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 안녕하세요.
오중석 :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 네, 7월 15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제2차 세계대전후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간의 최초의 전면전쟁"이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전승의 날"이 하루 하루 다가오고 있는 지금 전체 인민과 인민군장병들은 "조국해방전쟁참전자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드리고 있으며, "전승세대의 후손으로서의 본분을 다해갈 혁명적 열의"에 넘쳐있다고 선전했습니다. 조국해방전쟁승리가 갖고 있는 역사적 의의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간"의 "첫 전면전쟁에서 빛나는 승리를 쟁취"함으로써 "제국주의 패권정책에 치명적인 타격"을 안기고 "세계적 판도에서 반제자주, 사회주의위업의 전진을 크게 고무"했다는데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미국은 "1950년 6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우리 공화국을 도발자, 침략자로 매도하는 '비법적인 결의'를 조작하고 그에 기초하여 추종세력들을 조선전쟁에 대대적으로 끌어들였다"고 적어 합법적인 유엔활동까지 왜곡했습니다. 그리고 "조국해방전쟁에서 우리 인민과 인민군장병들은 당과 수령의 두리"에 굳게 뭉쳐, "무력침범자들을 무자비하게 격멸소탕"했으며, 이로써 미국은 '조선전쟁'에서 "만신창이 되었으며 강대성의 신화는 산산이 부서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오중석 : 이번 기사는 '조선전쟁'이 김일성과 스탈린, 모택동이 공모하여 일으킨 남침전쟁이며 처절하게 패배한 전쟁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승리한 전쟁이라고 날조하여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 이번 기사는 "3년간의 전쟁에서 패전에 패전을 거듭한 미제는 마침내 우리 인민앞에 무릎을 끓지 않으면 안되었다"고 적었습니다. 북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미제국주의를 멸망의 내리막길에 몰아넣었으며 제국주의체계전반에 심대한 타격을 가하고 그 위기를 심화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조국해방전쟁에서의 위대한 승리는 전 세계적 판도에서 반제자주와 사회주의, 민족해방혁명의 세찬 폭풍을 안아오게 한 전환적 계기로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조선전쟁은 아직 휴전상태에 있다는 것입니다. 전쟁이 끝나지 않았는데 승리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1953년 7월 27일은 '휴전협정일'입니다. 북한은 1972년 까지 '휴전협정일'로 기념했으나 1973년부터 '전승기념일'로 바꿨습니다. 그 이유는 체제붕괴 직전까지 갔던 패전의 악몽을 떨쳐버리고 주민들의 대적 의식을 고취시켜 제2의 남침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오중석 : 이번 기사는 유엔(UN)이 북한의 기습적인 전면남침으로 시작된 '조선전쟁'을 '불법 침략'으로 의결한 것을 두고 '비법적인 결의'를 조작했다고 매도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의 '적대적인 대 유엔정책과 왜곡 선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해방직후 38도 선을 기준으로 한반도의 남쪽과 북쪽에 각각 들어선 미국군정과 소련군정은 '통일독립국가'를 수립하는 문제를 다루기 위해 '미소공동위원회'를 결성하여 주관토록했으나 첨예한 의견대립으로 더 이상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한반도문제를 유엔으로 이관하였고, 유엔의 결정에 따라 남북한 총선거로 통일독립국가를 세우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엔은 소련과 북한의 반대로 들어갈수 없었던 북한 지역을 제외하고 남한에서 총선거(1948.5)를 실시하여 정부를 수립토록하고 이 정부를 한반도내 유일합법정부로 승인하는 결의안을 통과(1948.12)시켰습니다. 유엔의 표결과정에서 조작이나 부정은 있을 수 없습니다. 북한의 불법남침에 관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와 유엔총회에서의 표결도 '비법이나 불법'은 없었습니다. 소련의 태만이 있었을 뿐입니다. 표결과정은 상세한 기록으로 남아있으며 누구라도 확인가능합니다. 북한은 지금이라도 정의롭고 공정하게 진행된 유엔결의를 인정하고 진실을 있는그대로 주민들에게 알려야 마땅합니다.
오중석 : 이번 기사는 북한의 '조선전쟁' 승리는 "미국을 멸망의 내리막길로 몰아넣었으며, 자본주의세계의 갈등과 모순은 더욱 격화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과는 정반대인데요. 이런 거짓주장을 펼치는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패배한 전쟁'을 '승리한 전쟁'으로 둔갑시키는데서 오는 논리적 모순을 해명할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쟁에서 승리한 경우, 강화조약을 맺고 승전국은 패전국에게 전쟁중 피해를 본 유무형의 재산과 훼손된 이익을 청구하게 됩니다. 이런 전후 처리과정이 있을 수 없는 패배한 전쟁을 승리한 전쟁으로 '거짓 주장'을 펼치려 하니, 또 다른 거짓말을 이어갈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조선전쟁 이후 미국과 자본주의진영의 결속력은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유럽에서는 나토(NATO)가 실질적인 모습을 갖추게 되었고 미국은 일본, 한국, 필리핀, 호주, 뉴질랜드 등과 안보조약을 체결하였습니다. 미국은 몰락이 아니라 자본주의세계의 중심축으로 우뚝섰습니다. 반면, 소련과 중국은 전쟁중 지원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고조되었으며 동독과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공산국가에서는 대규모 반소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나 공산주의진영은 심각한 균열상태로 접어들었습니다. 이번 기사의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른 허위선전입니다.
오중석 : 이번 기사는 조선인민이 조선전쟁에서 "미제를 우두머리로 하는 제국주의연합세력을 타승함으로써 지구상에는 자주와 정의의 새시대가 도래"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어처구니 없는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조선전쟁'의 참혹한 실패는 소련과 중국,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심각한 타격을 입었을 뿐 아니라 서방에서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검거열풍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공산주의세계에서는 소련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는 공산주의 독자노선이 여기저기에서 출현하여 대립과 갈등을 유발했으며, 북한의 주체사상 역시 그 일환이었습니다. 결국 공산주의진영은 시대발전에 따른 '결속력'을 새롭게 창출하지 못하고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종말을 고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조선전쟁의 승리로 자주와 정의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주장을 믿을 주민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오 중석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