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양성원: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3월 29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자주, 자립, 자위는 우리 국가의 불변진로이다'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자주, 자립, 자위'는 당과 국가, 인민의 영원한 기치이며 '국가 정치 철학'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김일성은 "자주, 자립, 자위의 초석위에 첫 국가실체를 일떠세운 걸출한 수령이고 김정일은 그 위에서 국가의 힘을 비상히 증대시킨 불세출의 위인이며 김정은은 자주, 자립, 자위 위업을 승리로 이끄는 탁월한 영도자"라며 김씨 3대를 찬양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집권 10년을 '김정은조선의 첫 년대'로 규정한데 이어 이 기간은 "국가의 존엄과 국력, 국위를 최상의 경지에 올려세운 위대한 승리와 영광의 10년이며, 앞으로 100년, 1,000년의 미래까지 담보할 수 있는 강대한 힘을 비축한 기적의 10년"이라고 자평했습니다. 또한 김정은조선의 존엄과 국위는 "최강의 절대적 힘을 비축한 강국, 대국들도 무시하지 못하는 세계정치의 중심국"이라는데 있으며, 오늘 북한은 "유일초대국도 두려워하는 나라, 대세를 주도하는 나라로 급부상했다"고 선전했습니다. 한편 세계 여러나라 인사들은 김정은을 "세계정치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지도자, 세계의 태양은 김정은 동지, 위대하고 훌륭한 영도자로 높이 칭송하고 있다"고 날조, 선전했습니다.
양성원: 모든 나라는 '자주, 자립, 자위'를 국정의 주요목표로 추구합니다. 다만 북한처럼 인민전체를 희생시켜가며 추진하지는 않습니다. 이번 기사는 '자주, 자립, 자위'가 북한 전유물인양 주장하고 있는 데요. 관련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기사는, 북한의 영광스러운 발전행로의 특징은 "자주, 자립, 자위를 국가정치철학으로 내세우고 철저히 관철하여온 역사"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일성이 "사대의식에 물젖은 자들의 정면전을 단호히 쳐갈긴 것은 민족사적 장거였다"며 그의 1956년 종파처단을 영웅시했습니다. 그리고 김정일의 자주, 자립, 자위의 영도사는 "고난의 시기 정치사상적 위력과 군력강화"로 이어졌다고 찬양했습니다. 하지만 김일성의 잘못된 중공업우선정책은 인민경제의 자립을 지금까지도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김정일은 고난의 행군시기가 사회주의경제를 자본주의로 시장경제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음에도 이를 무산시켰고, 핵무기개발을 유훈으로 남김으로써 북한은 현재 사상초유의 국난 속에서 허덕이고 있습니다. 북한의 '자주, 자립, 자위'는 극단적인 폐쇄성과 반인민성, 호전성에서 벗어날 때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김정은의 국가방위력 강화 업적으로 북한은 세계정치의 중심국이 되었으며 김정은이 세계의 태양으로 칭송되고 있다며 그를 우상화하는데 주력했습니다. 3대째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통치자 우상화'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우상화는 통치의 정당성과 정통성 결여를 메꾸기 위해 조직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해방직후 33세의 소련군 대위 출신 김일성은 지도자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그가 최단시일 내에 통치자로 등극하게 된 것은 스탈린이 친소위성국가를 만들 적임자로 김일성을 간택했기 때문입니다. 소련점령군은 김일성의 항일경력을 과대포장하고 그의 정적들을 제거해 나갔습니다. 이 덕에 김일성은 하루아침에 '항일의 천출명장'으로 둔갑하였습니다. 모래로 쌀을,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었으며, 축지법까지 쓰는 전능자가 되었습니다. 이런 방식의 우상화는 김정일과 김정은으로 이어져 지금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상화는 거짓과 날조, 왜곡을 그 본질로 하고 있다는 한계로 인해 언제든 붕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북한이 가공할 공격력과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진 강대한 국가가 된 것은 김정은의 탁월한 영도력 때문"이라며 '김정은조선' 표현을 4회에 걸쳐 사용했습니다. '김정은조선 선전전'에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최근 화성-17형 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을 끝냈으며, 전술핵군사훈련을 연거푸 실시해 핵전쟁준비태세가 완비되고 있음을 과시했습니다. 더욱이 극초음속미사일과 핵탄두 소형화의 '발전적 성과'를 보여주는 시험결과와 실물사진도 공개했습니다. 북한은 김정은의 핵무기 개발 질주를 '역대급 업적'으로 선전하는데 모든 매체를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김정은 '공적 부풀리기' 맥락을 고려해 볼 때 '김정은조선' 선전강화 조치는 김정은의 핵무기 개발성과를 김일성과 김정일의 업적에 견주어 손색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켜 김정은 세습권력의 정당성을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또한 '후계자 이미지'를 탈색하고 '후광정치'에서 벗어나 선대들과 동등한 위상을 확보해 보려는 선전작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김정은조선의 첫 년대는 인민의 오랜 숙원인 강국의 꿈을 실현하고 100년, 1,000년의 미래까지도 담보할 수 있는 강대한 힘을 비축한 10년"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은 지난 2012년 4월 첫 공개연설에서 주민들에게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약속은 뒤로 하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준전시상태 선포, 핵전쟁준비와 같은 군사력강화에 올인했습니다. 주민들에게는 제2의 고난의 행군을 독촉하고, 1960년대 농촌테제 수준의 내용을 새로운 농촌혁명강령으로 내놓았습니다. 주민들의 삶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춥고 배고픕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여전하며 북한핵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주변국의 군사력은 갈수록 위협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안보딜레마를 극복할 실질적인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막연한 낙관론만 외치는 기사내용을 보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할 것입니다.
양성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