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선대수령들의 유훈 관철 투쟁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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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7월 8일자 1면에 수록된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유훈을 철저히 관철하여 주체조선의 존엄과 강성번영의 기상을 힘있게 떨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김일성의 유훈에는 혁명과 건설에 나서는 이론실천적 문제들이 전면적으로 밝혀져 있으며 사회주의건설의 진로가 뚜렷이 명시되어 있으므로 당과 일꾼, 모든 근로자들은 유훈 관철투쟁을 과감하게 전개하여 사회주의강국건설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이룩해 나가야 한다”고 유훈 통치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선전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김일성 사망 25주기를 기념하여 작성한 사설로, 1994년 7월 8일 김일성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시작된 김정일의 ‘유훈 통치’를 유난히 강조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김일성 사망 이후 김정일의 ‘유훈 통치’를 극찬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의 유훈 통치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요. “수령님들의 유훈을 철저히 관철하여 이 땅 위에 기어이 천하제일강국, 인민의 낙원을 일으켜 세우려는 것이 김정은의 변함없는 신조”라는 것입니다. “지난 25년간 유훈 관철 전(戰)의 불길이 세차게 타오르는 속에서 국가의 존엄과 국력은 최상의 경지에 올라서게 되었다”며, 대(代)를 이은 유훈 통치가 북한 정치에서 ‘최고의 업적’을 이룩해 낸 양 칭송했습니다. “앞으로도 김일성과 김정일을 영원한 태양으로 모시고 수령님들의 유훈을 한치의 드팀도, 한걸음의 양보도 없이 철저히 관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죽은 자들이 살아있는 사람들을 통치하는 북한 특유의 유훈 통치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북한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유훈 통치’의 정당성을 끊임 없이 선전하며 미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유훈 내용과 유훈 통치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김정일과 김정은의 유훈 통치 중에 공통된 내용이 있는데요. 이번 사설에서도 적고 있듯이 “혁명의 대를 있는 것, 영도의 계승”입니다. 다른 말로 말씀 드리면 권력의 혈통세습입니다. 김일성이 “혁명의 대를 잇는 문제를 사회주의의 운명과 관련되는 중대한 문제로 내세우고 영도의 계승문제 해결의 시대적 모범을 창조했으며 백두의 혁명전통을 대를 이어 나가는 구체적인 과업과 방도들을 밝혀주었다”는 것입니다. 북한 특유의 ‘유훈 통치’는 ‘권력세습 정당화’와 정통성이 부족한 김정일과 김정은 세습정권의 공고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통치전략입니다. 이런 유훈 통치의 문제점은 죽은 수령들을 신격화하고 신정정치를 추구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 정권이 ‘이민위천(以民爲天)’을 영원한 정치구호로 내세우고 있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주권재민의 원칙’과는 달리, 봉건왕조시대처럼 통치자 한 사람이 주권을 틀어쥐고 강권적으로 인민을 다스린다는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김정일의 유훈 통치 업적 중에서 “수령영생 위업 실현”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김정일은 김일성이 사망하자 3년상을 선언하고 유훈 통치를 시작했습니다. 권력 전면에 등장하는 것을 꺼려했지만 권력의 이면에서 김정일이 유훈 통치를 명분으로 추진한 첫 번째 일은 ‘김일성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 북한 주민을 다스린다’는 신화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거금을 들여 김일성의 시신을 미이라(mirra)로 제작해 금수산태양궁전에 안치함으로써 ‘수령영생불사’를 공식화 한 것입니다. 김일성 시신을 미이라로 제작하는 데 든 비용이 1995년 당시 100만 달러였습니다. 매년 유지관리비로 80만 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당시 북한은 ‘고난의 행군기’로 굶어 죽은 아사자(餓死者)가 적게는 200만, 많게는 300만명으로 추정되는 시기였습니다. 다음은 김일성이 출생한 년도를 기점으로 ‘주체연호’를 만들었습니다. 죽은 김일성의 시대가 영원히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김일성 사망 25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도 김일성이 남긴 교시와 훈계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겠다고 다짐하며 대(對) 주민 선전활동에 나선 원인과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일성의 유훈은 “정치에서는 김정일을 다음 수령으로 만드는 것이고, 군사적으로는 미국의 적대정책에 맞서 핵 무력을 보유하는 것이며, 경제적으로는 이밥에 고깃국을 먹는 것이고, 대남(對南)면에서는 주한미군을 철수시킨 후 북한 주도로 한반도 통일을 이룩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중에서 정치적 유훈은 실현되었고, 군사적 유훈도 실현 단계에 돌입해 있습니다. 김일성은 한국에서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힘과 능력 그리고 그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반미세력들이 데모하는 것만으로는 세계 최강인 미군을 몰아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 내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폭탄과 미사일을 만들면 된다는 것입니다. 북한 통치세력들은 ‘김일성의 유훈’이 하나 하나 단계적으로 실현되고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입니다. 비록 주술적이고 자아도취적이며 자기체면적인 판단에 불과하지만 국제사회의 장기적인 제재조치로 인해 체제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훈 통치 선전’은 정권 유지와 주민결속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유력한 통치수단’의 하나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전(全) 주민들에게 “수령의 유훈 관철전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 올려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 관철을 강요하는 이번 사설이 북한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일성 사망 이후 지난 25년간 지속된 북한의 유훈 통치는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최악의 시기’이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김정일은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유훈 통치’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드는 일에 과감하게 나섰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로 북한체제를 이끌어 갔습니다. 김정은 역시 김정일이 사망하자 마자 곧바로 ‘유훈 통치’를 선포하고, 김정일이 유훈으로 남긴 강성대국 건설, 핵 보유를 향해 질주했습니다. 그 결과 북한체제의 현실은 진퇴양난의 형국에 빠져 오직 자력갱생만 부르짖고 있습니다. 더 이상, 유훈 통치는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지 못할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