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 제8차대회 결정관철을 위한 주민 ‘사상전 발휘’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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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2월 2일자 2면에 수록된 "사상전의 포성을 높이 울리며 새로운 승리를 향하여"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당 제8차대회에서 김정은이 지난 5년간 '가장 빛나는 성과'로 천명한 것은 "정치사상적 힘이 비상히 확대강화된 것"이었다고 밝히면서, 조선노동당의 가장 위력하고 유일한 무기는 사상이며 역사적 기적을 창조하는 것도 사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주체의 사상론'은 모든 승리의 근본 비결이라고 추켜세웠습니다. 이 사상을 지침으로 김일성은 일제(日帝)반대 20여년, 조국해방전쟁 3년, 전후복구 건설투쟁을 전개했고, 김정일은 이 사상을 심화발전시키는 비범한 사상이론활동을 펼쳤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정은의 "닭알에도 사상을 재우면 바위를 깰수 있다"는 그의 지론을 소개하면서 "가장 강위력한 나라는 사상강국이며 강국의 제일보루는 사상적 요새"라고 강조했습니다.

오중석: 네. 북한은 60년대까지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앞섰으나, 그 후 모든 사업에서 '물질적 요새'보다는 '사상적 요새' 점령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쇠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기사는 '사상적 요새'를 강조하고 있는 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김정은은 "사상의식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주체의 사상론을 만능의 보검으로 억세게 틀어쥐고, 사회주의건설에서 나서는 모든 문제를 사상의 위력으로 풀어나간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존엄과 위용이 만방에 과시되고 세인을 놀래운 경이적 성과를 이룩한 것도 "정치사상진지를 백방으로 강화해온 김정은의 특출한 정치실력과 비범한 영도력이 안아온 고귀한 결실"이라는 것입니다. 김정은은 현지지도에 나설 때마다 '혁명사적 교양실과 연혁 소개실'부터 먼저 돌아보았으며, "조선노동당은 혁명수행 전기간에 사상을 위력한 혁명무기로 틀어쥐고 사상의 힘으로 혁명과 건설을 승리적으로 전진시켜왔다"는 말을 강조함으로써, 사상사업에 계속 큰 힘을 넣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사상제일주의'는 북한 주민들의 물질적 풍요를 희생시키고 독재권력의 아성을 대(代)를 이어 튼튼하게 쌓으려는 술책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오늘의 어려운 현실은 지난 60여년 동안 강화해온 '사상적 요새'를 미련없이 풀고, 물질적 요새를 점령하는 일에 매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네. 이번 기사는 김일성이 만들고, 김정일이 심화발전시켰으며, 김정은이 혁명과 건설에서 틀어쥐고 있는 '주체의 사상론'을 "만능의 보검"이라고 선전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의 '주체사상 만능주의'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주체사상은 스탈린에 의해 소련의 위성국가로 태어난 북한 김일성정권이 1953년 3월 스탈린사망과 1960년대 중소분쟁이 격화된 틈을 이용하여 내부파벌을 숙청하고 자신의 권력독점과 독재를 합리화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김정일은 구(舊)소련과 동구공산권이 몰락하자 '선군사상'을 주창해 통치이념의 혼란을 가져왔습니다. 김정은이 강조하는 "사상의식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주체사상의 기본명제는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유물론과는 결별한 것처럼 선전하고 있으나, 인권경시현상 만연, 유일사상체제강화, 신앙과 사상의 자유부재 현실을 보면, 주체사상이 여전히 공산주의 그늘 안에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북한의 '주체의 사상론'은 이처럼 공산주의와 그 아류인 모택동사상, 전체주의, 전제주의에서 독재정치에 필요한 요소를 뽑아 만들어진 것입니다. 주체사상은 북한 주민을 위한 '만능의 보검'이 아니라 독재권력 유지에 필요한 '만능의 보검'일 뿐입니다.

오중석: 네. 북한 통치집단이 '정치사상적 힘의 확대'를 강조하면서 '사상만능주의'를 들고 나온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체제를 횡단면으로 들여다 보면, 사상, 정치, 경제, 군사, 사회, 문화예술 등 각 분야의 크기가 고르게 갖추어져 있지 못하고, 사상과 정치가 독선적으로 과잉발전되어 있는 기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기형은 어제 오늘의 단기간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주체사상이 만들어지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주체사상의 부작용으로 다른 분야의 저발전과 왜곡 현상이 발생했을 때, 바로 시정에 들어가기 보다는, 반대로 주체사상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고 미화하는 방식으로 체제의 '온전한 발전'을 방기했습니다. 이번 기사 역시, 제8차 당대회에서 제7차 당대회 5년간의 경제실패를 자인하고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제시해 강력한 실천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사상적 힘을 비상히 확대한 것"을 "지난 5년간 이룩한 가장 빛나는 성과"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주장을 고려할 때, 현재 통치집단이 주민들에게 내세울 수 있는 성과가 사상분야 밖에 없다는 사정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8차 당대회가 과거 당대회와는 달리 경제실패에 대한 '냉철한 지적과 비판적 질책성 기조'로 추진됨에 따라 성과달성을 위한 내부결속과 경제현장 노력투입을 강화하기 위한, 사상적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분석됩니다.

오중석: 네. 이번 기사는 북한이 과거 뿐아니라 현재와 미래에도 '정치사상'에 최고의 가치를 둔 체제라는 사실을 명확히 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연초부터 바짝 조이고 나선 '사상제일, 사상만능주의'교양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주체사상이 북한체제에 미친 부정적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큽니다. 하지만 이번 기사는 일체 언급을 피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주체사상을 유일사상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주체사상외에 다른 사상에 접근하거나 수용하는 것은 곧 반역이 됩니다. 주체사상은 '인간중심철학'부분과 사회정치적생명체론 및 수령론, 영도예술 부분이 배타적으로 상치되는 불구의 사상입니다. 이런 불구의 사상을 '완전한 전일적 사상'으로 여기고 추구한 결과가 오늘의 북한현실을 낳게 된 것입니다. 주민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반복적이고 복고적인 사상교양'에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