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간부 대상 ‘정치적 생명’ 내건 ‘혁명화’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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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7월 2일자 1면에 수록된 "일군들은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정치국확대회의사상을 높이 받들고 혁명적 수양과 단련을 더욱 강화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번 사설은 제2차 정치국 확대회의(6.29)에서 "간부대오를 정간화하는 사업에 선차적인 힘을 넣어야 할 필요성과 간부정책의 중요 개선방향"이 언급되었으며, 간부들의 "무책임과 직무태만"으로 "당과 국가, 인민앞에 엄중한 해독을 끼친 행위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고 질타하면서 지금이야말로 "경제문제를 풀기 전에 간부혁명을 일으켜야 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간부들은 "당과 혁명, 자기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위하여 자기부문, 자기단위 사업발전에 심신을 깡그리 바쳐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간부혁명에서 중요한 것은 "혁명적 기풍을 체질화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각급 당조직들에게 "간부혁명방침을 철저히 관철"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간부혁명'의 필요성을 "무책임과 직무태만"뿐아니라, "사업작풍과 도덕, 충실성" 문제에서 찾고 있습니다. 간부들의 '사상, 능력, 충성' 모든 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간부들이 과업수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습니다. 간부들의 "혁명적 수양과 단련의 근본 목적은 수령의 사상과 영도를 충성으로 받들자는 데 있다"고 꼬집어 말한 것은 간부들이 '김씨 일가'에 대한 충성도가 약화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무지와 무능력은 혁명의 원쑤와 다를바 없다"면서 간부들의 '실무능력 배가와 팔방미인 되기'를 다그쳤습니다. 그러나 간부들의 전체적인 자질저하는 그들의 개인적인 일본새나 능력, 충성의 부족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우리 식 사회주의체제'가 안고 있는 '체제 모순'과 인간세상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공산주의사회 실현'이라는 조선노동당의 비현실적인 '최종 목적' 추구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체제의 존재 이유와 목적을 바로 잡지 않고, 간부들의 충성심과 능력만 문제 삼는 것은 산에 가서 물고기를 잡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이번 제2차 정치국확대회의에서 정치국상무위원, 정치국위원, 당중앙위원회 부장급 등 고위간부들을 소환하고 혁명화 조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만이 유일하게 갖고 있는 '간부혁명화'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언론매체를 통해, 당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마지막날인 6월 18일에 일곱 번째 의제인 '당중앙지도기관 성원들의 2021년 상반년도 당조직사상생활정형"을 총화하면서, 김정은이 "지도기관 성원들의 사업과 생활에서 심중한 문제들이 발로되고 있는 데 대하여 일일이 지적하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번 6월 29일 정치국확대회의에서는 지적된 '해당간부'들에 대한 처벌이 공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간부혁명화 정책은 역대 고위간부들중 현재까지 '혁명화' 처벌조치를 받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전해질 정도로 악명높은 비인권적인 제도입니다. 간부들에 대한 '혁명화' 조치는 간부들의 '무책임과 직무태만'을 바로잡기 위해 실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하나의 명분이며 실질적인 목적은 '김씨 일가' 독재정권에 대한 간부들의 저항과 도전의지를 말살하고 수령에 대한 절대적 충성과 복종을 강요하여 세습독재정권의 안전을 도모하려는 데 있습니다. 이제는 사라져야 할 '악습'입니다.

오중석: 김정은은 지난해 부터 당 대회, 전원회의, 정치국회의, 세포비서회의 등 각종 회의를 연이어 열어, 당간부들을 비판하고 질책해왔습니다. 김정은이 1년여에 걸쳐 쉼 없이 '간부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현재 간부들의 "충실성과 혁명성, 인민성, 실력"으로는 "정면돌파전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간부들을 철저히 "혁명화, 정간화, 정예화하고 핵심역량의 전투적 위력을 백배" 해야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런 언술은 간부들이 올해 상반기 과업수행에서 목표 달성에 실패한 부문이 많았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특히 간부들은 "수령과 장군의 불후의 고전적 노작들과 당문헌 및 당보학습열풍"을 일으키고, "형식주의와 요령주의, 보신주의와 책임회피, 패배주의, 무규율적 현상이 절대로 나타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주문을 한 점으로 볼 때 수령에 대한 충실성 문제가 불거져 있다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습니다. 하반기 경제계획마저 실패할 경우 김정은 정권이 위태롭게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올해 1년의 성공적 마무리와 향후 5년의 성공적 전망'을 현실화 시키기 위해서는 '간부때리기'를 통해 하반기 노력동원의 포문을 열고 김정은의 권위를 절대화해야 한다는 절박감에 쫓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간부들에게 "자기 자신에 대한 혁명화를 철저히 구현"하지 못할 경우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 있다는 협박을 세 차례나 언급했습니다. 이런 협박이 간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주민들에게 두 가지 생명이 있다고 세뇌시켜왔습니다. 하나는 부모님이 준 '육체적 생명'이고, 다른 하나는 수령이 준 '정치적 생명'입니다. 둘 중에 더 중요한 것은 '정치적 생명'이며, 사람은 이 '정치적 생명'을 얻었을 때 비로소 참다운 인간이 될 수 있고, 죽지 않는 영원한 생명을 살수 있다고 선전합니다. 간부들은 오늘의 총체적인 '체제실패'가 간부들의 사업부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지난 30여년 가까이 '주민생활향상'문제를 저버리고 '핵무력 고도화'에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실패의 늪에서 벗어나는 길은 '비핵화와 개혁개방'에 있습니다. 이러한 합리적인 '체제회생의 바른 길'을 외면하고 체제실패의 책임을 간부들에게만 계속 다그쳐 묻는다면, 간부들의 세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질곡의 생활'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새로운 정치적 선택'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