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항일유격대식 군중정치사업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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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6월 9일자 2면에 수록된 ‘군중교양사업의 성과는 당(黨) 초급선전일꾼들의 수준에 달려 있다’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군중교양사업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당 초급선전일꾼들의 정치실무수준이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항일유격대의 군중정치사업 전통을 이어 받은 정치 공작원 답게 자기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피나게 학습하고 노력함으로써 당이 바라는 붉은 선전원과 선동원이 될 것을 주문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지난 3월 6일과 7일 평양에서 18년만에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를 개최했습니다. 김정은은 ‘참신한 선전선동으로 혁명의 전진동력을 배가해 나가자’라는 서한을 보내, 선전일꾼들에게 대중교양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바 있습니다. 그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선전일꾼들의 군중교양사업 성과를 점검하고 질책성 독려에 나선 것인데요, 관련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논설은 초급선전일꾼들의 임무를 “광범한 군중을 당의 두리에 묶어 세우고 그들을 당(黨) 정책관철로 힘있게 조직 동원하는 사업”으로 밝혔습니다. 선전일꾼들에게 조직 동원자 역할을 요구한 것입니다. 그리고 선전선동사업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은 초급선전일꾼들의 정치실무수준이 낮기 때문이라며, “자기의 한계를 돌파하여 팔방미인형 선전일꾼으로 준비해나갈 것”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초급선전일꾼들은 당의 사상과 의도를 명확히 깨닫고 철저히 관철해 나갈 수 있는 정치이론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상교양사업이 잘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누구를 만나 물어 봐도 당(黨)에서 내놓은 노선과 정책을 제 집안일처럼 환히 알고 있고 그 관철에 떨쳐 나설 때, 당 정책관철에서 뚜렷한 실적을 낼 때 알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초급선전일꾼들의 성과평가기준까지 제시한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북한 사회 각 단위의 군중들이 당(黨) 노선과 정책에 대해 소원(疏遠)한 이유를 초급선전일꾼들의 저급한 정치실무수준 때문이라고 예단하면서, ‘초급선전일꾼들의 정치이론수준 제고’라는 처방전을 내놓았습니다. 노동신문의 이런 진단과 처방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체제는 초급선전일꾼들에게 언론의 역할과 기능을 요구하고 있는 데요. 북한 언론은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선전하고 선동하며 조직하는 ‘도구적 기능’과 계속 혁명을 위한 ‘무기적 기능’을 주 임무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당 초급선전일꾼들은 주민들을 직접 대면하여 정치사상교양을 실시하는 최 일선의 사상교육 선봉대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개인의 자유재량으로 사상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당에서 작성하여 내려 보낸 ‘강연자료’나 ‘학습제강’과 같은 교양지침 범위 내에서 사상교육을 실시해야만 합니다. 대부분의 강연자료나 학습제강의 목적은 무너져 없어진 사회주의를 끝없이 옹호하고, 정당성이 없는 세습독재를 칭송하며, 주민의 풍요로운 경제적 삶을 포기하고 있는 당 정책과 노선을 선전하는 것입니다. 선전일꾼들의 능력을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강연자료’나 ‘학습제강’의 잘못된 내용을 지적했어야 옳았을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당 정책과 노선’이 말단 주민에 이르기 까지 깊이 있게 침투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심각한 문제점으로 토로(吐露)했습니다. 이런 문제점이 군중교양사업을 일선에서 담당하고 있는 초급선전일꾼들의 잘못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인데요. 당 정책과 노선이 북한 주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주민들의 ‘당 정책과 노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및 태도는 이를 교육하는 초급선전일꾼들의 준비부족 때문이 아니라 ‘당 정책과 노선’이 주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만큼 참신하고 희망적이며 혁신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북한 체제는 ‘당 정책과 노선’을 “김일성과 김정일의 위대한 혁명사상의 구현”이라고 귀가 따갑게 선전하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투쟁방식 고수와 유일 세습독재정권 구축, 비상식적인 핵무기 개발을 무조건 합리화하고 정당화 하는 구태의연한 혁명사상들을 구현하는 데 맞춰진 당 정책과 노선이 21세기 첨단문명시대에 북한 주민들의 구미에 맞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당 정책과 노선에 실망하는 이유는 북한 혁명사상의 후진성과 폐쇄성, 비현실적인 내용과 성격에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사람들이 공기를 들이 마시듯이 당(黨)의 사상을 체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선전일꾼들은 작업장과 출퇴근길, 일상생활까지 선전활동에 철저하게 이용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한사코 군중교양사업에 매달리는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대다수 주민들은 태어나서부터 70여년 동안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심각하게 정체되거나 지체된 체제 안에 장기간 갇혀 살아왔습니다. 공산주의 선전 선동 술에 속아 오랜 세월을 견뎌 왔습니다. 북한 통치세력들은 선전과 선동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공산주의종주국의 패망 원인을 무리 없이 속여왔고, 북한식 사회주의 승리의 필연성을 각인시키는데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북한 통치세력들은 선전선동을 통해 주민들의 생각과 사상을 얼마든지 개조하고 조종할 수 있다는 대(對) 주민 사상공작에 대한 확증편향(確證偏向)이 가장 큰 원인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히틀러의 선전선동 통치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듯이 북한의 선전선동 공작정치도 그 효력을 다해 가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초급선전일꾼들에게 “항일유격대 군중정치사업의 전통을 이어 받은 정치공작원이 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런 주장이 초급선전일꾼들과 북한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이 김씨 일가 우상화를 위해 사용하는 특정 용어 중의 하나가 ‘항일유격대’입니다. 이 용어는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을 부각시켜 김씨 일가의 정치권력 독점을 정당화하려는 의도에서 구사돼왔습니다. 이번 논설 역시 김씨 일가 우상화와 김정은 정권의 정당성 강화차원에서 작성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정권의 정당성을 아득한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전망에서 찾는 추세입니다. 특히 미래전망이 없는 정권이나 체제는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초급선전일꾼들과 북한 주민들은 항일유격대 시절 정치공작을 강요하는 정권에게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