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8월 19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는 기사인데요. 김여정 부부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8.15 경축사와 '담대한 구상'을 싸잡아 비난한 8월 18일자 '담화'를 그대로 전재하고 있습니다. 이 담화는 "이번에 윤석열은 '온통 공산세력과 맞서 자유국가를 건국하는 과정', '공산침략에 맞서 자유세계를 지키기 위한 것' 따위의 궤변과 체제대결을 고취하는데만 몰념하였다"며 경축사를 폄훼했습니다. 이어 '담대한 구상' 제안은 "검푸른 대양을 말려 뽕밭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만큼이나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이고, "그 나름대로의 용감성과 넘치게 보여준 무식함에 의아해짐을 금할 수 없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남북관계와 관련하여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선언하고 "우리와 일체 상대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대북제안을 정면 거부했습니다. 한편 한국의 군당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8.17) 지점을 '온천 일대'라고 발표한 것을 반박하며 "어째서 발사시간과 지점 하나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지" 참으로 궁금해진다고 조롱했습니다.
오중석 :북한 통치집단은 김여정의 대남 비난 담화를 통해 한국 윤석열 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인 '담대한 구상'을 발표한지 3일만에 정면 거부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는 데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김여정은 담화에서 '담대한 구상'이 "10여 년전 이명박 역도가 내들었다가 세인의 주목은 커녕 동족대결의 산물로 버림받은 '비핵, 개방, 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고 비하하면서 "역사의 오물통에 처박힌 대북정책을 옮겨 베껴놓은 것도 가관이지만 거기에 제식대로 '담대하다'는 표현까지 붙혀놓은 것을 보면 진짜 바로스럽기 짝이 없다"고 공박했습니다. 그리고 "북이 비핵화조치를 취한다면 이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된 전제라는 것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미국까지 어쩌지 못한 '북핵포기'의 헛된 망상을 멋모르고 줄줄 읽어가는 것을 보자니 참으로 안됐다"고 비웃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새롭게 제시한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국제적 고립에서 탈피해 경제발전과 안정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북한은 한국과의 관계개선과 핵문제 해결 없이는 국제사회의 강경제재에서 벗어날 수 없고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도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지금이라도 잘못된 생각과 계산을 바꿔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한 나라를 대표하는 지도급 인사의 담화나 성명은 품위와 절제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조롱과 혐오, 저주와 협박, 비난과 폄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김여정의 '막말도배식 대남 담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제2인자로 평가되고 있는 김여정의 첫 대남 '막말담화'는 2020년 3월 3일 발표한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담화입니다. 첫 담화에서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내뱉는가"등으로 시작한 막말은 갈수록 험악해져 한국의 주요 인사들을 "검은 개, 얼뜨기, 미친놈, 쓰레기"라고 비난 하는 막말폭주를 이어갔습니다. 막말은 증오를 낳고 증오는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지난 2년 반 가까이 쏟아낸 김여정의 '막말'은 북한의 '백두혈통정권'이 세계에서 가장 비이성적이고 몰상식한 정권이라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김여정이 악역을 담당함으로써 김정은의 권위를 높이고 본인의 제2인자 위상을 강화하며 백두혈통체제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잘못된 판단입니다. 남북관계에서 대립과 갈등, 분쟁만 조장하는 김여정의 독설은 중지되어야 마땅합니다.
오중석 :윤석열 정부가 '비핵화 진전'을 조건부로 제안한 '담대한 구상'은 대북 경제지원, 군사협력, 체제안전까지 담보하고 있고, 제재유예와 면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발전된 제안'을 거부한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여정은 담화에서 '우리의 핵은 국체'라고 주장하여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재확인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핵무기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며 핵무기개발로 빚어진 전대미문의 국난을 자력갱생으로 극복해 나갈 것이고, 더 이상 외부의 경제적 지원이나 제재해제여부에 구애받지 않고 핵무력 강화에 돌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핵문제는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대결하여 직접 풀어보겠다는 의도를 밝힘으로써 한국과 미국의 반응을 타진하려는 저의도 있어 보입니다. 또한 '핵무력 고도화' 프로그램이 절정기를 향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비핵화 논의'로 갑자기 선회할 경우 임계점으로 치닫고 있는 주민불만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좋은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중석 :김여정은 담화에서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고 밝혔습니다. 상대방을 의식하는 것은 한국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인데요. 주민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노동당 강령에 한국을 미국으로부터 해방시켜 '공산화'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1년 365일 우리민족끼리, 메아리, 통일신보 등 대내외 매체를 통해 한국에 있는 미군을 철수시키고 미제국주의자들을 몰아내야 한다는 반미반제투쟁을 극렬하게 선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통일은 반드시 '조국통일 3대 헌장'을 바탕으로 연방제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며 대내외에 '조국통일투쟁'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한국의 정치, 경제, 군사, 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전개되고 있는 일상적인 사안을 왜곡 전파하고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는 선전선동전을 극렬하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반제계급교양에 매일 같이 시달리고 있는 주민들은 김여정의 '주객이 전도'된 억지 주장에 냉소를 금치 못할 것입니다.
오 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