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양성원: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5월 5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영원한 백승의 진리, 혁명은 단결, 단결은 곧 승리"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1936년 5월 5일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조국광복회창립을 온 세상에 선포하였다"고 적었습니다. 김일성은 1936년 5월 초에 만주 동강의 '조선인민혁명군 군정간부회의' 보고에서 "조국광복회창립의 의의와 조국광복회의 성격, 조국광복회 강령의 기본내용을 밝히고 조국해방의 기치밑에 전 민족을 하나의 정치적 역량으로 결속시킬데 대한 과업을 제시"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이 회의에서 "김일성은 조국광복회 회장으로 추대되었으며, 조국광복회는 김일성의 정력적인 영도아래 각이한 계급과 계층들을 하나의 정치적 역량으로 튼튼히 묶어세워 민족해방위업에 적극 떨쳐나서도록 했다"고 기술했습니다. 해방 후 북한은 김일성이 이룩한 민족통일전선운동의 업적과 민족대단결의 전통이 있었기에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을 성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고, 조국해방전쟁에서 위대한 승리를 안아 왔으며, 사회주의건설을 줄기차게 전진시켜 올 수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김일성에 의해 마련된 이 같은 '단결의 전통'은 오늘 "김정은동지에 의하여 빛나게 계승"되고 있다면서 "단결의 계승문제는 곧 영도의 계승문제"라며 김정은의 독재권력세습을 정당화하였습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김일성이 항일민족통일전선인 '조국광복회'를 창립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조국광복회는 우리민족의 '항일운동사'에 없는 조직 아닌가요? 김일성의 항일경력 날조라고 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기사에 따르면 1930년대 중에 조성된 혁명정세는 "반일민족통일전선운동을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킬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었는데 이런 요구를 깊이 통찰한 김일성이 "상설적인 통일전선조직체를 내오고 반일민족통일전선운동을 항일무장투쟁과의 긴밀한 연계밑에 전국적 범위에서 더욱 확대 발전킬 데 대한 방침을 내놓았을 뿐 아니라 조국광복회 10대강령과 규약, 창립선언을 몸소 작성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모두 날조된 거짓말입니다. 만주지역 항일운동사에서 '조국광복회'라는 단어와 관련된 자료는 2건이 확인되고 있는데요. '재만한인조국광복회 선언'과 '재만한인조국광복회 목전 10대 강령초안'입니다. 이 두 문건은 1936년 6월 6일자로 되어 있고 선언 발기인은 오성륜, 엄수명, 이상준 3인으로 되어 있으며, 선언문 기초는 소련 동방근로자공산대학출신 오성륜(전광의 본명)이 하였습니다. 김일성이 창설했다는 '조국광복회'는 역사적 기록에 의해 입증되지 않고 있습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해방 후 북한이 반제 반봉건 민주주의 혁명과 조국해방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김일성이 조국광복회 활동에서 구축한 '단결의 전통'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체제형성기 역사왜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해방후 북한을 점령한 소련점령군은 스탈린의 지시를 받아 북한 지역 '공산화 프로그램'을 신속하게 추진했습니다. 1946년 3월 무상몰수 무상분배를 내용으로 하는 토지개혁과 6.25남침전쟁의 기획과 전략도 모두 소련군정과 이곳에 파견된 한국계 소련군인 및 소련정보기관 종사자들이 주도하여 만든 것입니다. 다만 김일성은 이들이 북한지역 공산화를 위해 '앞에 내세워야 할 인물'로 선택되었을 뿐입니다. 6.25남침전쟁은 김일성의 수십 차례에 걸친 간청을 스탈린과 모택동이 허용함으로써 일어난 전쟁입니다. 김일성이 일으킨 6.25전쟁에 대해 국제적 비난이 빗발치자 스탈린은 비난과 책임모면을 위해 군사적 지원을 중단하였고 이로 인해 북한전역은 초토화되었으며, 항미원조 기치밑에 참전했던 중공군까지 수십만명의 사상자를 내게되면서 급하게 휴전을 요청했던 것입니다. 김일성의 조국해방전쟁은 철저히 실패한 전쟁으로, 이제는 전쟁의 진상과 책임소재를 정확하게 밝혀야 할 때입니다.
양성원: 일제시대 만주지역 항일운동에 관한 연구는 일본과 중국, 소련 자료가 공개되면서 일단락되었고 북한이 주장하는 김일성의 항일 경력은 대부분 허위로 드러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김일성의 '날조된 경력'을 계속 선전하고 있는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가장 큰 이유는 김정은 정권의 잘못된 통치이념 때문입니다. 김정은은 2012년 4월 담화에서 통치이념으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내세웠습니다. 2021년 1월 8차당대회에서 이를 공식화하고 '위대성 교양'을 '혁명전통교양'으로 변경했습니다. 김일성주의(주체사상)는 김일성의 항일운동위에 세워져 있으며, 김정일주의(선군사상)는 김일성의 '무장투쟁'을 계승강화한 것입니다. 김정은은 김일성의 '항일혁명전통'을 유난히 강조하고 김일성의 외형과 습성까지 통치에 활용합니다. 김정은은 김일성의 조작된 '항일운동'을 '혁명전통'으로 포장하여 김씨 일가 숭배와 수령절대주의, 혈통세습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김일성의 항일경력 조작은 1930년대 중후반부터 해방시점까지 그의 실제 행적이 '북한선전'과는 다르다는데 기인합니다. 그러나 날조된 선전은 북한 주민들에게 곧 들통날 것이며 역사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항일의 불길 속에서 마련된 단결의 전통은 오늘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에 의하여 빛나게 계승되고 있으며 그 위력은 비상히 강화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 주장은 김일성이 '힘있는 사람은 힘으로, 지식있는 사람은 지식으로, 돈있는 사람은 돈으로' 라는 구호를 통해 각계 각층 사람들을 단결시켜 항일통일전선조직 '조국광복회'를 창설한 것처럼, 김정은이 김일성의 '단결전통'을 계승하여 더욱 강화시키고 있으므로, 북한 주민 모두가 김정은의 두리에 굳게 뭉쳐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항일통일전선조직의 필요성은 1935년 코민테른 7차대회에서 결정된 것이며 그 전에 중국공산당에서 이미 초보적으로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조직들의 활동을 자신의 공적으로 가로채는 김일성 특유의 경력조작을 따라 배워서는 안될 것입니다. 김정은이 핵무기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것을 '단결의 전통계승'으로 이해하고 따를 북한 주민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양성원: 이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