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붉은기 사상 철저무장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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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양성원: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7월 10일자 노동신문에 게재된 "우리 당의 붉은기정신, 붉은기사상으로 튼튼히 무장하자"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김정은이 5년 전 백두산밀영에서 나부끼는 붉은기를 바라보며 새긴 것은 "대를 이어 혁명의 길을 끝까지 갈 결심과 의지를 뼈속 깊이 새겨야 한다는 붉은기 수호의지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붉은기는 "탁월한 수령의 사상과 신념, 의지의 상징이자 총비서동지의 신념과 의지의 상징이고 공산주의 혁명가의 존엄의 상징"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붉은기사상은 혁명의 나침반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붉은기사상으로 무장한다는 것은 "영도자를 절대적으로 믿고 끝까지 뜻을 같이하는 충심을 굳게 간직하고 영도자를 결사옹위하는 불굴의 정신을 만장약하는 것"이라며 김정은에 대한 결사충성을 촉구했습니다. 더 나아가 "붉은 깃발 앞에 다진 맹세 그대로 당중앙을 옹위하는 길에서 영광스럽게 살고 붉은기와 함께 영생하라"는 축원까지 했습니다. 말미에서는 "붉은기사상의 온 사회일색화와 붉은기정신으로 혁명과 인민을 이끄는 김정은을 모시고, 백승의 역사를 창조하는 것은 영광이고 행복"이라고 선동했습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김정은에 의해 온 사회에 일색화 되고 있는 붉은기 사상은 김정은시대 정치철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기사는 "인민의 지상낙원, 그 원대한 푯대를 향하여 지칠 줄 모르는 사색과 헌신의 낮과 밤을 이어가는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의 진함 없는 열정의 세계를 의미하는 붉은기, 인민 앞에 한없이 겸허하고 순결무구한 우리 어버이의 자애로운 영상이 어려오는 신성한 붉은기"라는 말로, 김정은을 '붉은기'로 상징화했습니다. 그리고 인민에게 "붉은기는 이 세상 가장 위대한 혁명가, 정치가로 세계가 높이 우러러 칭송하고 떠받드는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에 대한 열화같은 일편단심을 상징한다"고 적었습니다. 또한 김정은이 당중앙간부학교 현지지도 때 했던, "수령님께서 물려주신 혁명의 붉은기를 더 높이 추켜들고 이 땅 위에 기어이 인민의 지상낙원인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여야 한다"는 말까지 찾아 덧붙였습니다. 북한에서 붉은기는 김일성의 항일투쟁에서 시원하여 주체사상과 선군사상, 세계공산혁명과 조선반도 공산주의 건설은 물론 전 인민의 세계관과 인생관까지 관통하며 지배하는 사상통제수단입니다. 그러나 북한 통치집단은 붉은기가 인민대중들에게 고난과 시련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 부정적 상징으로 전락된 지 오래됐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김정은의 신념세계에는 언제나 붉은기가 놓여 있고 김정은 시대의 기적은 철두철미 붉은기사상의 위대한 승리라고 선전했습니다. 북한의 '붉은기사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소련과 동구공산권 몰락, 1994년 김일성 사망, 1995년과 1996년 연이은 초유의 자연재해라는 3중고를 겪으면서 심각한 체제위기에 직면하자, 위기타개책으로 '붉은기정신, 붉은기사상, 붉은기철학'과 같은 '붉은기담론'을 펼쳤습니다. 붉은기사상은 노동신문 논설과 사설, 정론을 통해 위기극복과 체제유지신념을 강화하는 이데올로기로 활용됐습니다. 그리고 김정일 세습 정당화와 배신에 대한 경고, 김일성 업적 계승, 수령결사옹위를 강조하는 통치담론으로 확대됐습니다. 심지어 1997년부터는 "붉은기사상은 수령중심사상이며 붉은기사상의 의미와 내용은 혁명적수령관에 귀착된다"고 내놓고 선전하면서 "붉은기사상으로 온 사회를 일색화 해야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김정은의 붉은기사상은 이미 30여 년 전에 김정일이 만든 붉은기사상과 판박이로, 개혁개방이라는 지금의 시대적 소명에 배치됨은 물론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와도 충돌하는 반인민적인 통치이념입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붉은기수호는 의무이기 전에 의리이고 양심"이라며, 죽음을 각오한 붉은기 수호의지와 붉은기에 대한 강렬한 사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현 시점에서 '붉은기사상'을 다시 꺼내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기사는 붉은기사상이 왜 필요한 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언질을 내놓았습니다. 먼저 "백두산밀영의 붉은기에는 주체사상을 창시해 혁명을 승리로 이끌어온 수령의 한생이 어려있다"는 말입니다. 다음은 "백두의 칼바람 맛을 알면 혁명가가 되고 모르면 배신자가 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붉은기에서 절대적인 집권력과 영도력이 어떻게 영구화 되는가에 대한 명백한 대답을 찾을 수 있다"고도 언급했습니다. 끝으로 "붉은기가 거세차게 휘날리는 한 역사의 광풍은 밀려나고 숭고한 이상과 염원이 현실로 펼쳐지는 강국의 그날이 밝아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언질에 비추어 볼 때, 이번 붉은기사상의 소환은 김정은 정권의 핵무력 강화를 위한 대러밀착행보, 12년째 계속되는 전시직전 상황조장과 핵전쟁 불가피성 주장, 세습고집, 극한의 대중노력동원에 대해 인내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젊은 MZ세대와 엘리트들을 사상적으로 통제하는 한편 김정은에 대한 충성도를 제고해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붉은기 높이 휘날리는 국가는 붕괴되지 않으며 붉은기를 사랑하는 인민을 굴복시킬 무기는 세상에 없다"고 선전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선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공산주의자들은 붉은기를 '혁명의 상징'으로 삼고 기존체제를 폭력으로 파괴하며 공산독재국가를 세우는데 앞장섰습니다. 폭력혁명에 성공한 그들은 유무형의 국가상징물을 붉은색으로 도배하고 이념적 목표와 뜻을 붉은기에 덕지덕지 함축시킨 다음, 누구도 이의제기가 불가능한 절대적인 신적 위치로 격상시켰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인위적으로 조작된 공산주의의 붉은기는 70여 년만인 1990년을 전후로 모두 무너져 도태됐습니다. 주민들은 오직 북한만이 이처럼 생명을 다한 붉은기를 부여잡고 희망 없는 세상을 향해 질주하는 데 대해 통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양성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