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사상초유 국난극복을 위한 ‘절대충성과 인고의 투쟁’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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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이예진입니다.

이예진 :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 안녕하세요.

이예진 :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 네, 6월 17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당을 따라 만난을 헤치며 승리 떨쳐온 역사와 전통을 꿋꿋이 이어가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제8기 제5차 전원회의(6.8-10)의 '김정은 결론'을 "귀중한 실천강령"이라고 주장하고, 지금 온 나라 인민들이 "당중앙의 혁명사상과 유일적 영도를 생명선으로 틀어쥐고 부흥강국의 새 시대를 열어나갈 불타는 결의에 넘쳐있다"고 선전했습니다. 북한의 인민은 "조국건설과 전후복구 건설시기, 고난의 행군, 강행군시기를 극복한 강용한 인민"이라고 추켜세우면서, 지난 10년간 "전쟁상황에 못지 않은 시련과 고비도 이겨내고 우리 국가제일주의시대를 열어놓았다"며 '인민띄우기'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악성전염병 전파라는 엄혹한 도전은 "혁명의 승패와 진퇴를 가르는 시련과 고비"라며, 전체 인민이 "전례 없는 인내력과 투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방역 형세가 아무리 엄혹해도 5개년계획사업들이 정확히 집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당중앙의 사상과 영도에 절대충실하며 당정책 관철에 모든 것을 다 바치라고 요구했습니다. 당 조직들은 "대중 속에 당중앙의 사상과 방침에 관한 해설침투와 조직사업을 통해 대중들을 당정책 관철의 진짜 주인으로 만드는 사상공세를 벌려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이예진 : 이번 사설은 사상초유의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민들이 "당중앙의 사상과 유일적 영도만을 받들고 투쟁과 충성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국난극복 방향을 잘못 짚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 이번 사설은 "전체 일군들과 당원들, 근로자들은 당중앙의 혁명사상과 유일적 영도를 생명선으로 틀어쥐고 시련속에서 다지고 다져온 불패의 전진동력으로 부흥강국의 새 시대를 힘차게 열어나갈"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어 "전체 인민이 당과 사고와 행동을 일치시키는 것은 현 국난을 최단기간내에 극복하기 위한 필수적 요구"라며 "당중앙의 사상과 영도에 절대충실하고 당중앙과의 일치보조를 자각적으로,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당과 함께하면 기쁨도 영광, 시련도 영광이라는 고결한 인생관을 지니고, 당정책 관철에 지혜와 열정, 양심을 깡그리 다 바쳐야 한다"고 강요했습니다. 현재의 국난은 통치자와 당의 시대착오적인 사상과 정책 때문입니다. 인민들의 인생관이나 열정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인민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기 전에 국난의 원인을 제공한 '김일성김정일주의'와 당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술하는 일을 먼저 해야할 것입니다.

이예진 : 이번 사설을 보면 전 세대들이 전후복구기와 고난의 행군기 어려움을 이겨낸 것처럼, 사상 최악의 국난을 돌파하고 올해를 기적과 승리의 해로 빛내야 한다며 인민들의 '무한한 희생'을 요구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인민정책'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김정은은 집권 초기 '인민경제생활 향상'을 통치 목적으로 내세우면서 세습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인민정책을 구사했습니다. 실질적으로는 '경제-핵병진노선'을 추구하였지만 통치전략으로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계속 강조하며 스키장, 수영장 등 대규모 유락시설과 살림집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는 애민 행보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인민대중제일주의는 더 이상 진전할 수 없었습니다. 핵과 미사일개발에 자원을 집중투입하고, 국제사회의 강경제재와 자력갱생노선의 한계로 인해 심각한 경제난에 봉착하면서 인민의 경제생활 향상은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2020년 10월 김정은의 대 인민사과 이후부터 인민은 '경제생활향상' 대상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동원'대상으로 환원되었습니다. 지금은 인민이 보건위기 극복과 경제난 돌파를 위한 '노력착취와 동원 대상'으로 전락되어 노예적 삶을 요구 받고 있습니다. 이번 사설에서 과거 체제건설과 전후복구, 고난의 행군시기를 극복한 '인민들의 투쟁정신' 계승을 강조하는 내용은 이런 평가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예진 : 이번 사설은 당조직들에게 김정은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공세적인 사상교양에 나설 것'을 주문했습니다. 실사구시적인 국난극복에 총력을 집중해야 할 상황에서 '충성교양'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30여 년 전 동구 공산권 몰락 과정을 되돌아 보면, 사회주의 독재권력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인민들의 체제불만으로부터 시작되는 '밑으로부터의 변화압력'입니다. 인민의 불만은 '정치적 불만세력'의 출현과 이들의 권력에 대한 도전 명분으로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김정은 독재권력이 존속되어야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충성교양에 목을 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사상초유 국난'은 인민들의 충성심 부족 때문이 아닙니다. 지구촌 초연결시대에 극심한 폐쇄주의와 자력갱생을 시대정신으로 잘못 선택한 통치집단의 혜안 부족과 무능 때문입니다. 인민들에 대한 충성교양으로 국난을 이겨낼 수 있다는 주장은 '거짓선동'입니다. 체제생존을 위해서는 개혁개방밖에 없습니다. 실효성 없는 사상교양에 얽매이기 보다는 개혁개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입니다.

이예진 : 이번 사설은 지금의 어려움을 "전쟁상황에 못지 않은 시련, 혁명의 승패와 진퇴를 판가리하는 시련"으로 비유함으로써 인민들의 위기의식을 고취하고 '인고의 투쟁'을 독려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지난 6월 13일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이 공개한 '2021년 글로벌 핵무기지출'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은 6억 4200만 달러(8200억 원)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핵무기 고도화에 쏟아 부은 것입니다. 이 금액을 인민생활안정과 향상을 위해 사용했다면 지금과 같은 국난에 직면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김정은은 지난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결론에서 남북관계를 '대적 투쟁'으로 돌리고 '강대강, 정면승부 투쟁원칙'을 천명하였으며 '국방력강화 목표점령'을 더욱 앞당기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북한 인민들이 겪고 있는 전쟁상황과 같은 시련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주장에 결코 동조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예진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