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알곡고지점령을 위한 ‘당적 지도강화’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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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3월 4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위력한 당적 지도는 농업발전의 근본담보"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당 제8기 제7차 전원회의(2.26-3.1)에서 "당중앙은 알곡생산목표 점령을 인민경제발전 12개 중요 고지의 첫 번째 고지로 내세우고 농업부문을 추겨세우는데 당적, 국가적 힘을 집중하도록 혁명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당조직들은 "농사가 잘되고 못되는 기본원인을 당사업자체에서 찾고 당적지도를 개선"하여 농업생산의 근본적인 변혁을 일으켜야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당조직들은 올해 알곡고지 점령을 위해 "당원들과 농업근로자들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정치공세, 사상공세"를 강력히 들이대며, 농업근로자들을 '사회주의애국농민'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선전선동사업은 "침투력이 강한 선전선동자료들"을 만들어 일선에 내려보내, "5호담당 선전원들의 책임성과 역할"을 높이고, "중앙과 지방의 경제선동역량을 농촌에 집중파견"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도, 시, 군당위원회들은 "농업지도일군들에 대한 교양과 통제, 당생활조직과 지도를 강화하여 그들의 보신주의와 패배주의, 요령주의, 건달식일본새와 허풍을 철저히 뿌리뽑아야 한다"고 다그쳤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이번 제8기 제7차전원회의에서 '식량문제 해결책'으로 농사에 대한 '당적 지도강화'를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농업문제에 대한 당적 지도개입은 성과를 내기보다 실패로 이어졌는데요. 이와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기사는 "당중앙의 숭고한 뜻을 실현하기 위한 관건은 당조직들의 역할에 달려 있다"며, 당조직들이 자기 지역과 단위의 농사에 대한 당적 지도를 개선해나간다면 "알곡고지 점령과 농업발전의 전망목표달성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강변했습니다. 농업생산에 대한 "정치적, 정책적 지도를 바로하는 것이 특별히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리(里)당위원회들은 "당세포와 당원들의 역할"을 높이고 "작업반들사이, 분조들사이의 영농공정별 사회주의경쟁"을 활발히 조직하며, "우수한 경험을 일반화하기 위한 사업을 적극 진행"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정치사상사업 전문인 당조직들이 비전문분야인 농업생산문제를 지도하라는 것은 식량문제 해결을 방치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육상선수 코치에게 수영선수를 지도하라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당(黨)만능주의사고'를 버려야 살 수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알곡고지'를 12개 중요 고지중 첫 번째 고지로 내세웠습니다. 세습독재권력의 3대에 걸친 장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알곡고지 점령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농업정책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은 2012년 4월 15일 연설에서 '다시는 주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2015년까지 협동농장과 농장원들의 자율성과 책임성, 생산물 처분권을 소폭 확대하는 '농장포전담당제'를 시범적 실시하다가, 2016년 5월 제7차당대회 이후 전면적으로 확대실시했습니다. 그러나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지난 5년을 총화한 결과, 목표달성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 실패 주 원인은 소출중 6할을 나라에 바치고, 4할을 농장원들에게 주는 '불평등한 분배'였습니다. 2021년 12월 제8기 제4차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사회주의 농촌강령'를 채택하고 2022년 한해 동안 추진했으나 생산목표 미달은 여전했습니다. 농촌강령의 본질을 '3대혁명 전면실시'로 설정한 결과였습니다. 이번 제8기 7차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농업정책의 목표와 과업, 실행방법 역시 과거 정책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과를 낼 수 없는 '암울한 정책'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알곡생산목표 점령이 '당조직들의 농업지도'에 달려있다는 '비현실적인 진단'을 내놓고, 일선 당조직들의 '지도강화'를 주문했습니다. 농업생산문제를 당조직들에게 맡기고 나온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식량문제 해결없이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과 부흥'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북한 통치집단도 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식과는 달리 북한의 실질적인 전략과 정책은 농업생산력 향상과는 거리가 먼 핵무력강화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겉으로는 알곡고지를 12개 고지중 첫 번째 고지이고 '최우선과업'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핵무력강화를 첫 번째 고지로, 최우선과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지난 10년 동안 농업생산목표를 달성한 해는 단 한 번도 없었으며, 매년 100만톤 이상의 식량이 모자라는 만성적인 식량부족 사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민 식생활 역시 세계최빈국 수준을 면치못하고 있습니다. 알곡고지 점령을 당조직들에게 주문한 것은 일사불란한 당계선조직을 이용하여 3,500 여개 에 달하는 협동농장과 농업근로자들의 일탈 및 불만을 통제하고, 이들에 대한 노력동원을 극대화함으로써 식량자급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농업생산 증산방법의 하나로 "농업근로자들을 정치사상적으로 개명시키고 각성분발시켜 사회주의애국농민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지역은 대부분 산악지대라는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애초부터 식량자급자족이나 자립적 민족경제노선, 주체농법은 기본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블록경제가 무너진지 30년이 지난 지금, 북한 식량문제는 개혁과 개방없이 해결할 수 없습니다. 농업정책의 혁명적인 변화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특히 북한 전체농장의 90퍼센트에 달하는 협농농장을 개인농으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농업에서 공산주의이상 실현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분조관리제, 포전담당제와 같은 '분배 인센티브제도'가 실패한 이유는 농업정책이 아직도 공산주의실현에 맞추어져있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은 농업의 근본이념과 정책에 관한 수술없이 농업근로자들에게 '증산의 최종책임'을 떠넘기는 이번 전원회의의 무책임한 결정를 보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북한농업의 암담한 현실에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