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3월 1일자 2면에 수록된 “전망성있게 사업하는 것은 혁명가의 마땅한 태도”라는 논설입니다. 이번 논설은 사회주의강국건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업을 전망성있게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전망성있게 사업한다는 것은 “뚜렷한 전략과 과학적인 계획, 올바른 방법론에 기초해 혁명과 건설에 나서는 모든 문제를 멀리 앞을 내다보면서 혁명이익의 견지에서 풀어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면돌파전은 “주체적 힘, 내적 동력을 백방으로 강화하는 것으로써 혁명적 진군을 방해하는 도전과 난관의 근원을 뿌리채 제거해버리기 위한 전략적이고도 ‘전망적’인 사업”이라며, 정면돌파전의 기존 성격에 ‘전망적인 사업’을 새로 추가했습니다. 일군들과 당원, 근로자들은 “모든 사업을 전망성있게 해나가기 위한 설계가, 책략가, 실천가”가 되어, “전망목표를 정확히 세우고 예견성있게 추진함으로써 자신들의 책임과 본분을 다 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올해 1월 1일 자력갱생 실천전략으로 ‘정면돌파전’을 선언하고 정면돌파전의 공격성과 비타협성, 현상파괴적인 성격을 강도 높게 선전했습니다. 2개월이 지난 지금 북한은 새롭게 정면돌파전의 ‘전망성’을 주장하고 나와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논설은 정면돌파전이 “백두의 굴함없는 공격정신으로 온갖 도전과 난관을 격파하고, 주동적인 공격으로 현 국면을 유리하게 전변시켜 나가는 위력한 전진방식”이라며 기존 성격의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앞을 멀리 내다보며, 아름다운 미래를 앞당기기 위한 성스럽고 책임적인 투쟁”이라며, 정면돌파전의 미래지향성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정면돌파전은 “혁명적 진군을 방해하는 도전과 근원을 뿌리채 제거해 버리기 위한 전략적이고도 전망적인 사업”이라며 정면돌파전의 특성으로 “전망적인 사업”을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전망성 있게 사업하는 것”이란 “전망목표를 정확히 세우고 사업을 예견성 있게 추진하며 집행을 철저히 장악지도 하는 것”이라고 적어, 정면돌파전을 일반적인 사업의 ‘집행 정형’ 문제로 격을 낮추어 해설했습니다. 이와 같은 정면돌파전에 대한 개념변화는 북한이 2개월 전 정면돌파전을 올해 투쟁전략으로 채택할 당시에 실천 및 지속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계획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결정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고강도 국제제재로 정치경제적 자원과 재원이 바닥난 상황에서 핵전력을 자력갱생으로 유지발전 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잘못된 발상이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모든 일군들과 당원, 근로자들에게 “모든 사업의 전망성있는 진행”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망성 있는 사업추진’ 방식이 초미의 당면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정면돌파전’과 제대로 접목이 될지 의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지난 2개월 동안 전당, 전군, 전 주민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사상사업을 강도 높게 전개해 정면돌파전의 전국 일색화를 마쳤습니다. 정면돌파전은 올해 북한이 배수진을 치고 채택한 핵심전략이자 투쟁구호였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 문제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대화와 협상으로 풀지 않고 기존 대결방식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속단은 경솔한 결정이었습니다. 정면돌파전의 전국 일색화가 끝난 지금, 북한 핵문제는 미국의 정책 아젠다에서 우선순위가 바뀌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안보정책 발언에서 북한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제사회의 북한제재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대외적인 신호 차원에서 선언하고 말았어야 할 정면돌파전을 대내 전 부문, 전 분야 사업에 하나의 철칙처럼 적용한 것도 오류입니다. 중앙계획과 통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북한 사회체제에서 정면돌파전 강조는 분야별, 각 단위별 단체와 조직, 개인차원에서 과열경쟁이 일어날 경우 ‘계획과 통제’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정면돌파전의 실패를 막기위해 ‘전망성’을 추가하여 개념변화를 시도한 점은 이해 되지만 정면돌파전의 기존 의미 퇴색과 함께 많은 혼란을 야기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전망성있는 사업’을 정면돌파전의 특징으로 제시하며 정면돌파전의 저돌성과 기세를 억제하고 완화하는 선전논조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통치세력들이 정면돌파전의 실패 가능성과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 책임을 모면해 보려는 대(對) 주민 선전책략으로 분석됩니다. 정권의 정통성이 빈약한 독재권력은 정책실패가 정권붕괴의 도화선으로 이어질 수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우려합니다. 이런 이유로 독재자들은 정책실패의 책임과 원인을 외부로 돌돌리는 선전선동술에 매우 능합니다. 과거 무솔리니와 히틀러, 스탈린 정권이 보여준 공통점입니다. 북한의 독재 정권 역시 이들 정권이 활용했던 선전선동술을 그대로 이어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민주주의 지수는 167위로 세계에서 꼴찌였습니다. 북한의 정면돌파전 채택은 경제강국건설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1차적 관심사항은 최소한의 경제적 삶을 보장하는 경제발전이지 군사강국이 아닙니다. 먹는 문제와는 거리가 먼 삼지연시 건설이나 유흥지 건설에 내몰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불만과 불평은 고조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주민들을 달랠수 있는 독재정권의 ‘당근’도 매말라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사정들이 정면돌파전의 개념변화를 시도한 배경으로 볼수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우리 당은 먼 장래를 내다보며 모든 사업을 전망성 있게 진행내 나가는 노숙하고 세련된 당”이라며 “정면돌파전에서 책임과 본분을 다 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보십니까?
이현웅: 사실 북한 정권의 정면돌파전은 채택한지 2개월도 안돼 실현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신형코로나비루수로 인해 북중간 무역과 중국관광객의 발길이 끊겨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게됐습니다. 정면돌파전이 중국의 경제지원과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북한 주민들로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상황을 맞게 된것입니다. 북한은 ‘지도자의 복’이 끊긴 나라라며 망연자실할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