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사회주의농촌건설을 위한 ‘농업근로자 사상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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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월 1일자 1면에 수록된 "위대한 우리 국가의 부강발전과 우리인민의 복리를 위하여 더욱 힘차게 싸워나가자"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지난해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조선노동당 제8기 제4차전원회의에 관한 보도로써 이번 전원회의에 상정된 6가지 의정(❶2021년도 주요 당 및 국가정책들의 집행정형총화와 2022년도 사업계획에 대하여 ❷2021년도 국가예산집행정형과 2022년도 국가예산안에 대하여 ❸우리 나라 사회주의농촌문제의 옳바른 해결을 위한 당면과업에 대하여 ❹당규약의 일부 조항을 수정할데 대하여 ❺당중앙지도기관 성원들의 2021년 하반년도 당조직사상생활정형에 대하 ❻조직문제 )중에서 첫 번째 및 세 번째 의정과 관련하여 김정은의 지난해 평가 및 올해 과업을 상세하게 다루었습니다. 김정은은 첫 번째 의정의 '2021년도 주요 당 및 국가정책들의 집행정형총화'에서 2021년을 "위대한 승리의 해"로 평가했습니다. 이어 '2022년도 사업계획'에서는 "경제를 장성궤도에 올려세우며 인민들에게 안정되고 향상된 생활을 제공하는 데 총집중"할 것과 이에 따른 부문별 세부 투쟁지침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의정보고에서 '농업근로자 사상개조'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사회주의농촌걸설 목표와 당면과업'을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오중석: 이번 전원회의는 지난 해를 '사회주의건설의 전면적 발전'에서 그 서막을 연 '위대한 승리의 해'라고 자평했습니다. 사실과는 동 떨어진 평가인데요. '위대한 승리의 해'에 걸맞는 성과로 무엇을 내세우고 있는지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먼저 "재해성 기상현상과 장애요인에 대응하는 과학적인 방법론을 장악함으로써 어떤 조건에서도 농사를 안전하게 지을 수 있는 확신"을 갖게된 것을 꼽았습니다. 다음은 살림집건설과 큰물피해복구 같은 "대건설과제들을 박력있게 추진"하여 "사회주의 발전상과 저력을 과시한 것"을 언급했습니다. 전력과 석탄, 철도운수 부문 등에서 실적이 이뤄지고, 경제부문 계획규률의 확립과 지도일군들의 사업기풍이 개선되었으며, 집단주의 위력이 높이 발휘됐다는 주장도 펼쳤습니다. 당풍확립과 법률제도완비 및 법질서강화, 인민생활안정을 담보하는 진전이 이룩됐다고 적었습니다. 첨단무기체계의 연속개발로 군사력의 선진성과 현대성을 과시한 것도 중요한 성과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성과'가 '위대한 승리의 해'라는 평가를 뒷받침할 만한 성과로 봐야하는 지에 대해 많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의 셀프평가만으로는 북한이 지난해 추구한 '자강력제일주의'나 '인민대중제일주의'의 목표와 이상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구현됐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중석: 이번 전원회의는 농촌문제를 독립된 하나의 의정으로 채택하고 '우리식 사회주의농촌발전의 위대한 새시대를 열어나가자'라는 보고를 통해 '전략적 방침'들을 제시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사회주의농촌건설' 방식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에 제시된 '사회주의농촌건설의 목표'는 "온 나라 농촌을 주체사상화하고 물질적으로 부유하게 만드는 것"이며, 이를 위한 부차적인 '농촌발전목표'는 "농업근로자들의 사상의식수준제고, 농업생산력의 비약적 발전, 농촌생활환경의 근본적인 개변"입니다. 이에 따른 농업발전전략은 "모든 농업근로자들을 혁명적인 농업근로자로 개조하고 식량문제를 완전해결하며 생활환경을 획기적으로 개변시키기 위한 투쟁을 벌려 농촌을 지속적인 발전궤도에 올려세우는 것"이며, 이를 위해 "농업근로자들의 사상을 개조하고 정치의식"을 높여, 이들을 "농촌혁명가들로 튼튼히 준비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려 "농업근로자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낡은 사상을 뿌리빼고, 이들을 혁명화, 주체사상화된 공산주의적 인간"으로 키운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김정은 식 '사회주의농촌건설' 방식'은 1964년 2월 김일성이 주장한 '사회주의농촌체제'를 모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퇴행' 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농촌건설과 농촌발전 그리고 농촌사상혁명의 '핵심요인'으로 '농업근로자의 사상개조'를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농업근로자들의 사상개조를 강력하게 추진하려는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사회주의혁명에서 농업근로자(농민)는 노동자와 함께 '2대 주력군'을 구성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혁명과 건설을 장기적으로 추진하면서 지식인과 청년학생, 인민군을 주력군에 포함시켰으며 선군정치를 펼쳤던 김정일시대에는 인민군을 노동자나 농업근로자보다 앞세웠습니다. 농업근로자들의 '주력군 위상'이 유명무실해졌던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농업근로자들의 사상개조사업은 농업근로자들의 '주력군 위상'을 다시 회복시켜 그 역할을 강화시키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북한의 '사회주의낙원' 선전에도 불구하고, 북한 농촌의 현재상태는 농업기반시설, 농자재, 농업기술 면에서 심각한 '부족의 난'을 겪고 있으며, 빈번한 농업관리개선조치에도 불구하고 농촌경리는 총체적인 실패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2의 아사사태가 발생해 전국화 된다면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할 것입니다. 농업근로자들에 대한 '사상적 고삐조이기'는 이와 같은 '통치위기'를 사전에 차단해보려는 고도의 정치적 술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우리식 사회주의농촌발전의 위대한 새시대를 열어나가자'라는 전원회의 보고문건을 세기적 숙망을 실현할 "기념비적 문헌", "휘황한 전망과 설계도"라고 주장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선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기사는 김정은의 보고문건을 "새로운 사회주의농촌건설강령"이라고 추켜세웠습니다. 하지만 문건에 담긴 내용들은 각종 당 문건에서 이미 언급되었던 주제들을 다시 재탕해 적시한 것들이 대부분 입니다. 그럴수 밖에 없는 이유는 토지의 국유화와 사회화를 해체하거나 완화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노동동원 방식과 생산물분배 조정과 같은 지엽적인 개선조치에 함몰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문건에서 주목할만한 내용은 주체사상으로 농업근로자들을 개조해야 한다는 것인 데요, '주체사상이 쌀을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은 지난 70년 세월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새해에도 계속될 '노예노동'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