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자력갱생노선 체제일색화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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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9월 17일자 2면에 수록된 “자력갱생은 우리식 사회주의의 생명선”이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자력갱생을 “국가건설과 활동에서 중핵중의 중핵이며 일관하게 견지하고 구현해 나가야 할 항구적인 노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후(戰後) 재건과 고난의 행군시기 어려움 극복도 자력으로 했듯이 인민의 꿈과 후대들의 훌륭한 내일을 담보하는 것도 자력갱생뿐이라며, 자력갱생을 국풍(國風)으로 만들고 자력갱생에 대한 주민교양을 그 어느 때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지난 4월 10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와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김정은 시정연설과 같은 주요 정치적 행사를 활용해 자력갱생을 북한체제가 앞으로 구현해야 할 총체적인 방향으로 격상시켰습니다. 이후 북한은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전당(全黨), 전 주민, 전국을 자력갱생노선으로 일색화하는 작업을 강력하게 추진해오고 있는 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논설은 자력갱생을 북한 사회주의체제의 생명선이라고 하여 사람의 마지막 목숨에 비유했습니다. 6.25 전후(戰後) 재 더미만 남은 폐허 상태에서 다시 일어선 것도 1990년대 중반 고난의 역경도 자력갱생으로 극복했다며, 자력갱생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러나 자력갱생은 오늘날 세계화, 국제화 시대에 존립할 수 없는 이념이며 노선입니다. 지난 과거 사회주의나라들이 추진했던 자력갱생노선은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는 역사적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자력갱생만이 북한을 사회주의강국으로 만들 수 있고 북한 인민들이 행복한 생활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하는 최선의 방도라고 선전했습니다. 북한 정권의 이 같은 대(對) 주민 선전활동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이 자력갱생을 처음 들고나온 것은 1960년 대 초반입니다. 중국이 1958년부터 대약진운동을 전개하면서 자력갱생을 부르짖자 김일성이 이를 모방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대약진운동은 실패로 끝났고 이를 주도했던 모택동은 실각했습니다. 북한에서도 1960년대 자력갱생 방식으로 추진했던 제1차 7개년 경제발전계획이 실패로 끝났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숨기고 반세기가 지난 이 시점에 다시 자력갱생을 끄집어내 이 시대의 시대정신인 양 선전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을 심각하게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중석: 오늘날 북한은 자력갱생의 적용범위를 경제분야를 넘어 사회의 모든 영역에 확대 적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항구적인 노선으로 설정하고 있는 자력갱생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자력갱생 구호는 주민에 대한 배급 능력을 상실하게 된 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주민들이 자력으로 경제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구조적 환경이 조성될 때마다 ‘각자 도생해야 한다’는 의미로 주장했습니다. 북한 경제전문가들은 북한의 자력갱생노선 채택에 영향을 미친 몇 가지 요인을 밝혀주고 있는데요. 첫째는 사회주의권의 급작스런 붕괴이고 둘째는 경제규모 대비 국방비의 과다 지출이며 셋째는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지하시설 위주의 중공업 투자이고 넷째는 사회주의의 만성적 부족경제 시스템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 통치세력들은 이런 다양한 요인들이 문제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바로 잡지 않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장마당을 통해 축적한 잉여를 주기적으로 탈취해 만성 적자인 국가계획경제의 부족분을 보충하는 ‘땜빵식 경제운용’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북한이 자력갱생에 매진해야 만 하는 이유를 “후대들의 행복을 굳건히 담보한다거나 훌륭한 내일을 넘겨주기 위해서”라며 ‘후대 팔이’를 동원하고 있습니다. 자력갱생이 후대들의 미래를 보장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자력갱생에 대해 제아무리 많은 미사여구와 논리를 동원하여 미화하고 정당화한다고 해도 그 본질은 ‘북한 주민 개개인이 자신의 노동력을 이용해 자신의 삶을 알아서 영위하라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북한 정권은 주민들 식의주 문제를 전혀 보장할 수 없는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정도(正道)인 경제개방과 개혁을 극구 거부하고 있습니다. 핵무기 개발 고집으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마저 걷어차고 있습니다. 북한의 시도 때도 없는 자력갱생 외침은 주변국가와 국제사회에 폐쇄 경제체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읽혀져 북한 경제는 갈수록 고립되고 급기야는 고사 위기에 직면할 것입니다. 후대들이 훌륭한 내일을 맞을 기회는 전혀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 통치세력들은 자력갱생의 노력만으로 경제강국을 이룩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널리 확산되어 효용성이 없는 주장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이번 논설이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이유는 핵 보유국 지위를 어떻게 해서든 유지해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과 연내 회담을 점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요구에 절대 굴복할 수 없다는 배수진을 치고 있는 것입니다. 대미(對美) 비핵화 협상의 장기화에 대응한다는 측면도 고려했을 것입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분위기와 지속도 북한이 자력갱생을 부르짖게 한 직접적인 배경이 되었을 것입니다. 유엔제재 품목의 밀매와 밀수, 현금 확보를 위한 해킹, 공해상 불법 환적행위 등이 속속들이 적발돼 구체적인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통치세력들은 내부 노동력에 의지한 자력갱생만이 유일한 살 길이라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자력갱생의 체제일색화를 위해 자력갱생교양을 그 어느 때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이 북한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 시대부터 ‘자력갱생의 길’을 장구한 세월 동안 걸어왔습니다. 김일성은 처음 자력갱생을 주창하면서 주민들에게 평생의 소원인 ‘이 밥에 고깃국’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그 약속은 3대에 걸친 세습정권아래에서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북한 정권이 자력갱생을 주문하고 외칠 때마다 이에 감응하여 용인하기 보다는 하나의 흰소리로 여긴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새로운 길로 내세우고 있는 자력갱생노선은 주민들의 거부감과 실천력이 뒷받침 되지 않아 좌초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