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11월 16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조국의 미래를 키우는 것은 어머니들의 크나큰 긍지이고 영예이다"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어머니들은 사회주의발전의 한 축을 맡아 "가정보다 당의 위업, 사회주의위업 수행에 피와 땀, 성실한 노력을 아낌없이 기울여왔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온 가족을 혁명에 바친 장길부 어머니, 수령님만을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옹호한 태성할머니"같은 "여성혁명가와 여성영웅들의 대부대가 있어 조선혁명의 전진과 승리, 영광스러운 역사를 창조할 수 있었다"며, 어머니들의 '충성과 애국활동'을 촉구했습니다. 어머니들이 '값 높은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여성 중시와 여성존중의 뜻을 이어받아 '어머니와 후대사업'에 최대의 관심과 배려를 하고 있는 김정은을 '위대한 어버이'로 높이 모시였기 때문" 이라며 김정은에게 공을 돌렸습니다. 또한 김정은의 '어머니와 아이들의 지상낙원' 건설의지와 결심은 확고하다며, 이에 부응하기 위해 어머니들은 ①수령만을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받드는 여성, ②나라를 떠받드는 믿음직한 고임돌, ③사회주의대가정을 위해 헌신하는 참다운 여성혁명가와 애국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조직들은 여성을 대상으로 다산(多産) 시책과 '공산주의어머니' 교양사업에도 적극 나설 것을 지시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북한의 어머니들이 "시대의 축복속에 값높은 인생의 자욱"을 새겨가는 것은 "위대한 어버이를 높이 모시였기 때문"이라고 강변하고 있는데요. 황당무계한 궤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어머니들이 당에서 요구하는 역할을 잘 수행할수 있는 것은 김정은이 "어머니들을 전국가적, 전사회적으로 적극 내세워주고, 후대들의 양육과 교육교양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훌륭히 갖추어" 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 예로 김정은이 "어머니들의 대회를 조직" 한 것과 "어린이들에게 젖제품을 비롯한 영양식품을 공급하고 교복을 해입히는 것"을 "당의 정책으로, 공화국의 영원한 국책"으로 내세웠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이 2012년 11월에 개최한 제4차 '전국 어머니대회'의 목적은 정당성이 부족한 세습권력의 대중적 지지기반을 마련는데 있었습니다. 또한 77년의 역사를 가진 사회주의나라에서 아직도 '어린이들의 먹고 입는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정책차원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통치자가 '어버이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위대한 어버이'보다 어머니가 먼저 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각급 당조직들에게 어머니들을 "공산주의어머니"답게 교양할 것을 지시하고, 어머니들에게는 "사회주의대가정의 부흥과 발전"을 위한 "여성혁명가, 애국자"가 될 것을 주문 했습니다. 이런 지시와 주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공산주의어머니'와 '사회주의대가정' 구호는 북한이 정권초기부터 '가족의 형태'를 사회주의형식으로 바꾸기 위해 추진해온 '가정 혁명화'사업에서 나온 것입니다. '가정 혁명화'는 2세들을 가정에서부터 '공산주의적 인간으로 육성한다는 것인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가정을 '공산주의인간을 육성하는 기초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1968년 3월 '여성동맹회의'에서 제기된 후 1970년부터 구체적인 정책으로 추진되었습니다. 가정 혁명화의 실질적인 내용은 2세들에게 대적투쟁과 계급투쟁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입니다. 여기서 어머니는 '가정 혁명화'의 교양자로서 '공산주의 어머니'가 될것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대가정은 북한 전체를 하나의 큰 가정으로 만든다는 것으로, 어머니들은 자녀들에게 수령을 '어버이로 숭배'하고 결사옹위에 나설수 있는 '수령의 전사'로 양육해야할 책무를 지게됩니다. 이처럼 어머니들을 정치사상화하는 것은 가정을 '사랑과 행복의 공동체'로 만들어야 할 어머니들의 '숭고한 사명'을 무참하게 짓 밟는 반인륜적인 범죄행위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장길부 어머니'와 '태성할머니'의 수령에 대한 지지를 북한의 어머니들이 본받아야할 '전형적인 어머니'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이들을 모범적인 어머니상'으로 제시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이 소개하고 있는 '장길부 어머니'는 일제시기 만주에서 갑산지역으로 국내침투하여 활동하다 일경에 체포되었으나, 혀를 끊고 고문으로 옥사에 이르기 까지 비밀을 지켰다는 마동희의 어머니입니다. 북한은 그동안 '장길부 어머니'를 혁명가를 낳고 키운 가장 모범적인 여성으로 선전해왔습니다. 또한 태성할머니는 김일성이 1956년 종파사건이 있기 전 정치적 곤경에 처했을 때, 남포시 태성리 투표소에 가던 중 만난 한 할머니가 '종파놈들이 이기겠느냐, 수상님을 지지한다'는 말을 듣고 힘을 얻어 종파를 숙청했다는 일화에 나오는 여성입니다. 북한 선전매체에서 장길부 어머니와 태성할머니를 동원하는 경우는 통치자에 대한 저항세력을 숙청하고 충성심을 고취시킬 필요성이 있을 때였습니다. 이런 과거사례로 볼 때 이번의 경우도 김정은의 '핵무기 정치'에 대한 여성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을 이끌어 내려는 술책으로 분석됩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우리 어머니들은 아들 딸들을 '혁명승패와 진퇴를 판가리하는 싸움터'로, '조국보위의 초소로 내보내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어머니라고 선전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날조선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고급중학교 학생들은 졸업 후 대학진학과 직장배치자들을 제외하고 남자는 8년, 여자는 5년, 특수병종의 경우 10년이라는 긴 군복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에는 남자 13년, 여자 8년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긴 군복무를 한 때도 있었습니다. 북한의 군생활은 열악한 의식주와 제대후 험지인 탄광, 농촌 등의 직장 강제배치로 인해 병역기피현상이 만연해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최악의 복무환경 개선은 뒷전으로 미루면서 귀한 자녀들을 싸움터로 자랑스럽게 내보내라는 당의 지시를 흔쾌하게 받아들일 어머니는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