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12월 16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수령의 유훈관철전에로 고무추동하는 불멸의 기치"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김정은이 김정일의 "유훈을 드팀없이 관철하기 위한 투쟁에서 지침으로 삼아야 할 강령적 노작들을 수많이 발표"하여 "이 땅위에 성스러운 태양의 역사가 줄기차게 흐르도록"했으며, 그의 노작들은 "전당, 전국, 전민을 고무추동하는 위력한 사상적 무기, 불멸의 기치로 빛나고 있다"고 적어, 그의 유훈통치를 극찬했습니다. 김정은이 2011년 12월에 발표한 담화 "위대한 김정일장군님을 영원히 높이 우러러모시고 장군님의 유훈을 철저히 관철하자"는 선대(先代)들이 개척하고 이끌어온 "사회주의의 한길로 힘차게 나갈 것"이며, 이 길에서 "단 1mm의 편차도 없을 것임을 엄숙히 선언한 불멸의 대강"이라고 선전했습니다. 이어, 그의 '새시대 우리 당 건설방향과 조선노동당 중앙간부학교의 임무에 대하여' 강의는 "당 건설의 백년대계를 담보하는 만고불변의 대강"이라고 추켜세웠습니다. 특히 2015년 2월 18일 정치국확대회의에서 내린 결론 '위대한 김정일동지의 유훈을 철저히 관철하여 인민의 낙원을 일떠세우자'는 "유훈관철전의 불길"을 세차게 한 "불멸의 지침"이라고 찬양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을 높이 모시여 우리 조국은 인민의 만복이 활짝 꽃펴나는 천하제일낙원"으로 빛을 뿌릴 것이라며 그를 칭송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김정은이 김정일의 "사상과 위업을 빛나게 계승완성"하기 위한 "진군로를 휘황히 밝히며 인민을 승리와 영광의 한길로 영도"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훈통치선전에 나선 것인데요. 관련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기사는 김정은이 "수령의 유훈을 변함없이 끝까지 관철해나갈 억철불변의 신념과 의지"를 지녔을 뿐아니라, "수많은 고전적 노작을 발표하여 수령의 유훈을 최상의 수준에서 가장 완벽하게 관철할 신념과 의지가 전인민적인 사상감정으로 분출되게 하였다"며 그의 유훈통치를 찬양했습니다. 그의 유훈관철과 관련된 "고귀한 지침들이 명시된 불후의 고전적 노작들은 발표되자 마자 천만인민의 심장을 세차게 틀어잡았다"며 전체 인민이 그의 유훈통치를 '전면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양 기술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사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사망하기 직전 언급한 유훈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기사 내용을 기준으로 추측해 본다면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상과 위업, 구상과 염원'으로 압축됩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을 가감없이 소상하게 밝혀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현재 북한의 '경이적인 현실'은 천만인민을 수령의 유훈관철전으로 분기시켜 기적과 위훈을 창조한 김정은의 "사상이론적 업적과 특출한 영도의 결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정은의 '유훈통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은 김정일이 2011년 12월 17일 사망하자 그 달 31일 김일성과 김정일의 통치 노선과 위업을 그대로 받아 안고 수행해 나갈 것임을 천명하였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절대적 권위를 이들의 죽음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해 나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김정은은 김정일 동상세우기와 인민들의 동상참배, 김정일 명의 국가최고 훈장제작, 시신영구보존 처리 및 시신 앞 경배하기 등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또한 김정은은 김일성과 김정일을 신격화하기 위해 2012년 개정헌법 전문에 두 사람에게 최상의 경의와 존경을 표현하고 미화칭송으로 가득찬 문장을 채워넣었습니다. 2013년 4월에는 이들을 영원한 수령으로 떠받드는 '금수산태양궁전법'을 제정했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우상화작업을 법적으로 완비한 것입니다. 선대 후광을 빌려 자신의 취약한 권력세습의 정통성을 확보하려는 것이 유훈통치의 본질입니다. 유훈통치는 독재세습에 불과합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김정은의 지난 10년 통치를 선대들의 유훈을 관철하는데 진력하여 최고수준에서 유훈을 관철시켰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김정은 10년을 '유훈관철의 역사'로 선전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의 리더십은 사상, 정치, 경제, 군사 모든 분야에서 더 이상 높게 발휘될 수 없는 한계에 직면해 있습니다. 주체사상의 경직성으로 인해 북한 인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나 독자적인 사상정립도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정치적으로는 백두혈통강조로 '세습독재'를 '영구독재'로 만들려는 노력에 집중하고 있어 발전의 영역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경제 역시 인민노력착취와 약탈에 의존하고 있어 정상적인 회복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군사적으로 핵개발성과를 앞세우고 있지만 안보딜레마 격화로 진퇴양난의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북한이 김정은의 집권 10년을 '유훈관철의 전형'으로 선전하는 이유는 이처럼 한계를 드러낸 김정은의 리더십 붕괴를 차단하고 지금의 상황을 선대유훈의 모범적인 관철의 결과로 호도함으로써 세습권력의 뿌리를 더욱 공고히 해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김정은을 "높이 모시여 이 땅위에는 수령님과 장군님의 필생의 념원이 찬란한 현실로 펼쳐질 것"이며, 북한이 "천하제일 낙원"으로 빛날 것이라고 선전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일성은 1962년 천리마운동 당시 '이밥'을 약속했고 1964년에는 이밥 외에 고깃국과 기와집, 비단옷'을 추가했습니다. 주민들은 김일성의 이 말을 '진정한 유훈'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집권하고 있는 한 이 유훈의 실현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김정은이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유훈은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이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은 김정일 11주기 이튿날인 12월 18일 탄도미사일 2발을 또 발사했습니다. 핵개발에 올인하는 김정은이 이밥에 고깃국이라는 김일성의 필생유훈을 관철시킬 것으로 믿는 주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