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전인민 빨찌산대원되기와 열혈충성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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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2월 23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빨찌산정신은 오늘도 우리를 부른다"는 정론입니다. 이 정론은 모든 일군들과 당원들, 근로자들은 "항일투사들이 지녔던 백절불굴의 혁명정신을 본받아 부닥치는 애로와 난관을 자체의 힘으로 뚫고 세상을 놀래우는 기적을 창조"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인민은 "항일빨찌산의 후손"이라며, "형언할 수 없는 고난을 인내하며 무적의 힘을 비축"한 그 기세로 굴함없이 내달려, 원대한 목표인 '공산주의이상'을 기어이 점령해야한다고 선동했습니다. 이 시각 절실히 필요한 것은 "빨찌산정신을 다시 한번 더 높이 발휘"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빨찌산과 완전히 하나될 것을 요구했습니다. 지금 북한은 "빨찌산정신으로 이어온 90여성상을 "또 다시 900년에로 이어가야할 분기점에 서있다"며, "매 공민이 빨찌산대원들로 다시 태어나야 하고 새 세기의 빨찌산정신을 창조해야 하며, 빨찌산정신을 이어가는 길만이 영원한 조선의 길이고 승리의 길이라는 것을 증명해야할 때"라고 적었습니다. 또한 "충실성, 이것이 항일빨찌산의 붉은 피였고 눈속에서도 얼지않고 불속에서도 타지 않는 혁명1세대들의 넋이고 생명"이라고 강변했습니다. 오늘의 빨찌산의 본질은 "불보다 뜨거운 충성의 심장을 지닌 열혈충신, 자기 수령에 대한 열화 같은 흠모심을 넋으로 지닌 일편단심의 인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정론은, 항일빨찌산정신은 "억만금보다 귀중한 사상정신적 재부"이며 '인류역사에 빨찌산정신처럼 위대한 정신'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집단사고의 전형이 따로 없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정론에 의하면, 빨찌산정신은 "인간의 사상을 초월하는 혹한의 길, 혈전의 길, 시련의 길을 추호의 동요없이 이어간 백절불굴의 정신"이며 "자력갱생, 간고분투정신"이라는 것입니다. 빨찌산정신은 김일성일파가 1930년대 일제에 항거해 무장투쟁을 전개함으로써 조선해방이 이루어졌다는 조작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김일성은 중국공산당의 일원이었으며 해방은 연합국의 승리로 이루어진 것이고 김일성이 갑자기 권력자가 된 것은 스탈린의 친소위성국가 수립공작에따라 그에게 간택되었기 때문입니다. 북한체제는 소련군정과 420여명의 소련파들이 세웠습니다. 북한은 '빨찌산 투쟁역사'를 김일성의 우상화와 세습독재권력의 입맛에 맞게 끊임없이 개작해왔습니다. 허위로 조작된 '빨찌산정신'을 앞세워 인민들을 혹독한 핍절의 삶으로 내모는 일은 당장 중지되어야 마땅합니다.

오중석: 이번 정론은, 1950년대 전후 경제복구와 1970년대 생산활동, 1980년대 속도창조운동과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빨찌산정신으로 이겨왔다며, '빨찌산정신 900년계승'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광적인 빨찌산정신 집착'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빨찌산정신은 일제가 무너진지 78년이 다되어가고 있고 제국주의 전쟁이 사라진 시점에서 '만고불변의 시대정신'이 될수 없습니다. 인민들에게 적개심과 복수심으로 가득찬 빨찌산정신의 무장을 강요하는 것은 북한을 정체와 퇴보로 이끄는 지름길입니다. 빨찌산정신은 북한을 전체주의 병영국가로 전락시킨 최악의 정신이었으며 세습권력의 무자비한 사상적 통치수단입니다. 빨찌산정신으로 최대의 이익을 쟁취한 집단은 김일성을 비롯해 100여명도 안되는 빨찌산과 그 후손들이며, 최대 피해자는 인민전체였습니다. 지금도 빨찌산파는 북한권력을 틀어쥐고 인민의 고혈을 짜내 호의호식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빨찌산정신은 왜곡될 대로 왜곡되어 '수령에 대한 충성'이 그 본질이라고 주장합니다. 북한 체제가 인민을 위한 정상적인 체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왜곡된 빨찌산정신을 포기할 때 가능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정론은 "빨찌산을 잊으면 이 땅의 인민이 아니고 그들의 목소리를 심장에 새기지 못하면 백두의 후손"이 아니라며, 빨찌산과 자신의 완전한 일치를 주문했습니다. '빨찌산과 일체화'를 촉구하고 나온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이 빨찌산정신을 강조할 때는 언제나 애로와 난관이 겹겹히 쌓인 때였습니다. 이번 정론은 빨찌산정신에 대해 "어려울 때마다 우리를 일으켜 또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의 원천이고 만난을 맞받아 신념의 붉은기를 더 높이 들게 하는 강의함의 비결"이라고 선전했습니다. 또한 "내세운 목표에 있어서나 뚫고 헤쳐야할 시련에 있어서 이는 실로 미증유의 것"이라며 초유의 극난에 직면했음을 시인했습니다. 그리고 "항일빨찌산과 같이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가혹한 조건과 환경속에서 단 한치, 한순간의 동요나 변색도 몰랐던 강의한 투쟁들은 없었다"고 역설했습니다. 이런 내용들을 고려해 볼 때 '전인민의 빨찌산 일체화' 주장은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을 선언(2022.12)한 이후 고립무원의 군색한 처지를 자력갱생과 이데올로기적 통제로 버텨내려는 궁여지책로 분석됩니다.

오중석: 이번 정론은, "빨찌산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은 혁명의 수령에 대한 열화같은 충실성을 이어받는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빨찌산정신의 핵심이 '수령에 대한 충성'이라는 것인데요. 주민들은 이런 선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해방 후 김일성을 비롯한 '항일빨찌산'들은 정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소련파와 연안파, 국내파 공산주의자들을 무참하게 숙청했습니다. 빨찌산의 세상이된 다음에는 김일성만주파가 함께 권력을 창출한 갑산파를 몰아내고 권력을 독점했습니다. 사실 만주파의 항일투쟁은 민족주의세력의 투쟁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며 검증된 사례도 변변치 않습니다. 북한이 선전하는' 빨찌산정신'은 이처럼 체제를 함께 만든 동지를 모함하여 척결하는 데 능란한 권력탐욕과 숙청의 역사로 이어졌습니다. 지금은 '수령에 대한 충성'으로 가지를 치고 있습니다. 빨찌산출신이 아닌 대부분의 주민들은 '빨찌산 정신계승' 주장이 충성과 숙청중 하나를 택일하라는 강요로 들릴 것이며, 마음속으로는 수령이 없는 '진정한 인간해방' 사회를 간절히 원할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