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9월 23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현 시기 공화국정부 앞에 나서는 가장 중요한 혁명과업"이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현재 가장 중요한 혁명과업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는데요. 하나는 "5개년계획을 반드시 수행하여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을 위한 토대를 튼튼히 다지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식량문제, 인민소비품문제를 비롯한 인민생활향상과 관련한 절실한 문제들을 원만히 푸는것"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이란 "사회주의건설의 모든 분야와 나라의 모든 지역, 인민경제 모든 부문의 동시적이며 균형적인 발전을 이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먹는 문제, 소비품문제를 푸는 것"은 '인민생활 안정향상'을 위한 '급선무'의 과제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사를 안전하게 짓고 생산성을 높이며 알곡생산구조를 바꾸고 량곡수매와 식량공급사업을 개선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체 인민은 "당의 새로운 사회주의농촌혁명강령을 실천적 성과로 받들어 나감으로써 새시대 농촌진흥을 힘차게 다그쳐"나가야 하며, 소비품의 질제고를 위해서는 "기술기능수준제고와 원료, 자재의 질적보장, 생산공정의 현대화와 품질감독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은 '모든 분야와 지역, 부문'을 동시에 균형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주장을 펼치고 있는 데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기사에 따르면,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은 "사상, 기술,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변혁을 일으킴으로써 모든 부문과 단위, 지역을 다같이 고르롭게 발전"시키고, 나아가 "자립, 자존으로 번영하는 사회주의강국을 일떠" 세우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와 경제, 군사와 과학기술,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균형적 동시발전을 이룩하고 모든 지역과 단위들이 다같이 일떠설 때 주체의 사회주의위업은 더욱 활기있게 전진" 하게 된다고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동시균형발전' 주장은 북한이 아직도 '사회주의 낙원' 건설이라는 '유토피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특히 정치와 경제의 '균형적 동시발전'주장은 인민을 속이려는 기만술책입니다. 현재 북한의 정치는 봉건왕조시대의 전제정치와 같습니다. 정치와 경제의 '동시균형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혈통세습과 전제정치를 제거하고 사회주의단계에 맞는 민주정치를 실시해야 하는데, 이러한 정치와 경제의 균형을 기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두 번째 혁명과업에서 '식량문제 해결'을 중시하고 그 해법으로 지난해 12월 제8기 제4차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이 제시한 새로운 '사회주의농촌혁명강령'의 실천을 강조했습니다. '사회주의농촌혁명강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이 '우리식 사회주의 농촌발전의 새시대를 열어나가자'라는 보고를 통해 제시된 '사회주의농촌혁명강령'은 '농업생산력 증대와 도시와 농촌간 격차해소, 농업근로자들의 3대혁명강화'가 핵심내용입니다. 북한 농업문제를 깊이 천착해온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사회주의농촌혁명강령'에 대해 대략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데요, 첫째는 1964년에 발표된 김일성의 '농촌문제 테제'를 부활시킨 것에 불과해, 현재의 농업문제를 제대로 해결할수 없다는 것입니다. 당시 김일성의 '농촌문제 테제' 역시 농업생산력 발전과 '노동자와 농민의 수준 차이'를 줄이기 위한 3대혁명의 철저수행을 강조했었습니다. 둘째는 '국가기관'이 생산수단을 완전 장악하는 농업의 중앙집권을 강화함으로써 협동농장과 농업근로자의 자율성이 축소되고 '의무수매제'를 통해 잉여생산물을 수탈함으로써 농민들이 '배급제 노동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김정은의 '사회주의농촌혁명강령'은 '농촌진흥 강령'이 아니라 독재정권 강화를 위한 '농촌수탈 강령'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핵무력 강화'에 집착하는 한 자원부족으로 '먹는 문제와 소비품문제 해결'은 실현될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시점에서 '먹는 문제와 소비품문제' 를 '중요한 혁명과업'으로 선전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올해 북한이 18회에 걸쳐 총 35발의 미사일발사에 소요된 비용은 6억 7천만 달러로, 북한 식량부족분의 70% 정도를 충당할수 있는 있는 금액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식량부족은 최소 80여 만톤에서 최대 120여 만톤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김일성이 1960년대부터 제시한 알곡생산 목표는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채워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이와 같은 장기적인 식량부족사태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핵전쟁 준비태세'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먹는 문제'를 가장 중요한 혁명과업으로 선전하고 나선 이유는 만성적 식량부족에 따른 주민불만 폭증을 제어하고 가을걷이 전투에 노력동원을 최대로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그러나 핵무력 고도화 책동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번에 제시한 혁명과업들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모든 일군과 근로자들에게 "현시기 혁명과업"을 깊이 인식하고 이를 이룩하기 위한 투쟁에서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책임 떠넘기기'식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식량과 소비품부족의 근본 원인은 당의 잘못된 정책에 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당대회와 전원회의, 정치국회의 등 각종 당회의에서 식량과 소비품문제에 대한 총화가 부실했기 때문에 실현 가능한 방침과 노선, 정책이 생산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60여 년동안 실패를 거듭한 '혁명과업'이라면 일군들과 근로자들의 문제는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북한 통치집단은 '혁명과업'에 대한 총화를 다시 실시하여 '성과와 한계, 오류'를 정확히 진단하고 올바른 처방책을 내놓는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자신들의 '총화 오류'에 대한 시정없이 주민들의 책임과 역할만 강조하는 '독선적인 행태'는 주민들의 불만과 불평만 살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