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자립과 자력으로 현 제재국면 돌파 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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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7월 14일자 2면에 수록된 “우리 국가의 전진발전을 힘있게 추동 하는 자립, 자력의 기치”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민족이기주의와 열강들의 탐욕이 극도에 달한 오늘의 세계에서 남의 도움을 바라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것은 없다”면서 “북한의 자립, 자력은 조성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일시적 대응책이 아니라 국가건설 전 과정에서 일관되게 견지하고 철저히 구현해야 할 원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자립∙자력 사상의 과학성과 진리성으로 인해 승승장구하는 주체의 강국이 됐다고 선전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북한이 주체사상을 구현한 주체의 강국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늘날 북한의 경제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각종 지표들에 의하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 중 하나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이번 논설은 북한 경제를 사상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주체사상을 “남에 대한 의존심과 수입 병, 패배주의를 비롯한 온갖 잡 사상, 잡 귀신들을 쓸어버리는 거세찬 불길”이라며, 주체사상의 경제적 기능과 역할을 재삼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주체사상의 조국에 사는 인민들은 밥 한 술 더 뜨겠다고 혁명의 원칙을 저버리는 나약한 인민이 아니며 바람 따라 돛을 다는 주 대 없는 인민도 아니다”라며, 먹고 사는 문제를 외부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였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경제발전 속도를 계속 높여야 사회주의 강국건설을 하루 빨리 앞당겨 나갈 수 있고, 인민들의 물질적 수요를 원만히 충족시킬 수 있다”며 경제발전의 절실함과 시급성을 토로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경제발전의 시급성을 밝혔을 뿐 아니라 경제건설을 위한 방향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번 논설을 통해 주장하고 있는 경제건설 방향은 무엇이고 그 문제점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논설은 ‘경제건설의 길’(방향)을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는 데요. 먼저 가서는 안될 길은 ‘남의 자본이나 기술에 의존하는 길’이라는 것입니다. 이 길은 “경제의 균형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없으며 다른 나라에 명줄을 내 맡긴 예속경제로 전락하게 된다”며 경계했습니다. 다음으로 반드시 따라가야 하는 길은 “오직 자체의 힘과 기술, 자기의 자원에 의거하는 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길을 갈 때 만이 “남들이 가늠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며 현실과는 사뭇 동떨어진 주장을 펼쳤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빈곤의 함정에 빠진 나라가 외부의 지원과 협력 없이 스스로 경제건설을 이룩한 사례가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짧은 경제역사를 보아도 6.25 전후(戰後) 복구과정에서 한국보다 경제건설속도가 빠르고 내용면에서도 전문가들로부터 경제적 발전 잠재력을 평가 받았던 것은, 당시 부유했던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국가들의 적극적인 원조 및 과학기술 지원과 협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전후(戰後) 복구 이후 1960년대까지 주변의 중국이나 한국보다 높은 경제수준을 유지했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 대에 들어서 경제가 완전히 주저 앉게 됐습니다. 그 이후 지금까지 ‘빈곤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요. 북한 ‘자립경제’가 무너진 원인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사회주의경제 실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간본성에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를 착취경제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자본주의는 근로자들에게 이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임금과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며, 국가는 이를 법으로 강제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는 거꾸로 국가에서 근로자들의 노동력을 극한까지 무한대로 착취하면서도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질조차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는 주민들의 보편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그 존재이유를 찾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통치자와 통치권력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을 최우선시했습니다. 특히 1972년 김일성 일인독재 체제를 완성한 후 북한 경제를 인민경제와 군수경제로 분리하고, ‘경제국방병진노선’을 채택 하게 되면서 인민경제는 피폐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김정일과 김정은 시대에 와서도 세습독재 구축, 핵 무력 보유에 필요한 자금마련을 위해 군수경제 위주의 경제운용은 지속됐습니다. 여전히 당이 경제를 주도하고, 주체사상이 경제를 극도로 제약하고 있습니다. 자력갱생노선 역시 자급자족을 추구하는 데 그치고 있어 경제발전의 목을 죄고 있을 뿐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자력갱생노선으로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거나 경제적 발전을 실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력갱생 방식만이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며 북한 주민들을 계속해 속이고 있는 원인과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사회주의체제는 전략적으로 체제존립의 이유를 ‘프롤레타리아 독재’ 또는 이로부터 기형적으로 변형된 ‘독재자’의 건재에 두고 있습니다. 사회전체가 독재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체제입니다. 입 버릇처럼 외치는 구호와는 달리 인민들의 경제적 풍요는 ‘최고 과제’가 될 수 없는 체제입니다. 독재자나 통치세력들의 입장에서 보면, 인민들의 경제적 풍요를 일구는 일은 이들의 민주주의 의식을 일깨우고 독재의 전횡에 맞서는 ‘인민항쟁’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사회주의 독재자들은 배급제라는 제도를 통해 인민들의 사상과 행동을 통제해왔습니다. 가난을 강제한 것입니다. 북한의 주체경제가 50여년 동안 성과가 없는 근본도 뿌리도 없는 경제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줄기차게 주체경제를 외쳐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자주와 자립경제로 북한을 천하제일강국으로 만들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이 북한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주민들은 주체경제 50년 역사가 얼마나 비참한 지를 체험해왔으며, 현재도 목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당국의 거짓 선전에 이골이 나 있기 때문에 씨도 안 먹힐 것입니다. 북한 주민입장에서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면 북한이 유일하게 성공한 것은 일인장기독재구축, 대를 이른 권력의 세습, 개인과 가문우상화, 핵폭탄과 미사일 개발 외에는 내세울게 없습니다. 천하제일강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핵 무력을 운용할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국제사회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북한 주민들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