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초급당비서들의 ‘사회주의낙원 건설’ 위한 절대희생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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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3월 4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전당의 초급당비서들은 당중앙과 인민의 기대에 결사의 실천으로 보답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조선노동당 제2차 초급당비서대회(2.26-28)에서 김정은이 언급한 "초급당비서들은 어머니당의 참된 정치일군이 되자"는 결론내용을 적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의 기본 정신과 사상은 "진정한 어머니심정으로, 성실한 심부름꾼의 자세로 인민을 받들고 섬기며 당의 인민적 정책을 무조건 관철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당(黨)은 북한을 "세계가 선망하는 사회주의 이상국으로 사회주의 낙원으로 건설할 거창한 설계도를 펼쳤다"며, "모든 초급당비서들이 각성 분발하여 당중앙과 사상과 숨결, 발걸음을 같이하며 결사전을 벌려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리고 "공산주의사회를 종국적으로 건설하려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 부동한 의지이고 최전망적인 목표"라고 주장했습니다.

오중 : 이번 사설은, 초급당비서들의 "어머니 구실, 심부름꾼 역할"을 강조하며, 이들의 '헌신과 책임'을 강력하게 요구했습니다. 초급당비서들에게 위기극복을 위한 '절대희생'을 주문한 것인데요. 이와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초급당비서들이 인민의 당, 심부름꾼당의 정치일군이라는 고귀한 영예와 무거운 책임 앞에 떳떳하게 투쟁하리라는 것을 굳게 믿고 있다"며, 초급당비서들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당중앙의 크나큰 신임과 기대를 최상의 영광으로 간주하고 한 몸이 열백번 부서진대도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투쟁하는 것은 우리 당일군들 고유의 전통적 풍모"라며 철저한 희생과 책임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전당의 초급당비서들이여! 모두다 기층강화중시사상을 높이 받들고 국가부흥과 인민복리를 앞당기기 위한 성스러운 투쟁에 총매진해 나가자"고 촉구했습니다. 즉 "인민들이 겪고 있는 고생을 복으로, 낙으로 바꾸어 놓는 일"에 "결사의 각오와 의지를 안고 자기의 책무"를 다하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들이 해야하는 핵심 업무는 사상사업입니다. 사상교육으로 수십 년째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인민들의 고단한 삶을 하루 아침에 '복락'으로 바꿀수는 없습니다. 현실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해결 불가능한 임무를 초급당비서들에게 부과하는 것은 고위통치집단의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당(黨)이 "세계가 선망하는 사회주의 이상국, 사회주의 낙원"을 건설할 거창한 설계도"를 내놓고 있다며, 초급당비서들의 '낙원건설 결사전'을 촉구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의 끝없는 '사회주의 사기극'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마르크스는 정의와 이성에 의한 이상사회건설을 주창하는 사회주의에 대해 "구체적인 실현방법이 결여되어 있다"며 '공상적 사회주의'라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자신이 주장하는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사회에서 노동자계급투쟁과 폭력혁명의 발생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도래하게 된다고 단정하고, 여기에는 사회주의 실현경로와 방법이 논리적으로 규명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과학적 사회주의'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상적 사회주의도 과학적 사회주의도 실현된 바가 없습니다. 오직 독재자들의 권력장악과 유지를 위한 '명분과 수단'으로 '사회주의 낙원' 구호가 남발되었을 뿐입니다. '사회주의 낙원'은 공상으로나 있을 수 있는 '실현 불가능한 사회'라는 것이 세계지성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북한 통치집단이 '사회주의 낙원'을 선전하는 것은 북한 인민들을 무지몽매한 '지적 박약아'로 취급하는 간악무도한 행태입니다. 6.25남침 전범집단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호하고 핵무력강화에 진력하면서 '사회주의 낙원' 건설을 운운하는 것은 '소가 웃을 일'입니다.

중석: 이번 사설은 "공산주의사회를 종국적으로 건설하려는 것"이 당(黨)의 확고부동한 의지이자 최고의 '전망목표'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초급당비서들에게 '공산주의건설 목표'를 강조하고 있는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은 이번 대회 총화보고(조용원 발표)를 통해 ①당중앙의 유일적영도체계확립 부진, ②간부 및 당대열 정간화·정예화 부실, ③기본혁명과업 수행에서 당적 지도와 당정책관철 미진 등을 지적하고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결론에서는 사회주의건설이 당중앙의 시간표대로 진척되게 할것을 요구하고, 김정은 노작과 당문헌에 대한 원리적·체계적·전면적 학습, 그의 혁명사상과 혁명관·인생관의 뼈속깊은 체득과 구현, 당대회와 전원회의 문헌 완전소화, 당·행정·기술일군의 3위1체 실현을 지시했습니다. 이어 '우리식 사회주의'의 우월성 발양을 위한 사상의식개조와 당정책의 현실전환 등 감당하기 어려운 중압적인 책무를 부과했습니다. 이같은 사정을 고려해볼 때, 초급당비서들의 실무적 기강을 다잡고 이들을 통해 현장의 행정〮기술일군들과 근로자들에 대한 '당적 통제'를 더욱 강화해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초급당비서들의 '어머니와 심부름꾼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정치일군의 첫째 책무로 "사람들의 사상의식 개조"를 주문했습니다. 초급당비서들은 이런 주문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초급당비서들은 이번 대회 총화보고를 통해 그동안 과업수행에서 김정은의 유일영도체계를 확립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앞으로 '유일영도체계 확립과 당의 사상적 기초 및 혁명대오의 일심단결을 더욱 튼튼히 다질 것'을 지시받았습니다. 이런 지시는 일선 기층조직의 '김정은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사상교육을 강화하라는 요구입니다. 이것은 초급당비서들이 '인민의 충복'이 되기 전에 '당중앙의 충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겉으로는 '인민의 심부름꾼'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김정은의 충복이 되어야 한다는 '지시의 이중성'으로 인해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할지' 깊은 혼란과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