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 안녕하세요.
양성원 :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 네. 4월 28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수령에 대한 충실성은 가장 열렬한 애국자이다'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세월을 주름잡는 기적들이 연이어 창조되고 있는 경이적인 현실은 "당중앙의 사상과 영도를 일심전력으로 받들어 나가는 인민의 진함없는 충성심에 의해 이룩된 고귀한 결실"이며, "수령에 대한 충실성은 주체조선의 영원한 불가항력이며 백승의 보검"이라고 선전했습니다. 애국심이란 "수령에 대한 충성의 마음과 잇닿아 있다"고 적고, 수령의 사상이론은 "조국의 륭성번영과 인민의 존엄높은 삶을 위한 혁명학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김정은을 "운명의 태양으로 높이 받들어 모시고 결사옹위해 나가는 우리 인민의 충실성은 애국의 최고표현"이라며 "생각을 해도, 꿈을 꾸어도, 노래를 불러도, 삶의 순간순간을 총비서동지를 더 잘 받들기 위해 피타게 사색하고 노력해나가는 인민이 될 것"을 촉구했습니다. 더 나아가 "혁명은 대를 이어 계속되는 장기적인 위업"이므로, "전체 인민은 김정은에 대한 충실성을 대를 이어 변함없이 물려주고 물려 받는 제일재보"로 여기고, 이를 "매 가정의 굳건한 가풍으로 또 우리 국가 특유의 국풍으로 끝없이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양성원 : 이번 기사는 북한에서 수령이 차지하고 있는 지위와 역할을 하나 하나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북한이 '수령절대주의체제'라는 사실을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사회주의사상사 측면에서 역사적 후퇴가 아닐 수 없는데,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 이번 기사는 수령은 "조국과 민족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의 길을 개척하고 그 투쟁을 승리로 향도"하며, 수령의 사상이론은 "조국의 융성번영을 이룩하고 인민들을 존엄높이 잘 살게하기 위한 혁명학설"이며, 수령의 영도는 "나라와 민족의 지위를 최상의 높이에서 빛내이는 영도"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수령의 위대성이 곧 "국가의 강대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모두 사실과 다릅니다. 만약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이 노동신문 선전처럼 '탁월한 수령들'이었다면 북한엔 벌써 인민의 꿈과 이상이 실현된 공산주의사회가 건설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주의조차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소련의 수령 스탈린도 거짓으로 수령노릇을 하다가 사망한 뒤, 그의 동상이 분노한 인민들에 의해 끌어 내려지고 파괴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수령이 지배하는 시대는 종식되어야 마땅합니다.
양성원 : 이번 기사는 "애국은 김정은 조국에 대한 열렬한 사랑이고 헌신"이며, 애국심은 "수령에 대한 충성의 마음"이고, "김정은을 결사옹위하는 것이 "애국의 최고표현"이라고 선전했습니다. 이런 북한식 애국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일반적으로 애국심은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에 대해 긍지를 갖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충성과 헌신을 다하려는 의식과 신념을 말합니다. 북한의 애국심에는 수령이 국가보다 더 핵심에 놓여 있습니다. 이것은 애국심에 대한 심각한 왜곡입니다. 되돌아 보면, 북한 인민들은 자기의 손으로 수령을 직접 뽑은 적이 없을 뿐아니라 수령에게 절대 복종한다거나 목숨으로 수령을 사수한다는 충성맹세를 자발적으로 한 적이 없습니다. 당의 유일사상체계확립 10대 원칙과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확립 10대 원칙을 만들어 수령절대주의체제를 만들고 전체 인민을 그 틀에 옭아매는 반인민적 책동을 주도한 사람은 다름아닌 김일성과 그의 친동생 김영주, 김정일, 김정은입니다. 수령세습을 규정한 10대 원칙 제10조는 김정일이 만들었습니다. 수령 숭배와 세습을 '애국심 개념'에 포함시키는 것은 '세상의 조롱거리'가 될 것입니다.
양성원 : 이번 기사는 "생각을 해도 현지지도의 길에 계시는 총비서동지에 대한 생각"을 하고 "꿈을 꾸어도 총비서동지를 뵈옵는 꿈"을 꾸며, "노래를 불러도 총비서동지의 안녕을 바라는 노래"를 부를 것을 요구했습니다. 전체 인민을 김정은의 수족으로 만들려는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이번 기사는 '북한식 애국심'을 무장하고 주야장천 김정은만 생각하며 충성을 다해야할 대상으로 젊은 세대를 지목하고 있는데요. "우리 청년들의 숭고한 정신세계는 조국보위초소로 달려나가고 앞을 다투어 힘든 부문으로 용약 탄원진출하는데서 찾아볼 수 있다"는 주장이나, "당중앙의 사랑에 피끓는 청춘을 바쳐 보답하려는 우리 청년들의 굳은 맹세"를 언급한 부분 그리고 "미래를 위해 투신하는 혁명적인 청년들은 우리 청년들뿐이다"라는 선전과 "훌륭한 새세대들이 있기에 미래에 대한 신심과 낙관이 충만되어 있다"는 표현들이 바로 그 사례입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 볼 때 김정은 집권이후 10년째 계속되고 있는 경제실패와 청년험지 강제배치, 4대세습을 시사하는 김주애 대동 행보 등으로 인해 젊은층의 수령 지위와 역할에 대한 부정적 기류와 세습에 대한 불만을 제압하고 이들의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을 끌어내 보려는 '충실성 교양'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양성원 : 이번 기사는 인민들에게 "태양이 없는 꽃을 바랄 수 없듯이 수령이 없는 강대한 국가와 참다운 생활은 생각할 수 없다"며, "수령의 안녕과 권위를 결사옹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북한은 수령을 태양에 빗대어 선전하면서 '태양신'처럼 숭배할 것을 강요합니다. 그래서 김일성의 생일은 '태양절'로 명명되었고 그의 동상 역시 '태양상'으로 불립니다. 사회주의 완전승리와 공산주의 이상국가 건설을 추구하는 북한에서 신(神)을 인정한다거나 개인을 신격화하는 것은 이념적 모순입니다. 또한 수령은 인간집단의 생사화복을 주관하는 진정한 신이 될 수 없습니다. 잘해야 사이비 신입니다. 이번 기사는 스스로 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수령이 태양과 같은 신이라면 인민들이 그를 결사옹위하지 않아도 될 일입니다. 주민들은 이미 설득력이 상실된 수령론을 빈약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를 펼치고 옹호하고 나선 이번 기사에 대해 군색함과 구차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양성원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