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김일성의 80년 삶, ‘성스러운 연대기’로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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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4월 15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주체혁명의 향도자이시며 민족의 태양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님께 삼가드립니다"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북한의 대남 위장혁명전위조직인 '반제민족민주전선'(이하 반제민전)이 김일성 출생 110주년을 기념하여 김정은에게 보내는 '충성의 편지'를 그대로 전재했습니다. 반제민전은 이 편지에서 "민족최대의 경사로운 이날"에 "남녘민중의 일치한" 염원을 모아 김일성에게는 "경의와 영생기원의 인사"를 올리고 김정은에게는 "열렬한 축하"를 드린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1912년 4월 15일"은 "민족대경사의 날, 역사적 사변의 날"이며, 김일성은 "주체사상을 창시"하여 "자주시대의 향도이념"을 마련하고, "미일(美日) 두 제국주의를 격파하는 신화적인 전승사"를 기록했으며 "조국통일의 초석"을 만들어 놓은 "만고절세의 대성인"이라고 칭송했습니다. 김정은은 "수령 영생위업을 가장 완벽하게 실현"하고 공화국의 "존엄과 종합적 국력을 최상의 경지"에서 떨쳐주며, "전략적 지위와 영향력"을 비상히 높이고 "국제정치구도를 변화시키는 세계사적 공적"을 이룩했다고 극찬했습니다. 반제민전은 "이 땅(한국)의 변혁운동을 선도하는 강철의 전위대"로 다져나가면서 김정은이 "천명한 자주통일방침을 유일무이한 좌표로 삼고 각계민중을 반동세력들을 반대하는 투쟁에로 총분기시켜 통일의 새 아침을 안아 오겠다"며 '혁명통일 완수' 투쟁을 맹세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김일성의 '80년 삶'이 "성스러운 년대기"로 수놓아져 있다며 김일성을 '성자' 인양 추앙했습니다. 6.25 민족참사의 주범을 '성자'로 둔갑시키려는 것은 '사기행각의 극치'입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기사는 김일성에 대해 "우리 민족사와 세계 정치사에 미증유의 흔적을 남기고 괄목할 변화를 일으켰던 20세기와 더불어 조국과 민족, 시대와 역사앞에 길이 빛날 대공적을 이룩"했다고 선전했습니다. 김일성은 "근로민중을 자기 운명과 세계의 당당한 주인으로 내세우는 영생불멸의 주체사상을 창시하여 자주시대의 향도이념을 마련"해 주었으며, "강철의 담력과 영장의 슬기, 독창적인 전략전술과 전법으로 한세기에 가장 강대한 미일제국주의를 격파"했으며 "민중을 위한 어머니당과 민중을 주권자로 내세우는 민중정권"을 창시하여 "세계정치발전의 새로운 장"을 펼쳤다고 날조했습니다. 그가 만든 주체사상은 근로민중을 주인으로 만드는 사상이 아니라 '노예'로 만든 사상이었으며, 일본제국주의를 격파한 것은 미국이었고, 6.25를 일으킨 김일성의 도발은 유엔군에 의해 처절하게 격파되었으며 북한의 당정군은 민중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오직 수령을 위한 조직이었습니다. 이것이 변함없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오중 : 이번 기사는 김정은이 "수령영생위업을 가장 완벽하게 실현"하고, "이 땅에 태양의 역사가 무궁토록 흐르게" 하였다며, 김정은의 '지난 10년' '유훈통치'를 미화찬양했습니다. 김정은의 끊임없는 '유훈통치 역량과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반제민전 명의의 '충성의 편지'기사는 김정은이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중대조치"들을 취하여 "전쟁의 먹구름을 평화의 훈풍"으로 밀어내고 "온 겨레의 가슴속에 자주통일의 밝은 희망"을 안겨주었으며, "능숙한 외교지략과 정력적인 대외활동, 용의주도한 협상력으로 주체조국의 전략적 지위와 영향력"을 비상히 높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화성포-17형 시험발사 대성공과 최첨단전략병기탄생의 축포성을 터쳐올려 북한이 세계가 공인하는 군사강국의 전열에 당당히 올라선 것도 "국무위원장의 탁월하고 세련된 영도가 안아온 고귀한 결실"이라고 찬양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업적이 '핵무기개발 유훈관철'이라는 특정분야에 국한된 것은 크나 큰 불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정은의 2018년과 2019년 남북 및 미북정상회담 추진은 '핵무력 고도화를 위한 '시간벌기 술책'이었습니다. 술책은 실패했습니다. 김정은의 '핵무력보유 유훈실천'은 자랑거리가 아니며, 그의 유훈관철 정치력은 북한체제를 고립무원의 위기로 몰아넣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중석: 북한은 반제민전의 실체가 폭로된지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서울에서 성공적으로 암약하고 있는 것처럼 '편지공작'을 펼쳤습니다. 북한이 반제민전의 '한국내 활동'을 날조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반제민전의 '충성의 편지'는 발신지를 '서울'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충성의 편지'에는 "남녘민중의 일치한" 염원이 담겨져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편지 후반부에 가서는 조직의 정체성을 김정은의 "애국애족의 뜻을 결사실천해가는 열혈충신의 대오, 김일성-김정일주의기치따라 이 땅(한국)의 변혁운동(혁명운동)을 선도해나가는 강철의 전위대"라고 밝혔습니다. 조직의 임무는 김정은이 천명한 "자주통일방침을 유일무이한 좌표로 삼고 각계민중을 사대매국적이고 반통일적인 온갖 반동세력을 반대하는 투쟁에로 총분기시켜 외세없고 자주화된 새 세상과 통일의 새 아침을 안아오는 것"으로 공표했습니다. 이처럼 조직의 '혁명적 정체성'을 밝힌 점으로 볼 때 한국사회 각계에 포진해 있는 종북 주사파세력들에게 '투쟁방향과 지침'을 제시하고, 전략전술적 지원도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을 환기시켜 혁명투쟁활동을 고무추동시켜 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반제민전은 이번 편지에서 "금수산태양궁전을 위인경모의 영원한 성지로 우러르며 세세년년 대를 이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라며 '영원한 충성'을 맹세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편지 내용'을 어떻게 받아 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주민들은 철저한 정보통제와 사상교양으로 인해 반제민전이 실제로 한국내 반체제세력들이 결성한 종북 지하혁명조직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을 것입니다. 주민들 대부분은 조선노동당 산하 통일전선부에서 날조하여 만든 '가공조직'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당원들 조차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충성과 경외심이 약화돼 강도높은 사상교양을 매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서울에 북한의 혁명통일을 위해 목숨을 건 '절대충성자'들이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