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8월 31일자 3면에 수록된 “강력한 자위적 국방력이 있어 우리의 승리는 확정적이다”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조선노동당의 현명한 영도아래 혁명무력의 발전과 군사적 안전보장에서 사변적 의의를 갖는 새로운 성과들이 연이어 이룩되고 있다”고 주장해,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 책동과 최근 ‘연이은 단거리미사일 도발’을 옹호해 나섰습니다. 최근 ‘주체무기’의 연속적인 개발완성은 김정은의 “현명한 영도가 안아온 고귀한 결실”이라며, 김정은을 찬양하는 한편, “주체무기의 위력 앞에 적대세력들은 불안과 고민에 빠져있다”고 적어, 미국과 한국을 조롱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최강의 국방력 건설 정신과 기세로 경제강국 건설에 매진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북한의 ‘핵 무력 보유 의미’를 확대 해석하고, 북한이 강대국 반열에 올라 서기라도 한 양, 자화자찬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논조는 북한이 그 동안 국제사회와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가 기만술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입니다.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먼저 북한의 ‘핵 무력 보유’의 의미를 “강 위력 한 전쟁억제력을 보유한 것”이며, “평화수호의 강력한 보검을 갖춘 것”이고, “세상에서 가장 존엄 높고 행복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확고한 담보를 마련한 천만년 길이 빛날 대 사변”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핵 무력을 보유한 북한은 “그 어떤 대적도 범접할 수 없는 강대한 나라”이며,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철벽의 성새”이자, “세계적인 강국”이라고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북한의 주장과 선전은 아직 검증되지도 않았고 현실화될 가능성조차 희박한 북한 통치세력들의 ‘희망적 사고’에서 비롯된 허상에 불과합니다. 김정은 정권의 핵 무기 보유 고집은 북한체제의 안보를 ‘최악의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북한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을 고통스럽게 짓누르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이런 사실을 숨겨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미국과 한국 대통령을 만나 북한 비핵화를 위한 실무접촉을 약속해 놓고도, 7월과 8월에 단거리 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하는 군사도발을 지속했습니다. 이번 논설은 최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하여 미국과 한국을 겁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런 행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해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논설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관련하여 “국방과학부문에서 신형전술 유도무기와 초대형 방사포를 비롯한 새로운 첨단무기들을 연속적으로 개발, 완성해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주체병기’들은 “적대세력들이 필사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최신무장장비들을 초기에 무력화시켜 쓰다 남은 ‘파철더미’로 만들 수 있는 정밀하고 위력한 무기”라고 선전했습니다. 북한이 겉으로는 미국과 한국의 정상들을 수시로 만나 ‘비핵화를 위한 대화와 협상’을 약속해 놓고도 뒤에 가서는 군사도발 수위를 높여가며 대미(對美), 대남(對南)비난을 일삼고 있는 ‘이중적 행태’는 국제사회의 비핵화 압력을 어떻게 해서든 모면해보려는 술책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對北) 압박’을 자초하는 ‘최악의 악수’가 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핵무기 개발 같은 북한의 ‘자위적 국방력 강화’는 “경제강국건설에 유리한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워 그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경제개발 역사는 이런 주장이 거짓임을 말해 주고 있는 데요, 이에 대해 말씀해주실 까요?
이현웅: 과거 북한은 1961년에서 1967년 까지 ‘제1차 7개년 경제계획’기간을 설정하고 “경제건설과 국방건설 병진정책’을 야심 차게 추진했으나 ‘군사 우위 정책’으로 인해 경제발전에 실패했으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계획기간을 3년이나 연장했던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10년이란 세월을 그냥 허비한 것입니다. 이런 경제계획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경제보다는 군사력 강화를 계속 고집함으로써 북한 경제는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진 것입니다. 이번 논설 역시 과거의 경제개발역사가 주는 교훈을 저버리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 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오중석: 일반적으로 부국강병을 이룩한 나라들은 경제를 먼저 일으키고 군사력을 건설하는 순서를 밟습니다. 경제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군사력은 사상누각과 다름 없습니다. 북한이 이러한 자명한 이치를 저버리고 군사력 강화에만 매진하는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이 70년 넘게 군사력 강화에 몰두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조선노동당과 북한 정권이 구(舊) 시대적인 목적과 목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사회에서 ‘민족해방혁명’을 완수한다는 ‘당면 목적’과 한반도 전체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 하겠다는 ‘궁극적 목적’을 모두 파기해야 합니다.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체제명칭에 ‘공화국’을 명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주권을 ‘김씨 일가’가 독점할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이럴 때만이 북한이 공격적이고, 확장적이며, 현상파괴적인 ‘군사력 강화행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세계를 제국주의 침략세력과 피 침략세력으로 단순 이분화하여 구분하는 잘 못된 세계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미 유물이 된 ‘제국주의 세계관’에 사로잡혀 ‘피포위 의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세상을 적(敵)과 동지(同志)로만 구분하여 대적의식을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는 ‘사고의 틀’에서 과감하게 탈피해야 합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최강의 국방력 건설을 완성했던 정신과 기세로 경제강국 건설에 나설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이 북한 주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시는지요?
이현웅: 북한은 주민들에게 “핵 무력만 완성되면 행복이 꽃 피는 나라”가 될 것처럼 선전해왔습니다. 그러나 핵 무력 완성을 선언(2017년 11월 29일 12시 30분, 조선중앙통신 ‘중대성명’)한 지도 어언 2년이 다 되어 가고 있지만 북한 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진전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실상을 고려할 때 경제회복이 먼저임에도 불구하고 최강의 군사력 건설이 먼저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김씨 일가’는 그 동안 “핵이 곧 쌀”이라고 선전해왔으나 북한 주민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북한정권이 사회주의를 개혁하고 경제개방으로 나가지 않는 한, 경제강국을 이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 논설의 주장에 설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