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권 창건 71주 계기 ‘김씨 가문’ 우상화 선전”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9월 9일자 1면에 수록된 “우리 공화국은 자주로 존엄 높고 자력으로 비약하는 위대한 강국이다”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반만년 민족사에서 북한 정권이 창건된 것은 참다운 자주독립국가, 인민의 국가건설의 새 기원을 열어 놓은 특기할 대 사변”이라고 정권 창건의 역사적 의미를 전했습니다. “지난 70여년간에 걸친 부강조국건설은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의 탁월한 영도와 비범한 예지, 자주와 자력갱생노선, 김일성-김정일주의, 영도자와 인민간에 오가는 절대적인 믿음이 있어 가능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북한 정권 70여년 기간에 북한 인민들이 흘린 피와 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의 업적을 부각하는데 집중했습니다. 먼저 김일성 업적과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시고 김일성 업적의 실체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대부분의 정상적인 나라들은 국가 기념일을 맞아 발표하는 공개문헌일 경우 먼저 국민의 노고와 이에 대한 평가 그리고 자긍심과 자부심을 부여하는 대(對)국민 찬사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나 북한 노동신문 사설은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의 업적을 부각하고 찬양하는데 주력했습니다. “우리 공화국(북한)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탁월하고 완벽한 국가건설사상과 영도업적의 결정체”라며,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정권 창건과 정권 유지의 공을 전부 돌렸습니다. 특히 김일성과 관련해서는 “주체사상 창시와 사상에서 주체, 정치에서의 자주, 경제서 자립, 국방에서 자위 라는 4대 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함으로써 시대적 본보기를 창조했고, 조국과 민족번영의 만년기틀을 마련해주었다”고 칭송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북한은 주체사상과 4대 원칙의 잘못된 추진으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 가장 가난한 나라중의 하나로 전락했습니다. 주체사상은 인민을 위한 올바른 정치이념이 아니라 세계 10대 종교로 비난될 만큼 사교화된 이념으로 변질돼 있으며, 북한체제는 ‘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이 아니라 김일성이 신적 권위에서 통치하는 ‘신정 국가’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김일성의 업적을 찬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아들 김정일의 업적도 같은 반열에 놓고 찬양했습니다. 그 찬양내용과 진실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김정일에 대해 “강대한 사회주의국가 건설의 새로운 장을 펼치며 우리 공화국의 국력을 비상하게 강화한 불세출의 위인”이라고 찬양했습니다. “온 사회의 김일성주의화를 위한 투쟁을 이끌어 북한의 사상적 일색화를 실현한 위대한 장군”이라고 칭송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선군 기치는 북한을 세계적인 군사강국으로 만들고 경제강국건설의 도약대를 마련해주었다”고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근거 없는 일방적인 선전에 불과합니다. 실제로는 김정일의 ‘김일성주의 일색화’로 인해 북한 사회의 사상자유는 완전 말살됐습니다. 김정일의 선군 정치는 고난의 행군기에 북한 주민 수 백 만 명이 아사(餓死)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김정일 통치기간에 더 큰 실수는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에 사회주의종주국과 동유럽 사회주의나라들이 모두 체제전환을 통해 성공적으로 나라를 회생시켰으나 그러지 못한 역사적인 기회의 상실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숨기고 김정일의 사상정책과 선군 정치를 특출한 업적으로 선전하는 것은 인민에 대한 죄악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김정은의 지난 8년여의 통치가 북한을 6.25이후 가장 큰 위기에 빠뜨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일성이나 김정일 보다 더 위대한 업적을 쌓고 있는 양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설이 자랑스럽게 적고 있는 김정은의 통치실태를 어떻게 봐야 하는 지 말씀해 주실 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김정은이 감당하기 어려운 도전과 압력 속에서도 강력한 자립적 민족경제와 자위적 국방력을 건설한 것은 기적중의 기적”이라고 적어, 자급자족경제 유지와 핵 무력 건설을 가장 큰 업적으로 내세웠습니다. 또한 “적대세력들의 살인적인 제재 봉쇄 속에서도 세상에 없는 주체병기들을 척척 만들어 내고 거창한 대 건설사업들을 통이 크게 벌리며 인민의 꿈과 이상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며, 세계는 “북한이 천하제일 강국을 어떻게 세워나가는 지를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설이 김정은의 통치업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내용들은 아직 한 가지도 완성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사안들입니다. 핵 무력 건설 역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관련국가들의 대응조치강화로 유명무실화될 개연성이 매우 높습니다. 일본과 한국, 대만의 핵무장을 초래하여 동북아시아의 안보를 불안정하게 만든 원흉으로 낙인 찍길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럴 경우 북한 핵은 무용지물이 될 것입니다. 최근 주체병기 발사도발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새로운 제재를 받게 될 것입니다. 북한 경제는 더 깊은 나락으로 곤두박질 칠 것입니다. 이렇듯 김정은의 8년여에 걸친 통치행태는 북한을 점점 더 빠져 나올 수 없는 깊은 수렁으로 이끌어 가고 있을 뿐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정권 창건 기념일을 맞아 사실과는 다르게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김씨 3대(代) 통치업적 찬양에 나서고 있는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 권력의 정당성이 매우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세 번이나 만났지만 북한이 얻은 실질적인 소득은 전혀 없습니다. 미북(美北) 갈등이 수면아래로 가라 앉은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 비핵화라는 근본 문제는 전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핵 문제로 발목이 잡힌 북한 경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중국경제에 속박되어 자립경제는 빈 껍데기 만 남아 있는 상태이며 이미 중국의 속국이 된 신세입니다. 이런 실상이 인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알려진 다면 김정은의 통치력은 크게 훼손될 것입니다. 선전선동으로 김정일의 통치력을 미화해야만 하는 이유와 배경이 이런 연유에 기인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김정은 정권의 대내(對內) 안정을 위해 “영도자와 인민 사이의 사랑과 믿음”을 유난히 강조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이현웅: 북한의 정치사상교육의 가장 큰 목표는 ‘인민들의 통치자에 대한 충실성’ 함양입니다. 인민들은 통치자가 무엇을 하든 인민을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 믿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민들에 대한 사랑은 국제사회의 환경 변화와 김씨 일가의 독재권력 세습과정에서 보여준 혈육숙청과 공포정치과정에서 모두 거짓으로 들어난 상태입니다. 세 겹 네 겹으로 인민의 숨소리까지 조이고 있는 감시와 통제시스템으로 인해 북한 사회가 유지될 뿐이며 인민들의 통치자에 대한 믿음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됐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