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김정은 ‘신격화’와 김정은 지시 결사관철 주장”

수령결사옹위의 정신을 강조하는 북한 선전화.
수령결사옹위의 정신을 강조하는 북한 선전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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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안녕하세요.

오중석: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네. 2월 24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당중앙의 지시를 혁명의 요구로 받아들이고 철저히 관철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당중앙의 지시"는 "혁명의 요구"이며, "필승의 지침"이고 "위대한 승리와 자랑찬 결실을 안아오는 만능의 보검"이라며 "무조건 집행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당중앙의 구상과 결심을 받들어 나가는 것은 "조선노동당의 일원으로서, 존엄 높은 공화국의 공민으로서의 응당한 도리이며 본분"이므로, "당중앙의 지시를 절대적인 진리로, 사활적인 요구"로 받아들여야 하며 "그 누구도 당중앙의 지시를 놓고 흥정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모든 일군들과 당원들, 근로자들은 "당중앙의 지시에 대한 절대성, 무조건성의 정신을 지니고 그 관철에서 높은 충성심과 과감한 실천력을 발휘해 나가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항일빨찌산 참가자들의 회상기를 학습하며 결사관철의 의지를 백배"하여야 하며, "혁명의 년대들에 높이 발휘된 수령결사옹위, 당정책결사관철의 정신을 빛나게 이어나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각급 당 조직들과 근로단체조직들은 "당중앙의 지시집행을 위한 투쟁에 일군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이 한 사람같이 떨쳐 나서도록 사상사업을 공세적으로 벌려나가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오중석:이번 사설은 김정은의 '지시'를 '혁명의 요구'라고 규정함으로써 김정은의 지시에 대한 '이의제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했습니다. 김정은 지시의 '절대성과 무조건성'을 재확인하고 있는 데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이번 사설에 따르면 김정은의 지시는 "역사가 알지 못하는 기적들을 창조"하고 있으며, 그가 가르쳐 준대로만 하면 "어떤 대업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의 지시에는 "국가와 자신의 운명, 자식들의 미래가 실려"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최우선시해야 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의 존립, 인민의 삶자체를 망쳐 먹게 된다"고 겁박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동안 각종 회의에서 발표된 김정은의 지시는 북한의 현단계 사회주의혁명의 요구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북한의 이시대 혁명적 요구는 '먹는 문제 해결'과 '평화로운 사회구현'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지시는 이러한 요구와는 동 떨어진 것이었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 신격화에 초점을 맞춘 삼지연시 개발과 백두의 칼바람정신무장을 강요하고,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발사에 주력했습니다. 김정은의 지시를 혁명의 요구로 미화하고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것은 반(反)인민적이며 반(反)민주적인 선전책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중석:이번 사설은, 김정은의 지시를 "법으로, 지상의 명령으로 여기고 지혜와 정열을 다 바쳐 무조건 집행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이와 같은 '1인 유일통치 신봉'은 봉건왕조시대에도 없던 일입니다. 북한의 '유일통치신봉'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이번 사설은 '김정은의 유일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김정은이 내리는 '지시'를 '종교적 차원'에서 접근하여 '신성시'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지시는 "그 하나 하나가 다 우리 혁명의 승리를 위한 것이고 우리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며, '교리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어, "진심으로 혁명에 충실하고 국가부흥을 위해 애쓰는 사람"이라면, 김정은의 지시를 "절대적 진리로, 사활적인 요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김정은의 "혁명사상이 혁명의 붉은 피가 되고 영양소가 되어 우리의 가슴마다 차넘치고 그의 자애에 넘친 시선, 뜨거운 진정이 우리 인민 모두의 삶을 걸음걸음 보살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정은을 '자애로운 신'의 경지에 올려놓은 것입니다. 신격화의 극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무도한 선전을 막기 위해서는 통치자에게 신적권위를 부여하고 있는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확립의 10대 원칙'을 폐지해야만 합니다.

오중석:이번 사설은 김정은 '지시'를 북한의 '모든 난제'를 해결할수 있는 '만능의 보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도깨비 방망이'와 같은 지시는 실제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런 '주술적 선전'을 하고 나선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이번 사설은 김정은의 '지시'를 관철하지 못하면 북한이 "발전하지 못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민의 삶자체를 망쳐 먹게된다"며, 모든 책임을 인민들에게 돌려놓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주객관적인 처지는 세계적인 보건위기상황의 지속과 미사일도발에 기인한 국제사회의 추가제재조치, 매년 반복되는 자연재해에 대한 당국의 속수무책으로 고립무원의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선전하는 '위대한 승리와 자랑찬 결실'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김정은 지시의 '만능보검 선전'은 앞으로 있을 통치무능에 따른 책임시비 소지를 없애보려는 인민세뇌책략에 따른 것으로 해석됩니다.

오중석:이번 사설은 김정은의 지시를 "무조건, 철저히, 정확히 집행"해 나가는데 "인민의 이상실현의 지름길"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처럼 케케묵은 '철지난 선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공산주의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지 3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노동신문에서 '인민의 이상실현'이라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선전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임기가 없는 세습독재권력의 '지시'에 '무조건성'을 부여하는 것은 자기교정능력의 상실과 함께 '쇠락의 길'로 접어드는 것입니다. 현대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한 '초연결사회'의 특성을 무시하는 집단은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외부 정보를 통해 통치자 한 사람의 사상과 뜻, 생각을 전체가 받아들여 하나처럼 움직이는 전체주의사회가 얼마나 위험한 지를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집단적 편견과 오류에 빠져 있는 북한 통치집단의 '구태의연한 선전행태'를 접하면서 북한체제의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오중석: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