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9월 14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역사와 현실은 우리당 자립경제건설노선의 정당성과 생활력을 확증한다"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을 위한 총진군은 "자립경제건설노선의 정당성과 생활력을 남김없이 과시하기 위한 투쟁"이라면서 "자체의 힘과 기술로 자립의 토대를 더욱 튼튼히 다짐"으로써 "기어이 부강번영하는 주체의 강국을 일떠세울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수령님들의 신념과 의지로 인해 북한은 "자립경제건설에서 단 한치의 탈선"도 없었다는 주장과 함께 전후 복구기인 1957년부터 1960년까지의 4년동안에 "공업총생산은 3.5배로 늘어났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우리의 경제건설역사는 자력갱생이라는 말속에 함축"되어있다며 "앞으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우리 당은 자력갱생의 원칙을강력하게 추진시켜 나갈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자립경제건설노선은 "항구적으로 견지하고 일관하게 관철해나가는 전략적 노선"이며 "우리 국가를 영원한 자주의 강국으로 위용떨칠수 있게 하는 생명선"이고 인민들에게 "문명하고 행복한 생활을 안겨주기 위한 길을 명시한 인민적 노선"이라고 선전했습니다. 또한 "후대들에 대한 가장 뜨거운 사랑으로 일관된 노선"이며 "과학이고 진리"이기 때문에 먼 훗날 후대들은 "얼마나 값진것인가를 절감하게 될 것"이라고 자화자찬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자립경제건설노선'은 조선노동당이 없어지지 않는 한 지속되는 '항구적인 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경제발전전략의 '경직성과 폐쇄성'을 적나라하게 표출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논설은 "자립적 민족경제야말로 우리 조국의 영광스러운 역사속에 빛나는 우리의 긍지, 우리의 존엄, 우리의 미래"라고 전제한 다음, "우리 인민은 우리 당의 자립경제건설노선을 일관하게 견지하는데 자기의 존엄을 지키는 길이 있다는 철석의 신념을 안고 자립의 길로 굴함없이 나아갈것"이라고 선동했습니다. 또한 총비서동지는 "자력갱생과 자립적 민족경제는 우리식 사회주의의 존립의 기초이고 전진과 발전의 동력이며 우리 혁명의 존망을 좌우하는 영원한 생명선이라는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지니고, 자립경제발전의 새로운 전성기를 펼쳐왔다"고 주장했습니다. 국제사회와 유리된 '폐쇄경제체제'를 항구적으로 유지하겠다는것인데요, 전향적인 노선제기 가능성조차 원천봉쇄하고 나선 것입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제환경에 적응하여 어려운 경제여건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박제화된 '자립경제건설노선'을 폐기하고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경제발전노선'을 조속히 채택해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경제를 회복하고 '전면적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경제발전의 '기본 조건' 충족에 주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논설은 경제발전의 요체로 '자력갱생'을 앞세웠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의 '자력갱생 집착'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외부의 선진기술도입과 자금 지원없이 자력갱생으로 '부강번영'을 이룩할수 있다는 주장은 사술이며 '인민경제발전은 포기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경제발전론 전문가들은 후진국이 경제발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장 잘할수 있는 '일부산업'에 자원을 집중투입하여 대규모 자본을 축적한 다음, 축적된 자본을 다른 산업에 순차적으로 투입하여 균형발전을 이뤄나가는 것이 보편적인 전략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발전전략에 따를 경우 대내에서 자금 동원이 불가능한 북한은 대외관계개선을 통해 외부로부터 자금을 확보하여 선도 산업과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성과를 거양해야 합니다. 설사 과학인재와 양질의 노동력을 구비하고 경쟁우위의 선도산업이 특정돼있다 할지라도 투자자금이 없으면 경제발전은 불가능합니다. 북한의 자력갱생 70년 역사가 이를 말해 줍니다. 자력갱생은 결코 불변의 진리가 될수 없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전후 복구기' 고도성장을 자랑스럽게 선전하고 있습니다. 당시 성장의 동력은 외부의 '막대한 원조와 차관'이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숨기고 '자립경제건설노선의 정당성'을 선전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논설은 북한이 '자립경제건설노선'을 확고하게 유지해야 하는 이유로 "정치적 자주성을 견지"해야 하고, 자본주의경제방식을 끌어들일 경우 "차례질 것은 예속의 올가미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었습니다. 이어 "자립경제는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가 우리 조국의 먼 앞날을 내다보고 일떠 세워준 강력한 물질적 토대"라는 주장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김정은에 의해 자립경제노선은 "엄혹한 시련속에서도 그 정당성과 생활력이 더더욱 뚜렷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을 부연하였습니다. 이런 주장을 감안해 볼때 북한 통치집단이 자립경제건설노선을 강조하고 나온 이유는 '핵포기 절대불가'를 선언함으로써 '국제적 압박'과 '인민들의 경제적 내핍생활'이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는 고립무원의 상황을 내부결속을 통해 벗어나 보려는 술책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술책은 선대수령들도 모두 실패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자립경제노선은 후손만대의 영원한 번영을 위한 진로를 밝혀주는 가장 정당한 노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비이성적인 '해괴한 망상'이 아닐수 없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자아도취적인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자립경제노선의 문제점은 경제적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타개하거나 돌파하기보다는 '감내하며 자족'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민을 위한 노선이 아니라 세습정권을 위한 노선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국가는 궁극적으로 '자립경제'를 추구합니다. 자립경제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이전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문호를 개방하고 시장경제질서로 경제체제를 개혁해야 합니다. 과감한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발전에 발벗고 나선 사회주의권 국가들은 '먹는 문제 해결'을 넘어 엄청난 부를 축적해가고 있습니다. 온 갖 거짓 논리를 내세워 '검증된 경제발전전략'을 부정하며 '자립경제노선'을 주장하는 것은 '인민들의 경제적 궁핍'을 방기하는 것입니다. 주민들은 괴상한 논리로 포장된 '자립경제노선'을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