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안녕하세요.
오중석: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네. 노동신문 1월 26일자 1면에 수록된 "당결정집행에서 무조건성, 철저성, 정확성의 기풍이 공고한 당풍으로 되게 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번 사설은 "제8기 제4차전원회의는 2022년도 당과 국가사업의 중심방향에 대하여 밝히고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원칙적 문제들과 투쟁방침을 천명"한 것이라고 전하면서 "전원회의결정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올해의 환경과 조건은 "시련과 장애가 중첩되어 있고 부족한 것도 적지 않다"면서도 "5개년계획의 성사여부가 올해의 투쟁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당결정관철전은 "당중앙의 존엄사수전, 권위보위전"이라며 당원들은 "김정은동지의 혁명사상으로 더욱 철저히 무장"하고 "당중앙의 혁명사상을 신념화, 체질화한 참된 충신, 열렬한 애국자로 준비"하며, "당중앙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사업을 계속 심화"시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특히 "당결정집행 기풍을 당풍으로 확립"하기 위해서는 모든 일군들이 "당결정관철 투쟁을 주도"해나가야 하며, "인민경제계획을 미루지도 당기지도 말고 순별, 월별, 분기별로 수행하도록 규률을 강하게 세우고 정상적으로 장악총화"하며 "당조직들의 전투적 기능과 역할을 결정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오중석:이번 사설은 "당원들이 분발하고 들고 일어나 오늘의 고난을 앞장에서 맞받아 뚫고 나가면 극복 못할 난관, 점령못할 요새"가 없다며 북한의 대내외적인 어려운 사정을 실토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북한은 3년째 신년사를 내놓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특이현상은 신년사에 자랑스럽게 담을 만한 '전년도 성과'가 없었을 뿐아니라 올해에도 성과를 낼만한 '계획'을 만들어 낼 수 없을 만큼 대내외 환경과 조건이 악화돼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이런 사정을 반영이라도 한 듯, 이번 사설은 지난해 말 개최한 "제4차전원회의에서 언급한 과제를 "2022년도 당과 국가사업"이라고 밝히고, 전체당원들이 '전원회의결정의 무조건 관철'을 당풍(黨風)으로 세워야 한다고 지시한 것입니다. 올해 과업은 더 무겁고 방대하지만 "전진도상에는 의연히 시련과 장애가 중첩되어 있고 부족한 것"도 적지 않다고 '자백'하면서 "막아서는 난관이 아무리 혹독하고 조건과 환경이 불리하여도" 반드시 "전투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애로와 난관이 많고 도전이 거세질수록 당결정관철을 위해 자신을 무섭게 째찍질하며 분투"할 것을 독려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통치집단은 이처럼 어려운 사정이 왜 초래됐는지를 깊이 성찰하고 그 원인파악과 제거에 솔선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핵무력 고도화 정책이나 자력갱생노선의 철폐없이, 전원회의에서 밝힌 '농촌 균형발전'이나 '10년내 먹고 사는 문제해결' 같은 중추적 과업의 실현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오중석:이번 사설은 "당정책관철전"을 "당중앙의 존엄사수전, 권위보위전"으로 규정했습니다. 당정책을 관철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를 "김정은 존엄사수와 권위지키기"에 두고 있는 데요. 북한 조선노동당의 '당정책 일탈현상'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당중앙의 권위는 곧 당조직들과 당원들의 존엄이며 매 공민들의 자부심이고 영광"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를 "혁명적 대경사의 해, 승리의 해"로 빛내기 위해서는 먼저 "김정은동지의 혁명사상으로 철저히 무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중앙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확립하는 것은 "국가를 부흥발전시키고 인민의 행복을 꽃피우기 위한 선결조건"이라며, 당결정관철투쟁에서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혁명정신, 투쟁기풍을 높이 발휘"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당정책관철전은 '김정은 존엄사수와 권위보전, 그의 유일적 영도체계확립'으로 요약됩니다. 조선노동당이 인민의 심부름군당, 어머니당을 자처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김정은 개인을 위한 사조직'의 역할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조선노동당이 '인민을 위한 인민의 당'으로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당과 정권의 미래는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북한 통치집단이 이번 사설을 통해 전당의 당조직들과 당원들에게 '당결정집행 당풍만들기'를 촉구하면서 '당결정집행'을 '김정은의 권위지키기'와 연결시켜 추진하는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김정은 정권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마이너스 4.5%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대외무역 규모는 8억 6천만 달러 수준으로 이는 '일국의 무역규모'로 내놓기 부끄러운 수치입니다. 산업가동률 역시 25%에 불과해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경제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연일 '핵보유국 지위'를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고사직전의 상태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10년에 걸친 장기적인 대내외 정책실패가 '심각한 정권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당자원을 총동원한 '김정은 권위지키기'에 나선 것은 올해 체제운영에서 경제회생보다는 '위기관리'를 우선시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한 달에 미사일을 일곱 차례씩이나 쏘아대는 군사력강화책동을 저버리지 않고는 어떠한 정책적 처방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김정은 권위지키기'가 당원과 일군들에 대한 '희생양 만들기'로 둔갑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중석:이번 사설은 "당결정을 목숨처럼 여기며 결사관철하는 것을 당풍으로 확립해야 인민의 이상인 천하제일강국건설이 앞당겨지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와 같은 저급한 '기망선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북한 통치집단은 매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전체 당원들과 인민군, 주민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당정책결사관철'입니다. 당정책결사관철을 매년 제기하는 이유는 정책실패의 책임을 '당정책결사관철투쟁'의 임무수행자들에게 전가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사설은 올해 '당정책결사관철'임무를 당과 당원들에게 무겁게 부과했습니다. 그러나 당은 정책집행을 감독하고 감시하는 일에 치중할 뿐, 현장에서 정책을 실행하는 주체는 일반 주민들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천하제일강국건설'의 부진책임을 떠넘기려는 북한 통치집단의 '기만행태'를 내심 규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