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8월 21일자 1면에 수록된 “온 사회에 사회주의노동생활기풍을 철저히 확립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번 사설은 “사회주의노동생활기풍은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일하는 집단주의적이며 자각적인 노동생활기풍”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당과 근로단체조직들은 당원들과 근로자들에게 노동에 성실히 참가하는 것이 당 정책의 운명, 사회주의의 전도, 우리자신의 행복과 후대들의 미래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깊이 인식시켜야 한다”며, 사회주의노동생활기풍확립을 위한 사상교양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주장하는 ‘사회주의노동생활’’이란 ‘집단주의 노동’이 그 핵심입니다. 이미 오래 전에 사회주의적 배급제도가 붕괴된 상황에서 집단주의적인 노동을 강조한다는 것은 주민들의 개인적인 삶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그렇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사회주의노동생활 기풍확립을 위해서는 당과 근로조직들이 노동에 대한 교양사업을 깊이 있게 짜고 들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청소년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집단주의와 사회주의애국주의 교양을 통해 노동관을 세워주는 사상교양의 필요성을 더 없이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사회주의노동생활기풍 확립을 저해하는 요소로 ‘개인주의적인 노동 관점, 월급쟁이 식 일본 새, 보신주의적이며 무책임한 사업태도’를 거론하고, 이런 요소들에 대해서는 절대로 묵과하지 말며 밑뿌리 채 들어낼 것을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사회주의노동생활기풍 확립방법으로 480분 노동시간을 1분 1초도 헛되이 하지 않게 하기, 출퇴근 질서와 작업총화 규율 같은 노동행정규율 준수를 제시했습니다. 북한 정권차원에서 주민노력 착취운동이 대대적으로 전개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사회주의노동생활기풍’ 확립은 ①당 정책의 운명 ②사회주의의 전도 ③우리 자신의 행복과 후대들의 미래와 관련된 중대한 문제라는 점을 공표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사회주의노동에 대한 절박성을 유난히 강조한 것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이현웅: 이런 인식은 북한의 인민경제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에서 나왔을 것입니다. 먼저 북한 사회주의경제 제도가 주민들의 실질적인 경제활동에서 준행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 사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주민들의 노동생활이 사회와 집단을 위한 노동이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개인의 생존과 경제적 안정을 위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북한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그 작동을 멈출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민들의 개인주의적인 노동생활이 통제불능상태에 이르게 된다면, 김정은 정권의 정통성과 정당성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이며, 이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입니다. 북한 통치세력들은 핵 문제로 인해 경제회생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주의노동생활기풍 확립’이라는 궁여지책을 제시했지만 북한경제의 회생이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주민들의 ‘사회주의노동생활기풍 확립’ 과업을 당 일꾼들과 근로단체 조직들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또한 동(同) 과업수행의 방법으로 ‘사상교양’을 들고 나왔습니다. 노동문제를 정치사상문제로 접근하는 태도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데요. 그 효과가 의문스럽습니다. 이에 대해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북한 체제는 그 어떤 영역과 분야의 과업이든 정치사상적으로 접근하는행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정과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접근 방법과 방도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세습독재권력의 유지’라는 북한체제의 ‘최고 이익’에 배치되거나 장애요소로 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을 경우 배척되고 배격됩니다. 이런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한 체제는 구 소련의 ‘스탈린식 공산주의 체제’를 해방 직후에 그대로 이식한 이후 지금까지 변함없이 유지해온 탓입니다. 스탈린 체제를 도입했던 사회주의 국가들은 경제적 비효율성과 폭정에 이골 난 인민들에 의해 모두 타도되었습니다. 심지어 구 소련도 타도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북한은 모든 과제를 정치사상적 문제로 접근하는 관료주의적 행태를 조속히 시정해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당과 근로단체조직을 동원하여 전 사회적으로, ‘사회주의노동생활 기풍 확립’에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김정은 정권은 선대(先代)들의 수십 년에 걸친 핵무기 개발로 인해 피폐할 대로 피폐해진 북한경제를 살리기 위해 2016년 5월에 무리하게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를 개최하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를 발표했습니다. 그 후 3년이 지났지만 경제는 오히려 그 전보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굶고 살아야 할 판에 핵이 무슨 소용이 있냐”는 인식이 널리 확산돼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북한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핵보다 더 무서운 주민들의 ‘전민항쟁’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체제유지의 극약처방으로 자력갱생을 외치고 있지만 국제사회와 외부의 지원 및 협력이 중단된 처지에서 주민들의 노동력 외에는 동원할 자원이 없다는 사정도 깊이 감안됐을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 주민들이 고난의 행군 이후 지난 20여년 넘게 각자도생의 경제적 살길을 찾는 과정에서 개인주의가 만연해지고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적 요소가 곳곳에 뿌리를 내리게 됨으로써 체제위기 요인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오중석: 사회주의노동생활기풍 확립을 주장하는 이번 사설이 북한 주민들과 근로자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우리말 속담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습니다. 북한은 통치세력들은 전략적 판단 및 당 정책의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혁명적 노동생활 기풍 확립’ 또는 ‘사회주의노동생활 기풍 확립’을 앞세워 주민들의 노동력 착취에 몰두했습니다. 이번 노동신문 사설은 당 정책으로 이어지고 국가기관을 통해 주민들의 삶을 강력하게 옥죌 것입니다. 이번 사설의 ‘사회주의노동생활기풍 확립’ 주장은 주민통제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으며 정권주도의 타율적인 체제 결속도 강제할 것으로 보여 주민들의 시름과 고통만 커져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