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여성들에게 ‘충성의 꽃, 혁명전사되기’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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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3월 8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조선여성들의 충성과 애국의 전통을 끝없이 빛내여나가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김일성이 북한 여성을 "무지와 몽매, 온갖 사회적 불평등과 봉건적 구속, 정치적 무권리에서 해방"시키고 "당과 혁명에 충실한 혁명가"로 키워줬으며, 김정일은 여성들이 혁명주체로서의 역할을 다하도록 보살펴주었고, 김정은은 "시대와 혁명, 가정과 사회를 떠받드는 주춧돌과 밑거름이 되어 삶을 빛내도록" 여성들을 이끌어 주었다고 선전했습니다. 한편 북한 여성들은 "일편단심 수령만 믿고 따르며 수령의 혁명위업을 충직하게 받드는 견결한 혁명가"라고 추켜세우면서, 조국수호전선과 사회주의건설 전야에서 '충성의 구슬땀'과 '애국의 피땀'을 아낌없이 바치라고 요구했습니다. 또한 "수령에 대한 백옥같은 충성심을 고귀한 유산"으로 물려가고, 총비서만 따르는 '충성의 꽃, 사상도 뜻도 숨결도 같이하는 혁명전사, 여성천리마기수'가 되어, "농업생산과 인민소비품생산에서 자기책임과 본분"을 다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에 더해 사회주의대화원의 원예사가 되고, 가정에서 남편과 자식에 대한 교양과 헌신에 충실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특히 여맹조직들은 5대교양사업을 통해 여성들을 '참된 혁명가'로 준비시키라고 지시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3.8 국제부녀절' 기념사설로 근로여성들의 정치, 경제적 업적을 기리고 국제적 연대와 단결을 논(論)해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역대 통치자들의 '여성정책' 선전에 집중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김일성과 김정일이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중시, 여성존중의 새시대를 펼쳐"주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여성운동은 "수령의 영도"밑에 가장 혁명적인 운동으로 강화발전됐으며, 총비서의 손길아래 "여성운동의 자랑찬 역사와 전통이 굳건히 이어지고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리고 여성운동의 노정을 통해 "위대한 수령을 모셔야 자주적 존엄과 값높은 삶, 진정한 행복이 있다는 철리"가 확증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수령칭송과는 달리 향후 근로여성들의 지위강화와 권익향상 같은 여성위무의 내용은 전무했습니다. 국제사회는 식량조달과 노력동원에 시달리며 각종 폭력과 착취에 노출되어 있는 북한 여성들의 인권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열악한 처지에는 눈감고 '수령찬양'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여성들에 대한 기만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여성들이 수령을 위한 '충성의 일편단심'을 간직하고 "총비서만 따르는 충성의 꽃"이 되어, 그의 권위를 백방으로 보위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습니다. 북한의 일방적인 '충성강요여성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여성들의 정체성을 당중앙과 당정책, 전원회의결정을 관철하는 '혁명전사와 견결한 혁명가'로 규정하고 혁명과 건설, 일터와 가정에서 오직 수령만을 위해 살 것을 강요하는 것은 여성들의 인권과 여성성(女性性)을 짓밟는 폭거입니다. 수령에 대한 충성이 배제된 삶은 있을 수 없다는 식의 강박은 북한 여성들을 봉건시대 가부장적 인습과 제도안에 가두어 놓으려는 반(反)인민적인 정책입니다. 왜 수령에 대해 '백옥 같은 충성심'으로 멸사봉공해야하는 지에 대해 합당한 이유와 설명도 없이 '묻지마식 충성'을 강요하는 것은 억압과 차별입니다. 고난의 행군기 먹거리를 책임진 사람은 여성이었으며 이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사회붕괴를 모면했습니다. 북한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참 자유와 인권을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여성정책'을 펼칠 때 가능해질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여성들이 가정과 사회, 혁명과 건설에서 책임과 본분을 다할 때조국의 미래가 밝아진다며, 전방위적인 역할을 주문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여성역량총동원전'에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북한 여성들에게 수령에 대한 충성을 가장 먼저 요구했습니다. 이어, 농업생산과 인민소비품생산에서 자기 책임을 다하며 대중운동에 적극 참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자식들이 어릴 때부터 당과 사회주의제도에 고마움과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하도록 교양하고, 남편과 자식이 국가와 사회앞에 지닌 본분을 다하도록 적극 떠밀어주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또한 사회생활의 선구자, 알뜰한 살림과 깨끗한 마을 가꾸기, 고상하고 세련된 옷차림과 몸단장을 통해 사회주의대화원을 가꾸는 원예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이와 같은 내용에 근거해 볼 때 사회전분야에서 여성의 역할과 노동력을 극대화하여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정치적 불신과, 경제적 침체, 극심한 비사회주의 현상을 극복해 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여맹조직들에게 5대교양을 기본으로하는 사상교양을 공세적으로 전개해 여성들을 '참된 여성혁명가'로 준비시키라고 지시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이 비정상적인 체제로 평가 받는 이유중 하나는 인간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인간다움의 기본적 특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즉, 공산주의이상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을 '집단주의적 인간'으로 개조시켜야 하며, 인간개조의 본질은 사상개조라고 강변합니다. 5대교양은 사상개조의 핵심수단입니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10년차를 맞는 2021년, 제8차당대회에서 혁명전통, 충실성, 애국주의, 반제계급, 도덕교양을 5대교양으로 새롭게 규정했습니다. 권력세습과 통치 정당화에 초점을 맞추어 변경된 것입니다. 여맹조직들의 5대교양강화는 여성들을 '참된 혁명가'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사상교양을 통해 수령옹위부대로 만들려는 것입니다. 주민들은 북한 통치집단이 지난 1월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제정하여 언어생활통제에 나선데 이어 여성들에 대한 사상사업 강화를 지시한데 대해 심한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