 전후하여 구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국가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봇물처럼 터졌습니다. 자본주의체제로 다시 회귀했습니다. 사회주의 승리의 필연성을 주장하는 것은 이런 역사적 진실을 숨기는 사기행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북한이 자력갱생의 진리성과 위력을 확증함으로써 “세계 정치구도의 중심” 에 당당히 올라섰으며,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강국인민으로 급 부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통치세력들이 자력갱생에 대한 대(對) 주민 ‘선무공작’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와 그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이 자력갱생을 북한 고유의 “발전방식”으로 채택한 것은 ‘비핵대화’ 거부로 인해 사면초가에 빠진 김정은 정권의 궁여지책입니다. 대량살상무기인 핵무기를 들먹이며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인접 주변국가의 안보와 국민생명을 경시하는 미사일도발은 북한을 고립무원의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약속한 ‘경제강국 건설’ 약속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경제강국 건설 대신 주민들 앞에 차려진 것은 ‘자력갱생’이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새벽별 보기 운동, 천리마 운동, 만리마 운동을 다 해봤지만 나아질 기미가 없는 궁핍한 삶에 지쳐 자포자기한 상태입니다. 자력갱생은 북한 김정은 정권이 생존을 위해 채택한 ‘마지노선’입니다. 자력갱생을 통해 사면초가의 난국을 돌파하지 못한다면 북한체제는 난파선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 정권은 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무기력한 심리적 공황상태로 빠져들고 있는 주민들의 마음을 고양시키는 일이 급선무라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자력갱생이 북한 주민들을 강대국 공민으로 떠올린 원동력이며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불가역적으로 만드는 최강의 보검이라고 선전했습니다. 이런 선전을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보십니까?

이현웅: 북한이 주장하는 자력갱생은 사상과 이념, 안보와 외교, 정치와 경제, 사회문화 모든 영역에서 자급 자족하겠다는 것으로 극단적인 폐쇄주의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선은 족장시대나 봉건시대에서도 살아 남을 수 없는 노선입니다. 외부 세계에 점점 눈을 떠가고 있는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시대에 한 참 뒤진 선전내용을 외면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이 제 아무리 좋은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자력갱생에 대한 선무공작을 전개한다 해도 북한 주민들을 설복하는 데는 실패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