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6월 28일자 6면에 수록된 “반통일세력들의 준동을 짓부셔버려야 한다”라는 ‘정세론 해설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국정부에 대해 2018년에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한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을 적극 이행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군사당국이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해 “불신과 대결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한편, “해 내외의 온 민족은, 내외 반통일세력들의 도전을 짓부시고, 남북관계개선과 평화 통일을 향한 현 정세의 흐름을 힘있게 추동해야 한다”고 선동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올해 상반기 내내 한국 정부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심지어 지난 6월 30일 남한과 북한, 미국의 세 정상들이 판문점에서 전격적인 회동을 갖기 직전까지 한국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로 지칭하며 강도높게 비난했는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북한의 한국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한국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필요성을 언급할 때 유난히 심했습니다. 한국 대통령이 북유럽 순방 중에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필요하다”는 발언과 관련해 “어처구니 없는 발언이며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도 한국의 대통령을 겨냥해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은 그 누구의 승인을 받고 채택한 것이 아니므로 누구의 비위를 맞추고 눈치를 볼 것이 없다”고 폄하했습니다. 특히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자주정신을 흐리게 하는 사대적 근성과 민족공동의 이익을 침해하는 외세의존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것을 남북관계 개선에 복종시켜야 한다”고 훈시하듯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북미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북미간, 그리고 남북한간 교착국면의 책임은 미국과 한국에 있기보다는 북한의 느리고 성의 없는 비핵화 조치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 대통령이 “자주성이 없이 외세에 휘둘리고 있다”면서 “사대와 외세 의존은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위업 실현에 백해무익하다”고 공격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막무가내식 비판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가 미국과 북한 간의 문제이고 한국은 북한 비핵화의 당사자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한국은 남북관계개선을 위해 북한의 요구에 충실하게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 핵의 직접적인 위협 아래에 놓여 있기 때문에 북한 핵 문제의 엄연한 당사자입니다. 한국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주변국과 공동 대응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한국이 북한 핵 문제해결을 위해 미국 및 국제사회와 공조하는 것 역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지구촌 공동안보를 위해 해야만 하는 의무사항입니다. 또한 북한이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 러시아 정상들을 빈번하게 만나는 것이 ‘사대와 외세 의존’으로 될 수 없다면, 한국 대통령이 관련 당사국의 정상들과 회담을 갖고 공동보조를 맞추는 일 또 한 ‘사대나 외세의존’으로 될 수 없습니다.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북한의 핵무기입니다. 북한이 성실하게 비핵화 조치를 단행할 경우 민족의 화해와 단합은 저절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한국의 대통령에게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하라면서 “민족의 근본요구 및 이익문제를 놓고 남을 쳐다보며 좌고우면 할 것이 아니라, 제 할 소리를 당당히 해야 한다”며 다그쳤습니다. 그리고 대미문제에서 북한 편에 확실하게 설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런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한국과 북한이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서 상호이행하기로 약속한 내용들은 한국과 북한 사이에, 국제사회와 북한 사이에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어야만 이행될 수 있는 문제가 태반입니다.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인해 지리멸렬할 위기에 몰린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갑작스럽게 표명하면서 한국을 통해 미국과 ‘북한 비핵화’ 문제를 협상하겠다는 요청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북한은 한국의 역할에 힘입어 트럼프 대통령을 3차례나 만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이런 사실을 잊고, 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전혀 하지 않는 상황에서 명분도 없이 한국의 대통령에 대해 북한 편에 설 것을 요구하는 것은 구사일생의 도움을 준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 더러, 배은망덕한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해 내외의 온 민족’이 합동군사훈련과 같은 한국 내 일련의 반북(反北)흐름과 내외반통일세력들의 도전을 짓 부시며, 남북관계개선과 평화, 통일투쟁에 힘차게 나설 것을 선동했습니다. 북한이 이런 대외 선동에 나선 원인과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 판문점 회동’을 제안하기 전까지 교착상태에 빠진 대미(對美), 대남(對南)관계를 타개할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미교착국면 타개를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전통적인 북한 지지세력으로 확고하게 붙잡아두고, 한국을 미국으로부터 분리해 낸다면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것입니다. 동북아시아 역내에서 일본과 미국을 한편으로 하고 한국과 북한, 중국과 러시아를 한편으로 묶을 수만 있다면 대미(對美) 대결에서 외교적 승산이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이런 전략적 계산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이 민족공조를 명분으로 북한편에 설 것을 압박하는 선전선동공작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오중석: 한국이 미국에 등을 돌리고 북한편에 설 것을 요구하는 이번 기사가 대내외 독자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한국공산화를 위해 도발한 6.25전쟁을 함께 싸워 극복한 혈맹입니다. 한미동맹은 세계적으로 가장 모범적이고 효율적인 동맹관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아직 6.25전쟁은 끝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종전이 선언되고 한반도 평화체제가 굳건하게 세워진 후에야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공조가 가능할 것입니다. 북한의 핵 무력 보유로 인해 한반도 안보상황이 악화된 상태에서 한국이 지난 70여 년간 한반도 평화의 핵심 균형 추 역할을 해온 한미동맹을 스스로 파기하고 대북공조에 나설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직은 시기상조입니다. 북한의 한국에 대한 민족공조나 대북공조 요구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