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대상 경제선동 열풍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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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7월 18일자 2면에 수록된 ‘경제선동은 자력갱생 대진군의 위력한 추동력’이라는 논설입니다. 이번 논설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목표수행을 위해 전민총돌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당 사상사업의 하나인 경제선동을 통해 온 나라가 자립과 자력의 열풍으로 들끓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사생결단식으로 밀어 붙이고 있는 자력갱생경제의 추진 동력을 대 주민 정치사업을 통해 마련해 보겠다는 것인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북한 경제사전은 경제선동을 “당의 경제정책 관철에로 대중의 혁명열의를 불러 일으키는 정치사업”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미 일반 대중들에게 선전되어 있는 당의 경제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정치사상사업입니다. 이런 사전적 개념에 맞추어 이번 논설도 “경제선동은 대중의 혁명적 열의와 창조적 적극성을 높이 발양시키고 당원들과 근로자들을 집단적 혁신에로 불러일으키는 힘있는 수단”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집중포화 연속포화 명중포화로 화선식 경제선동의 위력을 최대로 높이고 전체인민을 자력갱생 신념의 강자들로 철저히 준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이번 논설을 통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를 정치사상사업의 하나인 경제선동을 통해 달성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습니다. 경제문제를 정치적으로 풀어 보겠다는 것인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북한 경제에는 초보적인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요소가 농민시장과 장마당, 통일시장, 종합시장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경제는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질서를 만났을 때 제대로 작동하며 발전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시장을 ‘비(非)사회주의현상’이 발생하는 온상이라며 주기적으로 탄압해왔습니다. 경제에 대한 정치사상적 억압을 통해 체제를 유지하려는 목적 때문입니다. 이번 논설은 경제에 대한 정치사상적 억압 일변도에서 탈피하여 정치사상적 ‘고무추동’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인데요.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억압이든 고무추동이든 경제문제를 정치사상문제로 접근하는 한계 때문입니다. 경제문제는 경제원리와 원칙에 따라, 경제적 마인드와 논리를 바탕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 모든 경제전문가들의 일성입니다. 경제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을 향해 끊임없이 펼쳐지는 경제선동대원들의 ‘수령 결사옹위, 당 정책 결사관철 독려’는 오히려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독소가 될 것입니다.

오중석: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설은 경제건설을 “민족의 존엄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정치투쟁, 계급투쟁 전선”이라고 강조하면서 “생산과 건설로 들끓는 전투장마다 집중포화 연속포화 명중포화의 화선식 경제선동을 통해 자력갱생 대진군을 추동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이런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주장입니다. 중국의 등소평은 1979년 미국을 방문하고 귀국해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과 ‘선부론’(先富論)을 주창하고 정경분리(政經分離)를 통해 과감한 경제개방과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오늘날의 중국 경제 기초를 이룩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의 경제선동은 경제적 퇴행이자 역사적 퇴보입니다. 경제를 정치투쟁과 계급투쟁으로 본다는 것은 북한 경제의 목표가 “인민을 잘 살게 하는 것”에 있지 않고 ‘세습독재정권유지, 사회주의체제유지, 한반도의 사회주의통일, 세계 사회주의 건설’에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사회주의종주국과 동유럽 사회주의체제가 역사적으로 실패해 종지부를 찍은 지 30년이 지났습니다. 이미 사망한 사회주의 정치투쟁과 계급투쟁을 체제 발전의 생명줄로 여기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며 북한 주민들에게는 불행의 근원입니다.

오중석: 정치사상사업으로 경제발전을 이뤄보겠다는 것은 ‘산에 가서 물고기를 잡겠다’는 말과 다름없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논설을 내보낸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경제는 지난 70여년 동안 ‘경제국방건설병진노선(김일성), 선군노선(김정일), 핵 경제병진노선(김정은)’으로 인해 정치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습니다. 북한 경제는 언제나 ‘전쟁도발, 전후 복구, 전쟁준비, 핵개발’이라는 군사력 건설에 밀려 거의 초토화 된 상태입니다. 이런 경제실패는 장장 3대(代)에 걸쳐 지속됐습니다. 장기적인 경제실패는 실패의식의 생성뿐 아니라 북한 전체 주민들 사이에서 실패의식이 고착화 될 수 있습니다. ‘실패의식 고착화’는 북한 경제를 영원히 회생시킬 수 없는 부정적인 심리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북한 통치세력들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경제적 ‘실패의식’이 체제 위협요인으로 발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제선동’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당 일꾼들에게 대(對) 주민 경제선동을 통해 “전국을 일시에 들었다 놓을 수 있는 강력한 선전선동 수단을 동원하여 인민의 정신력을 끊임없이 분발승화 하며, 신념과 의지의 강자로 철저히 준비시키라”고 주문했습니다. 이런 주장이 북한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논설은 “경제선동의 포성으로 인민들의 애국열, 창조열, 투쟁열을 분출시켜나가면 자립과 자력의 기상이 나래 치게 돼 사회주의강국 건설은 더욱 힘차게 전진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함께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경제선동의 목적이 인민경제발전이 아니라는 사실을 곧 발견하게 됩니다. 경제선동의 목적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수행’으로 잡아 놓고 있지만 경제선동의 내용은 ‘신념교양, 계급투쟁, 정치투쟁, 당 정책 결사관철’과 같은 정치사상교육으로 되어 있습니다. 인민경제발전을 위해서 자원과 자본의 분배, 노동력의 투입, 생산과 판매, 수입과 같은 경제와 직결된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이번 논설은 지주가 소작농들을 착취하기 위해 고용한 ‘마름’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목적과 내용이 다른 선전선동은 결코 주민들은 ‘신념의 강자’로 만들 수 없을 것입니다. 올바른 신념은 당 주도의 강압적인 화선식 선동과 주입식 교육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정당하다고 느낄 때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