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 중앙을 유일중심으로 한 일심단결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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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0월 10일자 1면에 수록된 “조선노동당은 일심단결의 기치높이 승리와 영광만을 떨쳐갈 것이다”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조선노동당 창건 74돌을 기해 작성된 것으로 “북한에서 조선노동당이 창건됨으로써 민족의 앞길에 광명한 미래가 펼쳐지게 되었다”면서 “수령님(김일성)과 위대한 장군님(김정일)을 주체의 태양으로 높이 받들어 모시고, 이들의 유훈을 끝까지 관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심단결의 사상적 기초인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영원한 지도사상으로 틀어쥐고 김정은을 정치 사상적으로, 목숨으로 결사 옹위해야 하며, 각 급 당 조직들은 당 사상교양사업에 화력을 집중하여 잡사상에 대한 날카로운 투쟁과 세도, 관료주의에 대한 반대투쟁을 강도 높게 벌이고, 광범한 군중을 당의 두리에 튼튼히 묶어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북한의 고답적이고 케케묵은 선전선동술에 입각해 74년 전에 “김일성에 의해 조선노동당이 창건됨으로써 민족의 앞길에 광명한 미래가 펼쳐지게 됐다”는 비이성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조선노동당이 창건됨으로써 북한은 ‘강력한 혁명의 참모부’를 가지게 됐으며, 이로 인해 “민족의 광명한 미래는 물론, 북한의 모든 승리와 눈부신 변혁, 인민의 행복한 삶이 이뤄지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혁명의 참모부로서의 지난 74년 동안 조선노동당이 한 일은 초기 북한 정권이 목표로 선전한 공산주의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기형적인 ‘우리 식 사회주의’를 만들었을 뿐입니다. 조선노동당의 지도이념은 1980년 10월 제6차 당대회를 통해 맑스-레닌주의(공산주의)에서 국적 불명의 ‘주체사상’으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2010년 9월 제3차 당 대표자회에서는 조선노동당을 ‘김일성의 당’으로 당 규약에 명문화하여, 당을 개인 사유화했습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는 한 술 더 떠 2012년 4월 제4차 당 대표자회를 열고, 조선노동당을 ‘김일성-김정일의 당’으로 못 박고, 지도이념도 ‘김일성-김정일주의’로 다시 바꾸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미래는 조선노동당 때문에 김씨 가문의 사욕에 정당 잡힌 신세가 되고 만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당 중앙을 중심으로 일심단결을 마련한 것’을 조선노동당의 가장 큰 공적으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조선노동당이 자화자찬하고 있는 ‘일심단결의 공적’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일심단결”을 당(黨)의 영원한 혁명철학, 주체조선의 제일 재부, 위대한 혼연일체, 핵무기보다 더 위력한 행성의 절대병기”라는 말로 미화했습니다. 풀어서 말씀 드리면 조선노동당의 노력으로 북한이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을 중심으로 하는 통일단결을 이룩해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과정과 의미를 생략한 채 밝히지 않고 있지만 ①정치적으로는 건전한 경쟁 상대인 다른 정파를 모두 숙청하여 김일성 유일독재정권을 창출했고 ②사상적으로는 기원도 불분명하며 주창자의 시론과 착상에 불과한 ‘주체사상’을 고정 불변의 지도이념으로 고착화했으며 ③ 공산혁명논리상으로 당연히 실시해야 할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당(黨) 독재로, 더 나아가 ‘개인 세습독재’로 변질시켰고 ④두 번에 걸친 후계체제 구축과정에서 개인숭배와 김씨 가문 숭배를 극대화하는 방법들을 통해 ‘김씨 일가 세습독재정권’을 중심으로 억압일변도의 ‘일심단결’을 이룩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북한 통치세력의 입장에 서서, 조선노동당이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지도사상으로 확고히 틀어쥐고 김일성-김정일주의의 요구대로 해나가고 있으며, 수령을 유일중심으로 사상의지적 통일과 혁명적 단결을 실현한 전무후무한 당”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위원님께서는 북한 조선노동당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이현웅: ①조선노동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북한 내에서 유일 정’이라는 데 있습니다. 모든 국가에는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정당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복수정당제도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사회민주당과 청우당이 있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대남선전 목적을 위해 명목상으로 존재하는 조선노동당 종속 조직입니다. ②다음은 조선노동당의 임무와 과제를 평가하고 쇄신과 개혁을 통해 과오를 바로 잡는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라면 74년이라는 세월 동안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 하나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조선노동당은 이미 사라져 없어졌을 것입니다. ③또한 조선노동당의 임무와 사명이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신장, 경제적 삶의 질 향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구태의연한 김일성-김정일주의 구현, 김씨 가문 세습독재정권 유지와 보존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④그리고 조선노동당의 기반이 인류 보편적 가치와 북한 주민들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죽은 ‘김일성과 김정일주의’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 집니다. 조선노동당은 죽은 수령들의 이념과 사상, 교시와 말씀, 유훈을 실현하는 일에 최우선적인 관심을 두고 있는 낡은 정치조직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조선노동당 안에 그 어떤 잡사상도 침습하지 못하게 날카로운 투쟁을 벌려야 하며, 일심단결을 파괴하고 좀먹는 세도와 관료주의에 대한 반대투쟁을 강도 높게 벌릴 것을 특별히 주문했습니다. 북한 통치세력들이 이런 주문을 강조하는 이유와 그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런 주문은 북한체제를 이끌고 가는 향도적 위치에 있는 조선노동당이 그 위치와 역할에 걸 맞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책임회피성 주문입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조선노동당이 당시 북한 정권의 붕괴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선군 정치라는 비상 통치수단까지 동원했습니다. 그로 인해 조선노동당은 그 위상이 군에게 밀리게 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김정은 정권은 당의 기능과 역할을 회복시키는 정상화하는 조치를 취해왔습니다. 하지만 핵과 미사일 개발로 군의 위상은 계속 향상되고 있지만, 당의 활동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당을 앞세운 미북(美北) 비핵화 협상의 연이은 결렬과 국제사회의 대북(對北) 제재 강화조치 및 대북(對北) 여론 악화, 주민들의 김정은 정권에 대한 믿음 상실, 사회주의경제파탄에 따른 사회적 일탈이 크게 확산됨에 따라, 이와 같은 부정적 사회현상들이 체제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해보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