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일성의 6.25 ‘전승업적’ 조작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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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7월 27일자 1면에 수록된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전승업적을 사회주의건설에서의 비약적 성과로 빛 내여 나가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6.25전쟁 정전협정 66돌을 기해 작성한 대내(對內) 선전 사설로 “7월 27일은 제국주의침략으로부터 조국의 존엄과 자주권을 영예롭게 수호한 제2의 해방의 날이며 세계제패를 꿈꾸던 제국주의 강적을 타승한 승리자의 명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오중석: 6.25전쟁의 도발주범과 기원, 전쟁경과와 결말에 관한 역사적 사실은 구 소련이 보관해오던 6.25전쟁 관련 비밀문서의 공개로, 만천하에 적나라하게 밝혀졌습니다. 전쟁주범은 김일성과 스탈린, 모택동 세 사람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설은 6.25전쟁을 ‘제국주의 침략전쟁’으로 왜곡 선전하고 있는 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구 소련이 붕괴되고 새로 태어난 러시아는 6.25관련 비밀문건을 한국에 넘겨줬습니다. 이 비밀문건들은 김일성과 스탈린이 6.25전쟁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기습 남침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확인해 주고 있습니다. 이번 사설은 이런 명백한 사실을 숨기고 6.25전쟁이 제국주의 침략으로 시작됐다고 우기고 있습니다. 북한은 스탈린의 붉은 군대가 짜낸 전쟁전략과 막대한 군수물자를 지원 받아 6.25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오직 기습전 하나로 남침했다가 유엔군에 패배하여 압록강까지 점령당했었습니다. 중공군의 지원이 없었다면 북한은 지구상의 지도에서 완전히 사라졌을 것입니다. 6.25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질 즈음 김일성은 소련에 휴전을 주선해달라고 애걸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모두 숨기고 정전협정 일을 ‘전승절’로 부르고, 북한이 조국해방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이 더욱 가관인 것은 김일성이 탁월한 군사사상과 영도로 “인류 전쟁 사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군사적 기적을 창조했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왜곡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 지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북한이 6.25전쟁을 도발할 당시인 1950년경에 북한에는 이렇다 할 군사사상이나 군사전략 또는 독자적인 전법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1912년 생인 김일성은 일제강점기 만주로 건너가 1928년에 중국 공산당 청년동맹에 입당했습니다. 그의 일천한 군사경력이 말해주고 있듯이 인류 전쟁사에 남길 만한 군사사상이나 군사전략과 전술을 가지고 있었다는 주장은 날조된 이야기입니다. 김일성의 군사능력은 기껏해야 소부대에 의한 매복, 습격 정도로, 전술적 범주의 소규모 게릴라 전 수행능력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북한이 조국해방전쟁에서 승리하게 된 것은 김일성이 창조한 ‘주체전법’을 능숙하게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선전하고 있는 ‘주체전법’은 무엇이며,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먼저 북한이 ‘조국해방전쟁’에서 김일성이 창조한 ‘주체전법’을 적용해 승리했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입니다. 김일성은 1950년 12월 23일 자강도 만포에서 6.25전쟁 실패 원인을 찾는 ‘별오리 회의’를 개최 했는데요. 여기에서 ①예비부대 준비결여 ②인민군의 경험부족과 조직성 미약 ③인민군 군기 해이 ④한국군 유생역량 섬멸 실패 ⑤다양한 전술능력 미비 ⑥적 후방 유격대활동 미약 ⑦후방공급 사업 조직 미비 ⑧인민군 정치교육 미흡 등 8가지 패인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자신의 전쟁실패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성공요인 6가지도 제시했는데요. ①인민군 제때 창설 ②당 중심단결 ③소련과 중국의 원조 ④인민에 대한 세계인민의 찬양 ⑤인민군대의 경험축적 ⑥적에게 고충부여 및 제국주의진영 내부붕괴 촉진이 그 것입니다. 패배요인이든 승리요인이든 ‘주체전법’과 관련된 내용은 없습니다. 주체전법은 1970년대에 ‘별오리 회의’에서 밝혀진 실패요인을 보강하는 과정에서 구체화된 것들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해마다 조국해방전쟁일(6.25)과 전승절(7.27)을 기해 6.25전쟁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대 주민 선전공작에 목매고 있는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자신들의 ‘반쪽’인 한국을 미 제국주의식민지 지배에서 해방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을 해방시키기 위한 ‘혁명전쟁’을 언젠가는 반드시 한번 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 놓고 있습니다. 일명 ‘판가리 전쟁’입니다. 이런 전쟁수행을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을 설득해야 하는데요. 주민 설득 기제의 하나로 북한 역사에서 승리한 ‘혁명전쟁’의 전범(典範)들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도 독재세습의 정당성과 결부된 전범을 찾아야 했습니다. 이런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보천보 전투’와 ‘6.25전쟁’을 ‘혁명전쟁’의 성공사례로 엮어 미화하는 작업이었습니다. 북한입장에서 볼 때 매년 6월 25일 조국해방전쟁일과 7월 27일 ‘전승절’은 ‘혁명전쟁’의 전통을 김일성과 ‘김씨 가문’ 위주로 조작하고 선전하기에 딱 맞는 계기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주체전법을 “반제군사대결전에서 영원히 승리하기 위한 지침”이라고 주장하면서, “김일성의 전승업적을 천추 만대에 빛 내여 가자”고 선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이 북한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지난 6월 30일 한국과 미국, 북한 세 정상의 판문점회동 사실을 김정은의 치적으로 덧칠하여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김정은 주도로 한반도에 군사적 대결과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가 조성된 양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한 달도 안돼, 지난 25일 미사일을 발사하고 한국의 방어적인 국방대비태세를 걸고 넘어지며 신랄한 비난과 함께 추가 군사도발까지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이번 사설은 북한이 6.25전쟁 이후 제2의 6.25를 위해 수십 년에 걸쳐 보완해온 ‘주체전법’을 자랑스럽게 선전하면서 전 주민이 ‘1950년대 투쟁정신’으로 무장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북한정권의 입장이 평화인지 전쟁인지 갈피를 잡기 어려울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