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사회일탈 고심, 도덕기강확립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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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3월 7일자 1면에 수록된 “전사회적으로 도덕기강을 더욱 철저히 세우자”라는 사설입니다. 이번 사설은 적대세력들이 반공화국압살책동에 매달리고 부르주아 사상문화를 침투시키는 목적은 우리(북한) 인민을 정신도덕적으로 변질, 타락시키고 사회에 무질서를 조성하여 우리 제도를 무너뜨리는 데 있다”며 도덕기강 해이의 원인을 외부에 찾고 있습니다. 도덕기강을 철저히 확립할 때경제난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고 사회주의강국건설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도덕기풍을 세우는 사업을 소홀히 하거나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확립해야할 도덕기강의 내용으로는 수령님들의 사상과 노선 옹호고수, 장군님의 유훈 관철, 혁명선배 존대, 공중도덕과 사회질서 준수, 비도덕적 현상에 대한 집단적 투쟁 전개, 사상교육 강화를 제시했습니다. 도덕기강 확립의 선차적인 대상으로는 “학생소년, 청년들, 여성들”을 지적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의 혹독한 경제난과 이로 인한 주민들의 도덕적 기강해이는 북한 통치세력들의 대내외 정책실패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이 “외부 적대세력들의 반공화국 압살책동”에 있다고 호도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북한 통치세력들은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거대 모순’이나 엄중한 체제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그 원인을 외부 환경에서 찾고 그 책임을 ‘제국주의 적대세력’에게 돌리며, 문제극복을 위한 과업을 주민들에게 부담시키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여왔습니다. 이번 사설 역시 같은 맥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한의 어려움이 “적대세력들의 야만적인 반공화국 압살 책동”과 “반동적인 사상문화유포” 때문인 양 선전했습니다. 적대세력들의 제도붕괴 책동에 맞서 “사상과 제도, 전통을 굳건히 고수”하기 위해서는 모든 당원과 근로자들이 도덕기강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북한이 처한 총체적 난국은 적대세력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북한 통치세력들의 무모한 핵무기개발과 경제운영의 실패, 권력층의 부정부패만연으로 인해 초래된 것입니다. 통치세력들의 정치적, 정책적 무능과 과오에서 비롯된 문제를 주민들의 ‘도덕기강’ 문제로 탈바꿈시키는 행태는 이신작칙(以身作則)과 인민대중제일주의(人民大衆第一主義)를 ‘북한만의 자랑스런 애민정치’로 선전하고 있는 김일성-김정일주의 본령과 전혀 맞지 않는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수령에 대한 충실성은 혁명적 도덕의 최고 표현”이라고 주장해, 주민들의 도덕기강 확립의 최종 목적이 ‘김씨 일가 3대’에 대한 충성에 있다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드러냈습니다. 인간의 도리와 사회적 질서, 건전한 풍속유지의 규범인 도덕을 ‘김씨 가문 우상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주민들의 도덕적인 생활기풍을 세우기 위해서는 무엇 보다 먼저 “김일성과 김정일동지를 주체의 태양으로 높이 모시고, 수령님들의 업적을 길이 빛내며, 수령님들의 사상과 노선, 유훈관철과 충성의 한길로 변함없이 걸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궤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이 당면한 총체적 난국이 역대 수령들의 무능과 오류에서 비롯된 불행한 사태인데 북한 주민들에게 이들에 대한 충성과 숭배를 요구하는 대목에서는 아연실색(啞然失色)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나아가 “최고 영도자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심과 도덕 의리심을 지니고 그를 받드는 길에 순결한 양심을 바쳐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입니다. 북한에서 주장하는 도덕이 ‘김씨 가문 우상화’와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에 대한 ‘개인숭배’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도덕기강 확립’의 주공방향을 ‘김씨 가문 우상화’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비현실적이고 정당성이 결여된 ‘도덕기강 다잡기’는 북한의 장래를 더 어렵게 만들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신문이 이와 같은 처방전을 내놓은 이유와 그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지난 2월 29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개최해 당 조직지도부장 이만건과 농업부장 박태덕을 숙청했습니다. 지난 3월 2일자 노동신문 논설에서는 “당 골간육성의 중임을 맡은 당간부 양성기지에서 엄중한 부정부패현상이 발생했다”고 적고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위험한 행위”라고 밝혀, 북한 권력핵심 조직에 부정부패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조직지도부장의 단순한 교체가 아닌 숙청은 몇 십년만에 한 번 꼴로 나올만큼 엄중한 사태로 ‘권력투쟁’의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부정부패사건으로 인한 숙청이라 하더라도 조직지도부가 갖는 위상이 매우 높아, 북한사회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매우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조선노동당은 이 사건이 북한 권력의 최고 핵심인 김정은의 지도력 문제로 비화되지 않도록 방어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번 사설의 북한 주민 도덕기강 다잡기는 대미(對美)경색국면 장기화와 우한폐렴에 따른 경제침몰 가속화, 업친데 겹친 격인 조직지도부 부패사건으로 인해 진퇴양난에 빠진 ‘김정은 정권’을 지키기 위한 방책중 하나일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도덕기강 확립을 위한 도덕교양 대상으로 “학생소년, 청년들,여성들”을 지목했습니다. 그리고 각급 당 조직들에게 “사상교양 열풍을 세차게 일으킬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사상교양 강화가 이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에서 통제하기 어려운 대상이 곧 “학생과 청년, 여성들”입니다. 제일 약자들입니다. 북한은 학생과 청년들이 전쟁을 겪어 보지 못한 세대라서 대적의식 고취와 계급투쟁의식을 함양시키기 어려운 대상이라는 점을 오래전부터 우려해왔습니다. 특히 여성들은 북한 경제가 완전히 파탄난 고난의 행군기에 나라 대신 가족의 경제적 생존을 직접 책임진 경험으로 인해 사회적 통제를 별로 두려워 하지 않는다고 전해집니다. 제2의 고난의 행군기가 운위되고 상황에서 생존문제 해결없이 도덕교양만 강화된 다면 이들의 세습정권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질 것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