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사회주의무릉도원 건설이 ‘혁명적 본분’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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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양성원: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4월 15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후손답게 주체조선의 존엄을 끝없이 빛내여 나가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태양절(4.15, 김일성 출생 기념일)을 '민족최대의 경사의 날', '인류공동의 혁명적 명절'로 선전하면서, 김일성의 생전 업적으로 '영생불멸의 주체사상 창시'와 '노선상 착오와 편차없는 영도', '자주정치의 세계사적 본보기 창조와 경제국방병진노선 선포 등을 내세웠습니다. 이로 인해 북한은 세계정치의 중심에 서서 낡은 국제질서를 허물며 역사의 흐름을 주도하는 자주강국이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천하제일강국, 사회주의무릉도원을 일떠세우는 것이 김일성 후손들의 혁명적 본분"이라고 역설했습니다. 특히 "북한을 세계가 우러러보는 지상낙원으로 만들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김정은의 참된 충신이 되어, 당중앙위 결정관철에 한 사람같이 떨쳐나서며, 그의 두리에 철통같이 뭉쳐 사회주의건설의 전면적 발전을 힘차게 다그쳐 나가자"고 촉구했습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김일성의 업적을 '민족사와 인류사상사, 현대정치사' 측면에서 조명하면서 그를 "민족의 태양, 만고의 은인, 희세의 정치원로"라고 선전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지성을 무시하는 왜곡보도 같은데,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김일성동지는 영생불멸의 주체사상을 창시하고 철저히 구현하여 조국과 인민 앞에 만고불멸의 업적을 쌓아올린 탁월한 수령, 절세의 애국자"라고 적고, "그가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주체의 기치를 높이들고 수십성상 사소한 노선상 착오나 편향도 없이 북한을 승리와 번영으로 이끈 혁명실천은 현대정치사에 특기할 기적"이라고 칭송했습니다. 또한 제국주의자들에 대항하여 "자주정치의 세계사적 본보기"를 창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자신들의 입맛에 맛는 일방적인 평가일 뿐입니다. 그의 민주기지노선은 6.25남침으로 동족상잔의 비극을 낳았고, 주체사상은 수령숭배와 세습독재 체제구축 이데올로기로 변질되었습니다. 경제국방병진노선과 4대군사노선, 3대 혁명역량강화와 3대혁명 노선, 자력갱생노선은 북한을 세계 최빈국과 불량병영국가로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김일성의 업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공과를 도출하고 참된 교훈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북한이 세계정치의 중심국으로 떠올라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강국으로 된 기세를 몰아, 이제는 '사회주의무릉도원' 건설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의 '지상낙원' 건설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매체들은 '공산주의 이상사회건설'이라는 당의 최종목적을 글쓰기의 종자로 삼아 지상낙원 건설을 촉구하는 선전선동기사들을 무시로 내놓습니다. 이번 사설은 인민들에게 '무릉도원'이라는 동양적 유토피아 용어까지 동원하여 실현 불가능한 이상사회실현을 '혁명의 본분'으로 삼을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주장이든 실현 가능성이 있을 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핵전쟁 위기조성과 협박에 몰두하고 있는 북한은 이상사회를 건설할 주체가 될 수 없습니다. 무릉도원건설을 위한 구상과 방법, 수단에 대해 합리적인 현실비판이 완전히 배제되어 있는데다, 3대 세습정권에 대한 역사적 성찰도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통치이념과 노선 및 전략에는 자유와 인권을 침해하고 부정하는 요소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북한통치집단이 주장하는 이상사회는 수령 한 사람만을 위한 이상사회인 것입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김정은이 선대들의 '사회주의 승리역사'를 굳건히 이어가고 있어, 김일성민족, 김정일조선은 끝없이 밝고 창창하다"며 "모든 일군과 당원, 근로자들은 주체조선을 세계가 우러러보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런 주장을 펼친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북한이 김정은을 중심으로 똘똘뭉쳐 그가 가리키는 한길을 따라 억세게 나아갈 것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외면과 제재장기화로 사상초유의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인민들은 불안과 좌절, 절망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이런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주마가편식으로 핵무력강화와 독재권력을 철옹성처럼 더욱 공고히 하는 처방책을 내놓고 연일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원하는 '국제사회의 핵보유국 인정과 대북 경제제재 해제'의 꿈을 실현할 실마리를 전혀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의 핵능력강화 활동을 선대의 '대업'에 못지 않는 성과로 부각시킴으로써 권력정통성을 견고히 하고, 또 '새로운 목표 던지기'를 통해 내부결속을 도모해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인 핵무기개발에 질주하고 있는 한, 북한을 우러러볼 나라는 지구상에 단 한 나라도 없을 것입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주체조선을 세계가 우러러보게 한다"는 것은 북한을 강대국으로 만들고, 무병무탈하며 유족한 문명생활을 누리는 "지상낙원으로 전변"시키는 것이라고 제시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인간의 '지상낙원' 건설에 대한 꿈은 수천년 동안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플라톤의 이상국가를 시작으로 인간의 사변이성을 통해 남긴 구상과 계획, 이를 현실세계에서 실현하려는 구체적인 노력도 간단없이 시도되어 왔습니다. 사회주의, 공산주의도 지상낙원을 약속합니다. 하지만 지상낙원(유토피아)은 현실세계에는 없는 '이상향'이라는 의미가 말해 주듯이 인간사회에서는 실현될 수 없습니다. 공산주의 이상사회는 30여 년 전 소련과 동구권의 몰락으로 실현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낙원을 외치는 것은 혹세무민입니다. 이제 주민들은 수십년 째 먹는 문제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불가능한 미래'만을 주장하는 통치집단의 무능에 대해 질책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양성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