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중앙의 혁명사상 무장과 당정책 철저관철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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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1월 6일자 3면에 수록된 "당의 사상을 잘 알아야 모든 사업을 주동적으로, 적극적으로 해나갈 수 있다"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당의 혁명사상과 투쟁방침은 모든 일군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의 사고와 행동의 지도적 지침"이고, "역경을 순경으로 전환시키며 승리에서 더 큰 승리를 이룩해 나갈 수 있게 하는 만능의 보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오늘 우리의 전진을 가로막는 시련과 난관은 사상최악의 것이며, 새로운 5개년계획기간에 수행하여야 할 투쟁과업도 대단히 어렵고 방대하다"면서, "지금이야말로 당의 혁명사상으로 튼튼히 무장하고 당의 의도에 맞게 혁명적으로, 진취적으로 일해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실제적인 성과들을 이룩해 나가고 있는 단위들을 보면, 예외없이 당중앙의 사상을 환히 꿰뚫고 단위사업을 용의주도하게, 강력하게 전개해 나가는 일군들이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당의 혁명사상을 필승의 무기로 억세게 틀어쥐고 당대회와 당중앙의 중요결정들을 한치의 드팀도 없이 무조건 철저히 관철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사회주의 '당중앙의 완벽성'은 이미 깨어진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논설은, 당의 사상과 노선, 정책의 '완벽성'을 강조하며, 일군들과 인민들의 '철저한 학습'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논설은 당의 사상과 노선, 정책의 '무오류성과 완벽성'을 강조하는데 필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당이 제시한 사상과 노선, 정책과 방침들은 "당이 시대발전과 혁명정세의 요구를 과학적으로 통찰한데 기초"하여 만들어낸 "만능의 보검"이라고 규정함으로써, 현상변화에 따른 수정보완의 필요성을 원천봉쇄하고 있습니다. 이들 노선과 정책들은 "독창성과 과학성, 시대성과 인민성으로 일관"되어 있다고 강조해, 당의 노선과 정책결정 권위에 대해 조그마한 도전도 허용될수 없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당은 언제나 인민의 지향과 념원, 구체적인 조건과 현실적 요구에 맞게 새롭고 발전지향적인 노선과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하여, 인민차원의 합리적인 이의제기도 할수 없도록 차단막을 미리 치고 있습니다. 인민들은 오직 "당의 사상과 의도를 정확히 인식하고 주동적으로, 적극적으로 떨쳐"나서는 일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당의 노선과 정책은 인민들의 권리와 권한 밖의 일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이와 같은 당중앙의 무오류성이나 당의 완벽성을 버리지 않고 고집하는 한, 북한의 미래는 밝지 못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성과를 내고 있는 단위들이 그러한 성과를 이룩한 것은 해당 일군들이 "당중앙의 사상을 철저히 학습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상학습이 곧 성과라는 인식입니다. 북한 통치집단의 '사상학습만능사고'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논설은, 당이 "혁명의 대백과전서"인 '당의 사상'을 내놓고 있는 데도, "사회의 모든 성원들이 당의 사상과 의도, 노선과 정책을 깊이 인식하고 체득하여 실지 사업에 정확히 구현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노동신문의 '잘못된 인식'은 지금도 북한 통치세력들이 중앙계획과 상품수급의 '완벽성 신화'에 도취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인민들은 독단적으로 결정된 당방침에 대해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성과물이 열심히 노력한 만큼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는 현실은 인민들의 자발적인 생산활동 참여를 더 이상 이끌어 낼 수 없습니다. 더욱이 '오직 당중앙과 당만이 옳다'는 원칙을 강요하며, '사상학습열풍' 조장을 촉구하는 것은 경제회생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경제회생은 사상학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민들이 경제성과를 체감할 수 있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1월 당대회, 9월 최고인민회의시정연설, 10월 당창건기념연설을 통해 '똑같은 정책'을 반복해 내놓고, 그 때마다 '학습열풍'을 촉구했습니다. 한해가 다 기우는 시점에서 또다시 학습열풍을 강조하는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지난 10개월간 김정은이 제시한 과업이나 과제들은 인민들의 노력동원으로는 실현불가능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석탄과 같은 광물자원의 생산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외화획득 실적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엄중한 상황에서 광업 근로자들의 생산노력만으로 소기의 성과를 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렇듯 모든 부문과 단위에서 요구 받고 있는 경제성과는 근로자들의 인식수준이나 근로행태 보다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통치집단의 전략적 결단에 달려 있습니다. 북한의 모든 문제는 최고 통치집단의 문제이지 일군들이나 근로자들의 문제는 아닌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군들과 근로자들의 '당사상학습'을 반복 강요하는 것은 올해 경제성과 부진책임을 일군들과 근로자들에게 전가하고, 이들의 내부불만을 제압하는 한편, 사상학습을 통해 당중앙과 당의 권위를 유지해 나가려는 술책으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누구나 당의 혁명사상을 자기의 뼈와 살로 만들고 그 요구대로 사고하고 행동"해 나갈 때, "혁명의 전진은 더욱 가속화" 할 것이라고 선동했습니다. 일군들은 이런 '기만적인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현대 정치의 본질은 자국민의 자유와 인권, 행복을 추구하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의 본질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모색하여 찾아내 현실에 적용해야 합니다. 그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정치사상입니다. 북한의 정치사상은 '당중앙의 사상' 또는 '당의 혁명사상'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니다. 그러나 북한의 이같은 정치사상은 이미 정당성을 상실한 사회주의사상나 세습독재를 옹위하는 주체사상, 특정역량에 치우친 선군사상에 뿌리와 기반을 두고 있어, 주민들이 원하는 '이상사회' 건설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군들은 정치사상을 바로 잡는 일은 뒷전으로 미룬채, 일군들의 '책임'만 강조하는 노동신문의 선전선동동행태에 강한 불만을 품지 않을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