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웅: 네. 6월 25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절대로 가리울 수 없는 침략자의 정체"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미제는 조선전쟁의 도발자, 침략의 원흉"이라고 주장해 마치 미국이 조선전쟁을 시작한 것처럼 전쟁의 기원을 날조했습니다. 이어 조선전쟁의 성격을 미국이 "세계를 제패하려는 야망밑에 감행한 계획적이며 도발적인 침략전쟁"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미국은 남조선을 강점한 때로부터 1950년 6월까지 수천회의 무장도발행위를 저질렀으며, "전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침략전쟁준비에 광분"했다고 적었습니다. 미국은 "사회의 여론을 오도하고 민심을 혼란시키며 북침열기를 고취"하기 위해 "38도선 일대의 남조선지역 마을들에서 살인, 방화, 약탈행위를 벌리도록 하였으며, 괴뢰경찰서들을 습격하는 모략극까지 꾸며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과 이승만은 1950년 1월부터 6월까지의 사이에 1,147회의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였고 미국은 "1950년 6월 25일 끝끝내 38도선 전역에 걸쳐 공화국북반부에 대한 불의의 무력침공을 개시"했다며, 미국 북침설을 강변했습니다. 오늘도 미국은 "남조선에 방대한 침략무력과 핵전략자산들을 끌어다 놓고 제2의 조선전쟁을 도발"하려 날뛰고 있다며 반미투쟁을 선동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조선전쟁'(6.25전쟁)을 미국이 도발한 북침전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조선전쟁은 김일성이 도발한 남침전쟁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어 논쟁이 이미 끝난 사안인데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기사는 '조선전쟁'이 미국이 주도하여 일으킨 북침전쟁이라는 '거짓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이 38도선 인근에서 '군사적 도발'을 끝임없이 전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은 1945년에 11건, 1946년에는 91건을 도발했다는 것입니다. 1947년에 454 회, 1948년 932회, 1949년 2,617회, 1950년에는 6월까지 1,147회의 군사적 도발을 일으켰다고 년도별 도발회수를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이런 수치를 앞세워 미국의 북침설을 강조한다해도 김일성이 조선전쟁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변할 수 없습니다. 북한은 '미국 북침설'이 유관국들의 역사자료에 의해 거짓으로 판명되자 '미국의 남침유도설'을 확산시키는데 주력했습니다. 이번 기사가 주장하는 수치들은 북한의 전쟁도발 명분을 옹호하는 논리에 기여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조선전쟁' 직전까지 38도선에서 있었던 각종 군사적 행동은 북한이 남침을 위해 저지른 도발이었습니다. 북한의 남침기만전술에 따른 도발이었던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조선전쟁' 이전, 미국의 38도선 인근 '무장도발 회수'까지 거론하며 '조선전쟁'을 미국의 '북침전쟁'으로 날조선전하는데 집중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의 '조선전쟁 기원'에 관한 '역사적 진실왜곡'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조선전쟁'은 72년이 지났지만 아직 종결되지 않았습니다. 조선전쟁이 종결되면 전쟁의 기원과 성격을 규명하는 작업이 새롭게 뒤따르게 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전쟁전범이 드러나게 되며 전쟁에 대한 책임문제가 불거질 것입니다. 조선전쟁의 기승전(起承轉)은 국제정치학자, 전쟁관여 또는 참여 정치인과 군인, 전쟁취재기자, 정보기관 종사자들의 증언, 이들이 발굴한 방대한 자료, 이에 기초한 수많은 연구와 논쟁을 거쳐 김일성의 남침으로 결론났습니다. 북한의 '미국 북침설'은 그동안 북한 주장을 옹호해온 학파나 인사들도 더 이상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국 북침'을 반복하여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 있을 '종전과 평화협정체결' 국면에서 전쟁책임을 회피하고, 조선전쟁 과정과 전후 권력투쟁을 통해 구축한 김씨 일가 독재정권을 계속 이어가려는 불순한 목적에 있다할 것입니다. 하지만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릴수 없으며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오늘도 미국이 조선전쟁을 일으킨 방식대로 "제2의 조선전쟁 도발"에 날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미국 주도 전쟁위기설'을 날조하며 '반제결사투쟁'을 선전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최종목적을 한반도의 '공산주의사회 건설'로 설정하고 당면목적은 한국에서 미국을 축출하여 용공정권을 수립한 다음, 그 용공정권과 합작하여 연방제통일을 이룩하는 것으로 설정해 놓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체제 목적은 한국에서의 미국축출이 북한 정권의 최고의 강령으로 될수 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지난 70여년의 세월을 반제계급투쟁을 중심으로 체제를 조직하고 운영해왔습니다. 정치사상과 지도이념, 당과 정권기관 및 사회단체의 조직과 운영원리, 대내외 정책과 주민사상교양에는 반미(反美)가 그 핵심을 이룹니다. 북한에서 '반미'는 체제유지 수단입니다. 반미는 북한 체제의 '숙명'이 되고 만 것입니다. 김정은 정권은 제재의 장기화, 코로나 방역실패, 식량위기 등으로 '고난의 강행군기'를 겪고 있다고 스스로 실토할 만큼 전대미문의 역경에 직면해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미국 주도 전쟁위기설'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반미계급투쟁의식을 고취시켜 주민들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고 내부 결속을 꾀해 정권의 총체적인 난국을 모면해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미국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전체 인민과 장병들은 "침략자들을 씨도 없이 죽탕처 버리고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이룩할 열의"에 넘쳐있다고 선동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지난 6월 25일을, '미제 반대투쟁의날'로 정하고 평양 중앙계급교양관 앞마당에서 '복수결의모임' 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했습니다. 또한 평양국제문화회관에서 '계급교양주제미술전시회'도 열었습니다. 미국의 '조선전쟁' 참여는 김일성의 남침으로부터 유엔이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로 선언한 한국방어를 위해, 유엔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진 것입니다. 현재의 미국과 한미동맹 움직임 역시 이런 맥락에서 전개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한반도 긴장고조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때문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쟁위기설' 조장은 주민들의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만 불러일으키게 될 것입니다.
오 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