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반제반미 대적의식 고취, 계급교양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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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11월 26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계급교양을 더욱 강화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는 것처럼 반제반미교양, 계급교양을 떠나서 우리 인민의 자주적 삶과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하여 혁명의 승리, 사회주의의 필승불패성에 대하여 생각할 수 없다"며, 전체 인민에 대한 계급교양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또한 "공화국의 국위를 더 높이 떨치며 사회주의건설을 다그쳐 나가는데서 제일가는 지지점은 우리 인민의 비타협적인 반제계급의식"이라며,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반제반미교양, 계급교양을 더욱 심화시켜 나감으로써 일터와 초소마다 견결한 계급의지가 꽉 차넘치게 하여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리고 "계급투쟁의 열기가 식어지는 것은 곧 사상적으로 무장해제되는 것이나 같다"면서 "원수들을 마지막 한놈까지 무자비하게 쓸어버릴 일념으로 가슴끓이도록" 해야한다고 지시했습니다. 현재의 시기를 "청소년들에 대한 반제반미 계급교양에 특별한 주목을 돌려야할 책임적이고 관건적인 시기"로 규정하고, "사람의 피는 유전될 수 있어도 사상의식은 유전되지 않는다"고 강변하면서, 청소년들을 "계급의 대를 굳건히 이어나가는 복수자들로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의 요지는 체제유지를 위해 전체 인민을 '적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들끓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대(對) 인민 '분노와 적개심 고취'에 혈안이 되어 있는데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먼저 "우리 혁명의 과감한 전진을 가로막으려고 필사적으로 발악하는 적대세력들에 대한 우리 인민의 격노심은 더욱 고조되고 분노심은 활화산처럼 터져나오고 있다"고 선동했습니다. 이어 "계급교양의 열도를 더욱 높여 전체 인민을 사상의 강자, 계급의 전위투사로 튼튼히 준비시켜나갈 때 우리의 사상진지, 혁명진지, 계급진지는 백방으로 강화"된다며 대적교양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더해 "원수에 대한 분노심이 격앙될수록 조국과 인민, 사회와 집단에 대한 사랑과 헌신의 감정은 더욱 열렬" 해지고, 인민들 가슴에 만장약된 "복수와 징벌의 의지가" 우리 사회에 차넘치는 "순수한 인간미와 도덕윤리를 지키려는 강렬한 열망으로 분출" 된다며, 분노와 복수를 '인간 도덕감정'의 '근본 추동요인'으로 미화하고 미덕인양 호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거짓교양'으로는 인민들의 사상을 개조할 수 없으며, 오히려 인민들의 적개심이 북한 정권을 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인민대중의 계급의식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강렬해져야 하며 계급교양은 한시도 늦추지 말아야 할 혁명의 중대사"라고 역설했습니다. 전민 대적의식 고취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북한의 '계급교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계급교양은 1955년, 김일성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행한 '당원들 속에서 계급교양사업을 더욱 강화할 데 대하여'라는 연설에 그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계급교양은 지주와 자본가, 자본주의제도에 대한 타도와 '미제국주의'에 대한 증오심으로 인민의 심장을 불태우게 만드는 교양입니다. 김정일은 '미국과 일본, 한국'을 한 축으로 하고, 남북한 해외의 종북세력과 북한을 '우리민족끼리'라는 '하나의 틀'로 묶어 대립시키는 계급교양에 주력했습니다. 김정은은 청소년들에 대한 인간개조와 사상개조에 중점을 두고 계급교양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북한 김씨 일가 3대는 계급교양에 세습권력의 명운을 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계급교양에는 '인간 존엄성'이 완전 배제되어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북한의 사상사업 역시 하나의 정책인 이상 '인간 존엄성 실현'이라는 정책의 본래 목적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증오와 분노의 사상으로 인간의 본성을 개조할 수 있다는 '공산주의교리'는 1930년대에 '레닌의 실험'에서 불가능한 것으로 이미 판명되었습니다. 북한의 계급교양은 당장 중지되어야 마땅합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계급교양 주제의 읽은 책' 발표모임, 영화실효모임과 웅변 및 시낭송모임 등을 통해 청년들의 계급의식을 부단히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이처럼 '청년 계급교양'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청년 계급교양의 필요성에 대해 '착취와 압박' 그리고 전쟁의 엄혹한 시련을 겪어보지 못한 새세대들이 혁명대오의 주력을 이루고 있는 조건에서 계급교양을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면 새세대들이 지난날의 력사와 자기근본을 잊게 되며 저도 모르게 나태해지고 사상적으로 변질"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이런 현상을 두려워 해 2020년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만들어 외국문화 유입 및 향유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하고 2021년 9월에는 '청년교양보장법'을 제정하여 청년들에게 당과 수령에 대한 충실성 및 반제계급의식 무장에 관한 교양을 강화했습니다. 이런 처방에도 불구하고 청년계급교양을 특별히 강조하고 나선 것은 법적 처벌만으로는 장마당세대들의 사상적 이완과 비사회주의적이고 반사회주의적인 일탈행위 확산을 저지할 수 없다는 절박한 사정에 따른 것으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사상전의 집중포화, 연속포화, 명중포화를 들이대여 사람들의 가슴에 복수와 징벌의지를 만장약"시켜주고 그것이 '당결정관철의 성과'로 이어지게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지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지난 10년 동안 북한 통치집단은 핵무력 완성을 위해 '핵은 만능의 보검'이라는 사상전을 전개해왔습니다. 그러나 핵무력 완성이 북한 주민에게 가져다 준 것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궁핍과 체제가 괴멸될수도 있다는 불안감이었습니다. 북한이 모든 부문과 모든 단위에서 경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핵무기 개발에 대한 집착과 자력갱생노선 때문입니다. 이러한 엄연한 사실을 숨기고 복수와 징벌의지를 만장약시키는 사상전을 통해 경제성과를 이룩하라는 지시는 근거도 없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 견강부회입니다. 이제는 그 어떤 사상전도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