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2월 4일자 1면에 수록된 "백두산정신으로 난관을 부시며 우리식 사회주의의 새로운 발전을 이룩해 나가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백두산정신은 "영원한 조선의 정신, 수령결사옹위정신"이라며 "시련이 겹쌓일수록 필승의 무기"로 틀어쥐고, "김정은동지의 사상과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며, "당중앙의 유일영도체계를 목숨과 같이 옹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두해 전 김정은의 백두산군마행군은 "백두의 혁명전통을 옹호고수하고 그 전통에 기초한 불굴의 혁명정신으로 주체혁명위업을 끝까지 완성해나갈 의지를 과시한 역사적 장거"였다고 적었습니다. 혁명전적지답사행군은 "수령결사옹위의 전통을 창조"하고, "항쟁투사들의 강인성과 투쟁성, 혁명성을 답사자들의 심장"에 깊이 새겼으며, "당중앙의 절대적 권위보위에 대한 각오와 의지, 마음가짐"을 깨닫게 해줬다고 선전했습니다. '백두산대학'은 "혁명의 교정"으로, "당정책결사관철의 불길이 세차게 타번지게한 원천"이라고 밝혔습니다. 일군들은 "5대교양을 공세적으로 전개"해, "전체인민을 백두산정신으로 무장"시켜, "항일유격대의 혁명적이며 전투적인 기풍이 온 사회에 차넘치게"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혁명정신무장사업"으로, 전체주민들에 대한 '백두산정신'의 철저한 무장'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2년 전 '유례없는 격난' 돌파용으로 제시한 '백두산정신'을 다시 꺼낸 것인데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김정은의 말을 인용 "전체당원들과 근로자들, 인민군 군인들과 청소년들을 백두산정신으로 튼튼히 무장"시켜 "당중앙의 두리에 굳게 단결"하고 "주체혁명위업을 완성하기 위한 투쟁에 한몸 다 바쳐나가도록"해야 한다며, '전주민 백두산정신 무장'을 강조했습니다. 백두산정신이 있었기에 "지난해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활로를 열기 위한 정면돌파전이 과시"되었고 "국가발전과 번영을 담보하는 값비싼 성과들을 이룩"했으며 "사회주의강국건설을 우리 당이 정한 시간표대로 진척시켜올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설이 주장하는 '백두산정신'은 2019년 6월 '하노이회담 실패'로 인해 최고지도자와 통치집단의 위상 및 영도력이 하루 아침에 땅에 떨어지는 사상초유의 '통치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군마행군과 백두산혁명전적지 답사행군을 조직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정신입니다. 백두산정신무장 강요는 아직도 북한 전체가 '하노이회담실패'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백두산정신이 있는 한 못넘을 험산이나 성취하지 못할 대업이 없다"며, 이 정신을 "전인민적인 사상감정으로 승화"시킬것을 요구했습니다. 승화의 초점은 "김정은결사옹위"로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백두산정신은 곧 수령결사옹위정신"으로 규정하고, 항일투사들과 조선인민혁명군들의 "수령보위와 수령사수, 사령관동지 명령관철전"을 "숭고한 모범"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들과 같이 "김정은동지를 목숨으로 결사옹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더 나아가 "당중앙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목숨과 같이 옹위"하며 "당중앙의 영도적 권위를 백방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일군들은 항일유격대 지휘관들처럼 "오늘의 빨치산 지휘관"이 되어, 당중앙의 의도를 완벽하게 관철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러한 주문은 북한 통치집단이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진 '시대착오적인 집단'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증거로 됩니다. 최고지도자의 외교적 실패는 최고지도자와 관련된 고위관료가 책임을 지어야 마땅합니다. '정상국가'에서는 '거대한 정치적 행사'를 급조하여 주민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도 부족해, 세뇌교육을 통해 실패책임자를 목숨으로 지켜야 한다는 요구를 할수 없습니다. 북한이 자랑스럽게 선전하고 있는 '우리국가제일주의'의 실상이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이 '백두산정신'을 김정은과 그의 영도체계를 '목숨으로 사수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전주민을 대상으로 5대교양을 강화하여 '김정은 결사보위' 투쟁의 열풍을 일으키라고 주장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김정은 집권 10년을 목전에 두고 그의 집권 10년을 '승리와 기적, 영광의 세월"로 선전하면서 '성공신화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장기집권에 필요한 정치적 자원 마련을 위해 선대들과 같은 반열의 위상 확보와 3대세습권력 공고화를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근 '당중앙의 영도체계확립' 강조와 김정은에 대한 '수령' 존칭 전면화, '하느님의 하느님' 선전 등장에서 감지할 수 있듯이 김정은의 권위를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실행되고 있습니다. 백두산정신을 '수령결사옹위'정신으로 집약하고 나선 것은 집권 10년을 기해 그의 권위를 선대수령들과 같은 반열에 올려, 절대화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먹고 사는 문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핵무기 개발외에 실질적인 업적이 없다는 점에서 권위절대화는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각급 당조직과 근로단체들에게 "백두산정신 구현투쟁속에서 발휘되는 '긍정적 소행을 제때에 찾아내고 일반화하여' 항일유격대의 혁명적이며 전투적인 기풍이 온사회에 차넘치게 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통치집단이 사회주의노력경쟁운동이나 사상고취운동을 전개할 때, 단골메뉴처럼 동원하는 수법은, 특정 개인이나 단체를 미리 선정해, 필요한 자원과 수단을 집중적으로 지원하여 '모범사례'를 만들어 낸 다음, 그 '모범사례'를 전범으로 삼는 '따라배우기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대시켜 나가는 방법입니다. 이번 사설에서 "긍정적 소행을 제때에 찾아내 널리 일반화"하라는 요구가 바로 그 수법입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지난 70여 년 동안 이와 같은 '수법'을 동원해 주민들의 육체적, 정신적 노력을 아무런 제약없이 '무한착취'해 왔습니다. 이수법의 잔인성은 '따라배우기' 실적에 따라 극단적인 차별대우를 함으로써 주민들에게 '노예의 길'을 강요한다는 데 있습니다. 년말에 휘몰아치는 사상통제열풍에 주민들의 고충과 한숨은 깊어만 갈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