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2월 11일자 2면에 수록된 “백두산대학”이라는 정론입니다. 이 정론은 백두산 지역 혁명전적지 답사를 일컫는 ‘백두산대학’을 “신성한 교단, 위대한 혁명대학, 영광의 교정, 신성한 혁명의 교정”이라고 추켜세우면서 누구나 강해지고 불속에서도 타지 않으며, 시련속에서도 더 높이 솟구쳐 오르는 불사조가 되려면 백두산대학으로 와야 하며, 그곳에서 백두의 혁명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백두산에 오르기를 염원한 사람은 “애국자”로 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변절자로 굴러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주민들의 백두산대학 사상교양에 적극적인 참여를 강제해 나섰습니다.
오중석: 이번 정론은 ‘백두산 지구 혁명전적지 답사’를 ‘백두산대학’이라고 명명하고 있으며 ‘백두산대학‘은 “김정은 시대를 상징하는 불멸의 시대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백두산대학을 가려는 자는 애국자인 반면, 이를 기피한자는 변절자라고 매도하고 있습니다. 백두산대학의 실체가 무엇인지,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정론은 ①김일성이 백두산대학을 세웠고, 김정일은 백두산을 혁명전통교양의 대(大)노천박물관으로 만든 백두산대학의 위대한 스승이라고 적었습니다. 김정은은 귀뿌리를 도려내는 듯 한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12월에 혁명전적지 답사열풍을 일으켜, 김정은시대를 상징하는 불멸의 시대어 ‘백두산대학’을 인민의 가슴속에 만들어 주었다고 기술했습니다. 백두산대학을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의 ‘대(代)를 이은 합작품’으로 묘사한 것입니다. 백두산대학은 ‘김씨 가문’만이 만들수 있고, 실재로 만들었다는 점을 부각시켜 ‘김씨 가문’에 대한 우상화 수위를 한 단계 더 격상시키고 있습니다. ②또한 백두산대학을 염원하는 자를 “참된 혁명가, 애국자”라고 추켜세운 반면, 백두산대학을 거부하는 자에 대해서는 “배신자, 변절자”라고 낙인을 찍음으로써, 전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백두산 지구 혁명전적지 답사에 나설것을 심리적으로 강요했습니다. 김정은 시대 전 주민을 대상으로 한 혹한기 신종 ‘혁명화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③ 백두산대학을 나와야만 “총포탄이 비발치는 격전장도 웃으며 달릴 수 있고, 단두대에 올라서서도 혁명의 노래를 부를수 있다”며, 사회주의강국의 내일을 위해 오늘의 빨찌산투사가 되자”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자극적인 선전은 백두산대학이 북한 주민을 ‘백절불굴의 혁명적 낙관주의자’로 만들기 위한 ‘혁명정신무장사업’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합니다.
오중석: 북한 김정은 정권은, 미국에 대해 금년 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갖고 대북(對北) 비핵화 협상에 나올 것을 선언한 이후, 협상종료 시한이 임박해진 시점에서 ‘백두산대학’을 급조하고, 전 주민의 ‘철저한 백두산대학 이수’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백두산대학’소동이 미국에 보내는 신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정론은 “지난날에는 수십만의 일본군이 포위하고 추격하였지만, 오늘은 그와 대비도 할 수 없이 막강하고 포악한 제국주의세력들이 우리(북한) 나라를 압살하려 하고 있다”고 하여, 미국의 대북압박에 엄청난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어서 “고난의 행군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인민을 ‘어떤 힘으로써도 정복하지 못한다”고 강조해, 미국이 대북제재를 제아무리 강화 한다해도 ‘북한을 무너뜨리거나 정복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말 뿐인 이런 허장성세는 북한의 존립을 보장해주지 못합니다. 또한 일제시기에 항일투사들은 “얼어죽을 지언정 노예로 살 수 없는 인간이기에, 굶어 죽을 지언정 머리숙이고 살 수 없는 인간이기에 불사조의 모습을 조국청사에 아로새길 수 있었다”며, 그들의 항일혁명투쟁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주장은 어떤 고난과 어려움이 닥쳐와도 ‘굴욕적인 비핵화’는 절대 할 수 없다는 대미(對美) 의지를 강력하게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핵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전 주민이 빨찌산 투쟁정신으로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대미결전도 불사할 수 있다는 각오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오중석: 김정은 정권이 급조한 ‘백두산대학’은 일제시기 항일투쟁정신을 현 시점에서 끌어내어 전주민들에게 무장시킴으로써, 대내외적으로 불어닥친 위기국면을 극복해보려는 ‘우상숭배 방식의 정치적 운동’(campaign)으로 보입니다. 북한정권이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이와 같은 ‘정치적 운동’에 매달리는 이유와 그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스탈린주의에 입각하여 수립된 전체주의 독제체제입니다. 구소련의 가장 잔인했던 수령인 스탈린은 사망(1953년 3월 5일)한 직후에 그에 대한 ‘격하운동’이 일어나, 우상숭배로 하늘 높이 치솟았던 그의 위상과 권위가 하루 아침에 땅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이후 지구상에서 스탈린식의 우상숭배는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유일하게 북한만 현재도 스탈린식 우상숭배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역대 북한 정권에서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는 우상숭배 방식의 정치운동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일성은 1970년대에 김정일에게 독재권력을 세습시키기 위해 김정일이 태어났다는 ‘귀틀집’과 정일봉을 세우고 그 일대를 ‘백두밀영’으로 꾸미는 작업을 대대적으로 시행했습니다. 김정일은 1980년대에 백두산 지구 전적지에서 말도 안되는 ‘구호나무’ 찾기운동을 벌여, 1000여개나 발견했다는 거짓선전을 해댔습니다. 이번 김정은의 ‘백두산대학’ 캠페인도 이와 같은 선대들의 개인 우상화와 가문 우상화를 통해 독재권력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무소불위의 독재권력을 강화하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따른 체제위기극복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그 배경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오중석: 올 겨울 김정은 정권이 각급 당기관과 일군, 학생, 근로자, 청년들을 대상으로 급격하게 추진하고 있는 백두산대학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북한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해 자신의 자주권과 발전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항변해 왔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발전권을 침해하고 있는 있는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가 아니라, 북한의 고착화된 사상과 이데올로기의 경직성입니다. 북한이 정상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상과 이데올로기에서 해방되어야 합니다. 사상과 이데올로기의 혁명 없이 제도나 권력의 개선은 있을 수 없습니다. 북한이 기존 사상과 이데올로기중에서도 가장 먼저 폐기해야 할 대상은 ‘혁명전통’입니다. ‘백두산대학’입학이나 졸업은 오히려 북한체제의 발전과 정상화를 가로막는 장애요인 이라는 점에서 주민들의 한숨소리는 더욱 커져만 갈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