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김정일 출생 80 돌 맞아, ‘통일지도자’ 부각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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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 안녕하세요.

오중석 :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 네. 2월 16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조국통일위업실현에 쌓아올리신 불멸의 업적"이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광명성절을 맞이한 북과 남, 해외 온 겨레의 가슴에는 민족의 숙원인 조국통일을 위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친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장군에 대한 경모와 흠모의 정이 뜨겁게 굽이치고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조국통일 3대헌장을 정식화한 김정일은 "조국통일위업을 빛나는 승리에로 이끌어온 위대한 수령이며, 6.15공동선언, 10.4선언의 채택은 조국애, 민족애의 최고화신"이라고 찬양했습니다. 또한 김정일은 "선군정치로 총포성없는 사회주의수호전을 연전연승에로 이끄시어 조국통일위업실현에 유리한 환경을 마련한 것은 거대한 민족사적 업적"이라며 그의 선군정치를 '통일업적'으로 둔갑시켰습니다. 천리혜안의 예지와 특출한 영도실력으로 민족통일위업을 이끄는 김정은 원수가 계시어 김정일의 필생의 염원인 조국통일은 반드시 이룩될 것"이라며, 김정은을 '대(代)를 이은 통일지도자'로 포장했습니다.

오중 : 이번 논설은, 김정일이 '조국통일 3대헌장'을 발표한 것을 두고 김정일을 "조국통일위업수행에서 백승의 보검을 마련해준 절세 위인"이라고 추켜세웠습니다. 일방적 선전이 아닐 수 없는 데요. 이와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 이번 논설에 따르면, "김정일은 김일성이 제시한 '조국통일 3대원칙'(1972년)과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1980년), '전민족대단결 10대강령'(1993년)을 '조국통일 3대헌장'으로 정립했다"며, 민족이 나아갈 통일의 앞길을 환히 밝혀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국통일 3대헌장의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은 '통일국가의 면모와 특징들을 체계화하고 집대성한 통일국가건설의 휘황한 설계도'라고 적었습니다. 또한 "김정일은 '우리민족끼리'이념을 핵으로 하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마련함으로써 21세기 조국통일의 이정표가 세워지게 되었으며 겨레의 세기적 숙망을 실현할수 있는 확고한 토대가 마련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들은 남북한 전체 인민들이 찬성하고 동의한 '통일노선'이나 방안, 방침들이 아닙니다. 극소수의 북한 통치집단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으로 가장 비현실적이며 실현 불가능한 주장들입니다. 북한이 1997년 신년공동사설에서 '조국통일 3대헌장'을 언급한 것은 '고난의 행군기' 경제가 붕괴된 최악의 상황에서 생존수단의 하나로 내세운 것입니다. 주민들의 정권에 대한 불만을 통일문제로 돌려보려는 책략이었습니다.

오중석 : 이번 논설은, 김정일을 '민족애의 최고화신'으로 선전하면서도, 이와는 정면 배치되는 그의 선군정치를 "조국통일위업실현에 유리한 환경을 마련한 거대한 민족사적 업적"이라고 칭송했습니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이번 논설은, 김정일이 '민족통일의 지도자'가 아니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진정한 민족통일의 지도자' 인양 꿰맞추려다 보니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글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일이 선군정치를 실시한 것은 '조국통일위업실현'을 위한 강행군이 아니었습니다. 선군정치는 김정일 정권이 공산권 몰락과 김일성 사망, 경제파탄, 연이은 자연재해, 배급제 붕괴 등으로 체제몰락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자, 조직력을 유지하고 있던 군을 국가운영의 전면에 앞세워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위기관리 통치'였습니다. 김정일이 국제사회를 속이고 은밀하게 추진한 핵무기개발을 두고 "통일에 유리한 환경마련"으로 높이 평가하거나 "거대한 민족사적 업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형적인 혹세무민(惑世誣民)입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만듦으로써 한반도는 무력대치가 강화돼 통일보다 '분단'이 더욱 고착화 되었습니다. 분단고착화 '일등 공신'을 '통일지도자'로 선전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중석 : 김정일 통치의 핵심은 선군사상과 선군정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설은 김정일의 업적을 '조국통일 위업의 유리한 환경 마련'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정일을 '통일지도자'로 선전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북한은 1993년 몰래 핵개발을 하려다가 국제사회에 발각되자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를 선언하며 벼랑끝전술로 나왔지만,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번지자 대미(對美) 대화에 나서 '제네바협정(1994)'을 맺음으로써 전운을 막았습니다. 하지만 또 다시 국제사회의 눈을 속이고 김정은은 핵 무기개발 유훈 관철을 앞세워 지난 10년간 오직 핵무기개발에만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북한 주민들은 '고난의 행군기' 보다 더 어려운 생활에 직면해 있습니다. 장기적인 국경봉쇄로 장마당을 이용한 각자도생의 살길마저 여의치 않게된 주민들의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은 해가 갈수록 높아만 가고 있습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볼 때, 핵무기 개발을 통일문제로 전환하여 김정은의 '핵무기개발 유훈관철' 통치에 대한 주민들의 누적된 불만을 해소하려는 선전술책으로 평가됩니다.

오중석 : 이번 논설은 "천리혜안의 예지와 특출한 영도로 민족통일위업을 승리로 이끄는 김정은이 있어서 김정일의 필생의 염원인 조국통일은 반드시 이룩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이번 논설은 "우리 민족의 통일위업의 진두에는 또 한분의 절세의 위인인 김정은 원수가 서계신다"며, 김정은을 '민족적인 통일지도자'로 분식(粉飾)해 나섰습니다. 한반도의 통일은 북한이 제시한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으로 실현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남북한이 이념과 체제에서 극과 극을 이루고 있어, 동일한 이념과 체제를 전제로 하는 연방제통일은 애초부터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통일은 어느 체제가 우리 민족의 자유와 인권, 경제적 풍요를 담보할 수 있는 지를 기준으로 '실용적인 접근'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질서의 우월성을 잘 알고 있는 주민들은 '김정은 통일지도자' 타령에 아무런 감응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중석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