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 안녕하세요.
양성원 :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 네. 10월 10일자 노동신문에 게재된 '조선노동당은 창당의 이념과 영광스러운 역사를 굳건히 고수하고 빛나게 계승해 나가는 위대한 당이다'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조선노동당 창당(1945.1010) 79돌 기념사설로 "혁명의 강위력한 전위부대인 조선노동당을 창건하고 강화발전을 위한 만년토대를 다져준 사람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동지"라고 적었습니다. 김일성은 "항일의 불길 속에서 당 창건을 위한 조직사상적 기초를 마련하고 해방 후 건국, 건군에 앞서 건당 위업을 빛나게 실현"했으며, 김정일은 "독창적인 당 건설사상과 탁월한 영도로 혁명적 당 건설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 당을 그 혁명적 성격과 본성에 맞게 수령의 당으로 건설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김정은은 "비범한 사상이론적 예지와 천리혜안의 선견지명으로 우리당 강화발전의 새로운 장을 펼쳐가는 역사적 행로에서 탁월한 사상과 이론을 천명하고 그를 위한 사업을 현명하게 이끌었다"고 선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일군과 당원들은 정치성을 끊임없이 높여 영도의 중심, 통일단결의 중심인 당중앙의 권위와 위신을 절대화하고 철저히 옹호해 나가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양성원 : 이번 사설은 "조선노동당은 모진 곡경속에서도 사소한 오류나 편향 없이, 공산주의 건설이라는 창당의 이념을 견결히 고수해 나가는 불패의 향도적 역량"이라고 자평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 이번 사설은 "조선노동당의 장구한 집권사와 훌륭한 전통은 "창당이념의 순결하고 완벽한 계승에 근본을 두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당 건설 개척과정에서 수령의 혁명사상을 유일한 지도적 지침으로 삼고 인민의 이상사회를 건설하기 위하여 투쟁하는 주체형의 혁명적 당으로서의 조선노동당의 성격과 임무가 규정됐다"고 강변했습니다. 이어 "새시대 5대 당 건설노선도 본질에 있어서는 창당의 이념과 정신을 철저히 계승하고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한 혁명강령이며, 당 간부 양성기지를 일떠세운 것도 김일성-김정일주의당의 명맥과 백전백승의 향도력을 천추만대에로 잇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선노동당의 공산주의건설 창당 이념의 병적 집착과 '수령의 당' 또는 김씨 일가 사당으로의 변질 가속화, 새로운 당 건설노선과 간부양성의 반시대적인 역주행은 '인민의 수치'이자 '민족적 수치'입니다. 세습독재정권의 끝없는 영광을 위해 청년세대들에 대한 사상적 통제와 처형을 강화하고 있는 조선노동당의 반인권적인 행태를 마치 성스런 책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선전하는 것은 몰이성의 극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양성원 : 이번 사설은 "조선노동당은 노숙하고 세련된 영도력으로 사회주의위업을 승리로 이끌어가는 강위력한 전위조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조선노동당 전위조직 역할' 강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레닌은 소수로 구성된 혁명 전위조직(전위당)을 결성하여 노동자와 농민을 유혈폭동으로 내몰아 정부를 전복시키는 방법으로 러시아공산혁명을 주도했습니다. 마르크스가 말한 자연발생적인 혁명방식과는 정반대였습니다. 혁명 후 전위조직은 노동자와 농민의 소유권을 박탈하고 모든 혁명이익을 독점했습니다. 스탈린시기 공산당은 독재자 우상화와 장기집권을 철통같이 보위하며 새로운 착취계급으로 등장했고 반대세력을 숙청하고 인민대중에 대한 수탈과 탄압에 앞장섰습니다. 30여 년 전 소련과 동구권의 공산당은 독재자 대신 인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대중정당으로 거듭났어야 함에도 그러하지 못해, 성난 인민대중들에 의해 타도됐으며 결국 체제붕괴를 초래했습니다. 조선노동당이 이런 역사적 교훈을 잊고 '전위조직' 타령을 계속 반복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와 이성적 마비에 빠져있다는 증거입니다. 인민을 결사 옹위하는 대중정당으로 환골탈태하지 않는다면 같은 말로를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양성원 : 이번 사설은 "우리 당의 불가항력적인 백전백승의 힘은 유일적 영도체계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김정은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에 애쓰는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이번 사설은 ①김정은의 사상과 영도를 충성으로 높이 받들어 나가는 데에, 조선노동당을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당으로 강화 발전시키고 절대적인 집권력과 영도력을 영구화 해나가는 확고한 담보가 있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②당과 국가의 존엄이고 위력인 당중앙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세우기 위한 사업을 계속 심화시켜, 온 나라를 당중앙과 같이하는 하나의 생명체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③혁명적 당이 지닌 권위와 위력은 혁명과 건설에 대한 영도실천에서 뚜렷이 발현되며 이것은 당조직들의 전투력과 활동성에 의하여 담보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내용들에 근거해볼 때 김정은 유일영도체계 확립강조는 조선노동당의 김씨 일가 영구사당화에 대한 의혹과 문제제기를 차단하고 누적되고 있는 김정은 실정과 적폐에 대한 인민대중들의 거부감과 불만을 억제해보려는 선전술책으로 해석됩니다.
양성원 : 이번 사설은 김일성이 "항일의 불길 속에서 당 창건을 위한 조직사상적 기초를 튼튼히 마련하고 해방 후 건국, 건군에 앞서 건당 위업을 빛나게 실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해방 직후 북한은 소련군정 치하에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당과 행정기관, 군을 조직하고 제도화한 것은 소련 공산당이 북한에 파견한 조선인들, 이른바 소련파였습니다. 이들은 소련에서 고등교육을 받았으며 해박한 실무능력과 활동경력을 겸비한 각 분야 전문가들로 소련군정의 지원아래 당과 행정기관을 조직하고 북한을 소련의 위성국가로 만들었습니다. 김일성은 이들의 도움으로 권력을 잡게 됐기 때문에 소련의 꼭두각시로 그 대리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김일성은 6.25전쟁이후 김일성 권력의 산실역할을 한 소련파를 모두 숙청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이 조선노동당 창건 기초를 마련했다는 주장을 결코 믿지 않을 것입니다.
양성원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 네. 감사합니다.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