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6월 15일자 2면에 수록된 ‘당의 영도는 사회주의국가건설과 활동의 생명선’이라는 논설입니다. 이번 논설은 “당(黨)을 사회주의정권이 나아갈 지침을 밝혀주고 모든 국가활동을 올바로 진행해 나가도록 이끌어 주는 향도적 역량”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당은 인민대중의 의사와 요구를 집대성한 노선과 정책을 제시하여 정권의 활동방향을 밝혀주고 정권기관들이 인민대중의 이익과 요구에 맞게 활동하도록 정책적으로 이끌어준다”고 주장하여, 정권에 대한 당의 향도적 역량을 새삼 강조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당의 지위와 역할을 주지(周知)시키면서 유난히 ‘당의 향도적 역량’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향도적 역량’ 중에서도 ‘통일적 지도 기능 강화’를 요청하고 있는데요. 관련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그렇습니다. 이번 논설은 “당의 영도는 사회주의국가가 사회에 대한 통일적 지도와 전반적인 사회주의건설을 위한 투쟁을 올바로 조직 진행해 나갈 수 있게 하는 생명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당을 “혁명투쟁이 나아갈 앞길을 밝혀주고 승리의 길로 이끌어 가는 향도적 역량”이라고 그 성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향도적 역량’으로부터 당(黨)의 두 가지 지위를 이끌어내고 있는데요. 첫째, 당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다른 조직들을 ‘통일적으로 지도하는 최고형태의 조직’이고, 둘째 당은 혁명과 건설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모든 사업을 조직 지휘하는 ‘혁명의 참모부’라는 것입니다. 이번 논설은 “사회에 대한 통일적 지도를 보장하는 것은 사회주의국가의 기본 기”이며, 사회에 대한 국가의 통일적 지도를 원만히 실현하자면 당의 영도에 충실하여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통일적 지도의 최고형태 조직” 이라는 당(黨)의 지위와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이 당의 ‘지위 및 역할’과 관련하여, 북한 사회의 모든 부문과 모든 단위에 있는 당(黨) 조직을 동원하여 “나라의 전반사업을 통일적으로 장악하고 지도할 것”를 강도 높게 주문했습니다. 북한 통치세력들의 이와 같은 당의 역할 주문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논설은 조선노동당의 북한체제 전반에 대한 ‘통일적 지도’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1980년대 말 사회주의권 몰락 원인에 대한 자의적 규명에서 찾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사회주의국가에서 당(黨)은 민주집중제에 기초한 ‘집단적 지도조직’의 지위와 역할을 하도록 돼있습니다. 그러나 급격하게 몰락한 동유럽사회주의국가들은 당을 ‘수령의 영도’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무기로 그 기능을 변질시켜 제 구실을 하지 못함으로써 체제종말을 초래했던 것입니다. 당(黨)의 집단적 지도조직 기능이 정상대로 작동하고 활성화됐더라면 독재자의 출현이나 개인숭배와 같은 봉건시대의 유물을 답습하지는 않았을 것이며, 인민들의 봉기로 체제가 무너지는 현상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당(黨)의 ‘향도적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 중 하나를 “당(黨)의 현명한 영도아래 북한이 지난 70여 년간 사회주의건설의 시대적 모범을 창조했고, 자본주의가 흉내 낼 수도, 가질 수도 없는 ‘사회주의의 우월성’이 높이 발양됐기 때문”이라고 선전했습니다. 이런 주장은 역사적 사실과 전혀 다른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북한을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전락시킨 당을 찬양하는 것은 북한 주민 모두가 믿지 않을 것입니다. ①우선 사상적 측면에서, 지도자 우상화 논리에 지나지 않는 김일성-김정일 주의를 공식 지도이념으로 삼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조롱거리입니다. ②정치적으로 노동자계급 당(黨)인 조선노동당이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파기(破棄)하고 스탈린 식 ‘수령 독재’를 그대로 답습한 것도 모자라 봉건왕조적 정치체제를 만든 것은 역사적 후퇴입니다. ③경제적으로, 인민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주요 산업과 기업소를 인민경제에서 제외시킨 것은 인민들의 굶주림을 끝까지 방치하겠다는 것으로 해방과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주의이상을 포기한 것입니다. ④군사적으로 시대착오적인 핵무기 개발에 몰두해, 체제를 고사직전의 위기로 몰아 넣은 것은 반(反)공화국 범죄로 됩니다. 이렇듯 북한 사회주의를 질곡(桎梏)으로 빠뜨린 조선노동당의 무능을 찬양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語不成說)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조선노동당을 사회주의건설의 시대적 모범 창조”라는 최상의 용어로 찬양했습니다. 또한 북한 체제의 앞날이 ‘당의 영도’에 달려 있다며, 북한 정권의 모든 기관과 모든 조직들이 ‘당(黨)의 영도’에 충실히 따를 것을 요구했습니다. 현 시점에서 북한 통치세력들이 ‘당(黨)의 영도’를 강조하고 나선 원인과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원인을 분석해 볼 수 있습니다. 그 하나는 사회주의독재 중에서도 기형적으로 발전한 ‘수령 독재’에 닥칠 치명적 위기를 어떻게 해서든 막아보자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체제위기의 최대고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런 체제위기를 있는 그대로 밝힐 경우 그 책임이 ‘수령 영도’체제하에서 수령에게 직접적으로 돌아가고 ‘수령 독재’의 명분도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지금의 북한체제 위기가 장기화 되고 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을 찾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당의 영도’를 잘못 집행했다는 명분을 만들기 위한 술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령의 잘못이나 당의 잘못이 있을 때마다 엉뚱한 희생양을 만들어 숙청함으로써 위기를 넘기는 방식은 북한 독재정권의 오래된 생존방식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인민대중은 사회주의국가의 뿌리이고 지반이며 그 발전의 담당자”라고 추켜세웠습니다. 그러면서도 최종적으로는 인민들에게 ‘당의 영도’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요했습니다. 이처럼 앞뒤 안 맞는 주장이 북한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주민들은 지난 70여 년 동안 ‘당(黨)의 영도’를 철석같이 믿고 따라왔지만 주민들 앞에 차려진 것은 언제나 껍데기뿐이었습니다. 광복직후 당(黨)의 토지무상분배를 믿고 지주와 자본가 처단에 앞장섰지만 얼마 안가 토지는 다시 몰수 되었습니다. 1950년 민족해방을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켰지만 남은 것은 한반도 전역이 잿더미가 되는 민족최대의 재앙만 불러왔습니다. 이후 수십 년 동안3대(代)에 걸쳐 ‘인민의 행복이 꽃피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나, 현재의 경제사정은 그 약속이 감언이설(甘言利說)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당의 영도’를 더 이상 기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