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0월 24일자 2면에 수록된 ‘법이 인민을 지키고 인민이 법을 지키는 진정한 인민의 나라’제하의 논설입니다. 이번 논설은 “김정은이 북한을 가장 우월한 사회주의법치국가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시를 소개하며 온 사회에 사회주의 준법기풍을 철저히 확립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부르주아 법치국가’와는 다른 ‘주체의 사회주의법치국가’로써 법 기관들은 반드시 혁명적 당의 영도를 받아야 한다며 ‘당(黨) 주도의 법치’를 강조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북한이 ‘주체의 사회주의법치국가’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자랑스럽게 주장하는 ‘주체의 사회주의법치국가’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논설은 ‘주체의 사회주의법치국가’를 두 가지로 설명했습니다. ① 먼저 ‘법이 인민을 지키는 진정한 인민의 나라’라는 것입니다. 사회주의 사회는 인민이 주인 된 사회이며 사회주의국가는 인민대중의 이익을 지키고 실현하는 참다운 법치국가라고 선전했습니다. 북한의 사회주의헌법을 비롯한 모든 법들은 인민의 요구와 의사를 반영하여 제정되고 집대성된 가장 인민적이며 혁명적인 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② 또한 주체의 사회주의법치국가는 ‘인민이 법을 지키는 나라’라고 합니다. 인민을 위한 법이 제정 실시되는 사회주의국가에서는 법 준수가 인민들의 자각성에 기초하여 매우 높은 수준에서 이루어진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법학계에서는 북한이 이런 ‘주체의 사회주의법치국가’라는 선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헌법은 북한 주민들의 기본적 인권조차 지키지 못하는 ‘장식적 헌법’내지는 ‘가식적 헌법’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헌법 각 조문에 규정된 내용들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서 실질적으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오중석: 북한의 규범체계는 헌법보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 10대 원칙, 김정은의 지시가 더 상위규범으로 작동되고 있습니다. 이번 논설이 이런 비정상적인 규범운용실체를 숨긴 채 북한이 마치 가장 모범적인 법치국가인 양 선전하고 있는 데요, 이런 선전행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논설은 북한의 비정상적인 법 운용과 법 집행의 비인도적 행태를 숨기기 위해 자본주의나라들의 법치에 대한 비판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착취계급사회인 자본주의사회의 법치는 “근로인민들에 대한 소수 특권계급의 지배와 착취를 합리화하고 착취제도를 미화분식하기 위한 사상적 도구에 불과하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완전한 날조입니다. 일반적으로 자본주의나라는 경제성장을 이룩한 후에 대부분이 복지국가를 지향합니다. 다양한 복지정책을 통해 국민들의 인권을 확대 보장하고 더 나아가 권위를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데 법치를 활용합니다. 북한의 경우, 지도자의 지시나 말씀이 모든 법 위에 군림하고 있는 데요. 이런 식의 법 운용은 봉건시대에나 있을 법한 행태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말미에서 ‘주체의 사회주의법치국가’를 제대로 건설하기 위해서는 법 기관들이 반드시 당의 영도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주장은 논설 앞 부분에서 밝힌 ‘사회주의 법치’와 근본적으로 배치됩니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주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법치를 강조하면서 모든 법 기관들이 법에 따라 법을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당의 영도를 받아 법을 집행하라는 것은 그야 말로 어불성설입니다. 북한이 정상적인 법치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극명하게 말해주는 것입니다. “주체의 사회주의법치국가는 당의 영도 밑에서만 성과적으로 건설할 수 있다”는 주장은 북한의 법 기관들이 당의 시녀 역할과 기능을 할 뿐, 책임 있는 독립적 기관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법 기관이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며 집행하는 법 운용을 함에 있어 당 영도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결국 김정은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북한이 법치국가가 아니라 김정은이라는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인치국가’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궤변이 나온 것은 초법적 규범으로 북한주민을 얽어 매고 있는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 10대 원칙’이 유명무실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국내법뿐 아니라 국제기구나 국가간 맺은 협약이나 협정, 약속도 제멋대로 파기하고 무시하는 행태로 인해,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잃고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참다운 법치국가임을 강변하는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약속 불이행에 따른 채찍의 하나로북한의 참혹한 인권문제를 비핵화 협상의제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든 그 나라의 법의 존재목적은 그 나라 국민들의 기본적인 인권향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법치는 인권보장의 유무를 가르는 잣대가 됩니다. 북한에는 인권불모의 정치범 수용소가 존재하고 있고, 공개처형 형태의 사형을 빈번하게 시행하고 있으며, 기아를 의도적으로 방치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가장 비인권적이며 비인도적인 국가로 지탄받고 있습니다. 유엔인권위원회는 매년 북한의 인권문제를 의제로 채택하고 북한 정권의 주민들에 대한 몰(沒)인권적인 행태를 심각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참다운 법치국가 타령은 이런 국제사회의 지속되는 인권문제 제기에 대응하고 주민들의 불만과 동요를 차단해 보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북한 주민들은 “법이 인민을 지키고 인민이 법을 지키는 진정한 인민의 나라”라는 이번 논설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법치의 핵심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 인권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느냐 입니다. 나머지 법들은 헌법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세부 수단입니다. 기본적인 인권 중에서 천부인권으로 불리는 인권은 생명, 자유, 평등입니다. 북한의 법은 북한 주민들의 생명권을 보장해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는 적게는 5만에서 많게는 15만명이 수용되어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생명권이 완전히 박탈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정치범 수용소에 수용된 가족이나 그 밖의 일가친척들은 수용된 이유나 원인은 물론, 언제, 어떻게 끌려 갔는지도 모르며, 사람이 없어진 사실 하나로 정치범 수용소에 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북한정권이 부르짖는 구호와는 달리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권도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법치의 핵심인 천부인권이 무시되고 있는 현실에서 ‘북한이 진정한 법치국가’라는 당국의 상투적 선전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